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희 Food & Justice 지니스테이블 대표

 

[한국농어민신문]

저소득의 이유가 다양한만큼 먹거리 빈곤에 처한 이유와 상태는 다양할 수밖에 없으며, 그 해결책 역시 다양하게 제시되고 시행되어야 한다.


최근 발표된 국회예산정책처의 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을 기준으로 우리사회 1인 가구는 전국 가구의 25.5%를 차지하게 되었다고 한다. 늦은 나이에 결혼하게 되고, 이혼 비율이 늘어나고, 고령화가 진전된 것이 1인 가구의 증가와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고소득 1인 가구도 물론 있지만 1인 가구는 다인가구에 비해 미취업자와 임시일용직 비중이 높고, 다인가구의 40%에 미치지 못하는 저소득이라고 한다. 1인 가구 저소득 문제가 전적으로 고령 문제 때문은 아니지만 은퇴를 해야 하고, 재취업이 어려운 60대 이상이 1인 가구의 33.4%에 이른다고 하니 1인 가구가 처한 경제적 특징이 왜 이러한가 바로 이해가 된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듯이 경제적 어려움은 먹고 사는 문제에 바로 영향을 미치게 된다. 소득이 낮으면 필수재인 식료품을 구입하는데 소득의 상당수가 지출됨에도 결식, 질 낮은 식사의 섭취, 영양결핍의 가능성이 높아진다. 고령의 경우 신체기능은 떨어지고 질병을 가질 가능성은 높아 섭식, 식이 장애를 겪게 된다. 실제로 1인 가구의 먹거리에 대한 문제는 여러 보고서를 통해서도 지적되고 있다.

2015년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1인 가구의 1/3이 음식을 씹는 데 어려움이 있고, 식생활 불안정단계 비중이 2인 이상 가구에 비해 두 배가량 높으며, 권장섭취기준 대비 영양소 섭취비율은 2인 이상 가구에 비해 전반적으로 낮고, 영양섭취 부족자 비율도 두 배 정도 높아 이에 맞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보고서를 통해 지적한 바 있다. 지난해 한국건강증진개발원도 보고서를 통해 1인가구들 중에는 지속적 외식이나 불규칙한 생활습관 때문에 영양 불균형, 만성위염 등 건강문제를 가지고 있거나 우울증이나 대인기피증과 같은 정신건강 문제를 가진 경우도 있다면서 1인가구의 건강취약계층으로의 진입을 우려했다.

저소득에 따른 식생활불안정과 고령에 따른 식이 장애도 문제이지만 1인 가구가 식사 문제를 겪게 되는 것은 주거 빈곤 상태에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2016년 국토교통부의 조사에 따르면 1인가구의 70%가 무주택 상태이며, 청년 1인 가구(만 20~34세)는 주로 주거 안정성이 낮은 원룸(60.2%)에 거주했고 원룸에 비해 주거여건이 좋지 않은 지하나 반지하, 옥탑방, 쪽방, 고시원 거주비율도 5.8%로 전체가구 3.1%에 비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주거 공간은 부엌이 없거나 있어도 조리공간으로서의 기능을 못하는 경우가 상당수이다. 부엌이 없는 집 때문에 외식에 기대거나 전자레인지에 음식을 돌려먹어야 하는 식생활을 이어가야만 하는 것이다.

언젠가 ‘한끼 줍쇼’라는 예능 프로그램이 노량진을 배경으로 다루어진 적이 있었다. 고시원에서, 쪽방에서 미래를 설계하는 청년들의 밥 한 끼는 컵밥이거나 낮은 가격의 외식, 컵라면 국물에 말아먹는 찬밥이었다. 고시에 붙거나 취업을 해서 그곳을 벗어날 때까지, 그리고도 소득이 안정될 때까지 그들은 한동안 먹거리 빈곤층일 수밖에 없다. 경제적 여유를 가진 1인 가구를 제외하고, 소득이 낮고, 주거가 불안정하며, 고령인 1인 가구는 먹거리 빈곤층이거나 먹거리빈곤층으로 진입할 가능성이 매우 큰 것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우리는 1인가구의 먹거리 빈곤 문제를 사회적 문제로 받아들여 적극적으로 다루어오지 못했다. 비단 1인 가구뿐만 아니라 우리사회의 먹거리 빈곤은 어떤 상태이고, 누가 먹거리 빈곤층인가 하는 문제에 대해 우리는 사회적으로 진지하게 검토하고 고민해오지 않았다.

처음 들어보는 분들도 있겠지만 우리나라에는 저소득층 임산부 영유아를 대상으로 한 영양플러스 지원사업도 있고, 기초생활수급자를 위한 정부양곡할인제도, 푸드뱅크와 같은 먹거리 지원 사업이 있다. 그러나 우리사회는 먹거리빈곤의 유형이 다양하다는 사실은 도외시하고, 주로 결식아동청소년의 지원 사업과 경로당 급식으로 먹거리빈곤 문제를 이해해왔다. 당연히 생존의 기본인 먹거리가 우리 국민 모두가 누려야할 기본적 권리이며, 보편적 복지의 하나여야 한다는 생각은 간과되어 왔다. 그래서 정부나 지자체와 민간의 먹거리 지원 사업은 주로 결식아동청소년과 노인 급식만을 중심으로 이루어져왔다. 영유아, 아동, 청년, 고령자, 장애인, 희귀난치성 질병을 가진 환자가 있는 가정, 저소득 1인가구, 주거 빈곤과 실업상태에 놓인 사람 , 보육원 시설의 아동, 보육시설을 나와 자립해야할 청년, 대학의 자취생, 미혼모 등... 저소득의 이유가 다양한만큼 먹거리 빈곤에 처한 이유와 상태는 다양할 수밖에 없으며, 그 해결책 역시 다양하게 제시되고 시행되어야 한다.

먹거리 빈곤 해결은 모든 국민이 인권을 보장받아야하는 것처럼 먹거리 기본권을 보장받아야한다는 것을 전제로 소득의 상태, 생애주기별, 성별, 장애와 질병 유무별, 주거지역에 따라, 주거의 상태와 가구구성원의 상태 등으로 세세하게 나누어 먹거리 빈곤의 상태를 파악하고 그에 맞는 해결 방안이 제시되고 마련되어야 한다. 일시적 이벤트와 자원봉사와 물품 후원의 방식이 아닌 관련법의 마련과 개정, 복지와 농업체계의 제도화를 통해 시행되어야할 것이다. 새해를 맞아 대한민국 국민으로 ‘먹으며’ 살아가는 일이 요람에서 무덤까지 기본권리에 근거한 가장 중요한 복지의 하나가 되도록 우리사회가 바뀌어야 한다는 바람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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