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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희의 먹거리 정의 이야기] 농업에 관심 있는 정당과 정치인을 찾습니다박진희 Food & Justice 지니스테이블 대표  

[한국농어민신문]

선거를 마친 이후 농업과 관련한 공약을 이행하기 위해, 농업과 관련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농업을 일상적이고 지속적으로 챙겨가며 정책과 대안을 만들어내는 정당을 지금까지 나는 본 일이 없다. 농업이 기반인 자신의 지역구를 활성화시킨다는 명분으로 무슨 무슨 개발 사업 예산을 확보했다는 것이 농업 공약을 이행한 것으로 포장된 사례들이 난무했을 뿐이다.

나는 1972년생이다. 10대 초중반 몇 년을 서울 안암동에서 살았다. 고려대와 가까워서 날마다 매캐한 최루탄 냄새가 날아들었다. 10대 후반을 신촌 가까이 살았다. 신촌 로터리로 날이면 날마다 대학생들이 큰 물결을 이루어 가두행진을 벌였고, 전경들이 몰려왔고, 여기저기서 최루탄이 터졌다. 학교를 마치고 집으로 가는 길에, 그저 집으로 가기 위해서 왜 뛰어야 하는 지도 모르고 덩달아 달려야 하는 때가 많았다. 최루탄 냄새가 너무 맵고 싫어서, 진압봉을 들고 뛰어다니는 전경들이 너무 무서워서, 나는 크면 대학 근처에서는 살지 말아야지, 대학에 가도 집회에 참석하지는 않아야지 그런 생각을 종종 했다.

대학을 가게 되었고, 대학 가면 집회 참석은 하지 않겠다는 생각을 언제 하기라도 했었나 싶게 나는 대학 1학년 때부터 집회에 참석하며 전경을 피해 도망을 가고 최루탄 냄새를 막기 위해 손수건을 챙겨 다녔다. 대학을 다니는 내내 나는 여러 집회에 참가하며 수없이 노동자와 농민이 살만한 세상이 와야 한다는 구호를 외쳤다. 내가 외친 구호를 글자 그대로 다 적으면 지구 몇 바퀴를 돌고도 남을 정도의 문장이건만 내 머릿속 농업과 관련한 구호 중에 선명하게 남아있는 것은 쌀 생산비 보장 정도이다. 말은 농민도 잘살아야 해 하고 외치고 있었지만 마음으로는 농민들의 생각을 다 이해하지 못한 시절이었다. 그때부터 삼십년에 가까운 세월이 흘러 나는 이제 중년의 사회인이 되었건만 그 세월 동안 선명하게 대학시절 내 기억에 새겨진 쌀 생산비 보장이라는 농민의 요구는 여전히 해마다 광장에서 울려 퍼지고 있다. 그 삼십년 동안 변한 게 없는 것일까? 왜 변하지 않았을까?

하루가 멀다하고 집회를 다녔어도 나는 정치가 세상을 바꾼다는 생각을 못했다. 대선이 있는 해, 선배들의 설명을 듣고, 노동자와 농민의 입장을 대변할 거라는 후보의 선대본에서 홍보활동을 한 경험도 있건만 그저 돕는다는 생각만 했었다.

아는 사람 중에 “우리가 직접 정치에 나서야해, 누군가는 정치인이 되어야해” 하고 말을 해도 저 사람은 저렇게 생각하는구나 그렇게만 받아들였다. 그러던 내가 정치가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한 건 2000년을 넘어서며 노동자 후보, 농민 후보 이렇게 선명한 단어가 쓰이기 시작하고 소위 진보정당으로 분류되는 정당의 후보들이 국회의원으로 당선되기 시작하면서부터이다. 무언가 변할 거로 생각했고, 달라질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이 있었다. 그 후로 세월이 흐르며 임대차보호법이 시행된다든지 하는 기존 정치인들이 다루지 않았던 문제를 다루고 그것이 널리 알려졌을 때 이제부터 진짜 변화가 시작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했었다.

그때부터 이십여년. 세월이 흐르고 세상이 조금 바뀐 듯하고, 직불금 제도가 시행된다든가 하는 농업계의 여러 변화들이 있었지만 여전히 농민들의 쌀 생산비 보장 요구가 광장에 울려 퍼졌다. 왜 변하지 않았을까?

코로나19 시대에 우리 농업과 식량안보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높아졌다는 이야기가 종종 뉴스에 보도되고 있다. 심지어 경제학자들도 식량안보가 코로나 시대 금융의 주요 이슈라고 말한다. 그린 뉴딜 시대로 나가자는 정부의 발표도 나왔다. ‘경제 회생을 위한 대안이다’라는 평가와 ‘이것은 그린뉴딜이 아니다’라는 비판이 일시에 쏟아져 나왔다. 무엇보다 농업과 관련성 있는 정책이 없다는 비판이 농업계에서 쏟아져 나왔다. 정부의 이번 그린뉴딜 정책에는 농업과 관련한 정책이 없다는, 농업관련 단체들이 내놓은 비판에는 동의가 되었지만, 비슷한 맥락의 내용이었을지라도 여러 정당의 비판 입장은 읽는 내내 마음이 불편했다. 자기 정당 소속의 국회의원들이 있어 입법할 수 있는 노력과 대안은 어디에 두었는가? 정당의 연구소들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 농업 농촌의 길을 연구는 하고 있는가? 각 정당의 농업관련위원회는 제 일을 하고 있는가?

진보와 보수, 가릴 것 없이 대한민국의 모든 정당은 우리 농업을 지키고, 잘 사는 농촌을 만들고, 농민의 삶을 행복하게 만들겠다고 말해왔다. 누군가는 농민 후보를 자처했고 어떤 정치세력은 농민을 위한 정당이라 자부하며 선거 때마다 농업과 관련한 공약들을 쏟아냈다. 당선을 위한 공약도 있었겠지만 그래도 진심이 담긴 공약도 있었으리라 믿고 싶다. 내가 세상을 좁게 보고 있어서인지 몰라도, 선거를 마친 이후 농업과 관련한 공약을 이행하기 위해, 농업과 관련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농업을 일상적이고 지속적으로 챙겨가며 정책과 대안을 만들어내는 정당을 지금까지 나는 본 일이 없다. 농업이 기반인 자신의 지역구를 활성화시킨다는 명분으로 무슨 무슨 개발 사업 예산을 확보했다는 것이 농업 공약을 이행한 것으로 포장된 사례들이 난무했을 뿐이다. 돌봄 교실 과일급식 공급과 같이 자신의 의지를 가진 국회의원 개인이 제도화 낸 몇 가지 사례들이 내가 본 농업정책 제도화의 노력으로 보였을 뿐이다.

내가 대학생이던 그 시절부터 지금까지 지난 수십 년 농민들의 요구가 한결같다는 건 농업에 대한 정치의 방임이 아닐까? 진보건 보수건 정말로 농업에 관심 있는 정당이 있을까 씁쓸한 마음을 지울 수가 없다. 농촌에 사는 우리들을 위해서라도, 농업이 있어야 삶이 유지되는 국민들을 위해서라도 농업에 관심 있는 정당, 연구하는 정당, 실천하는 정당과 정치인을 찾는다는 광고라도 내보고 싶은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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