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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희의 먹거리 정의 이야기] 동물복지가 왜 필요하냐고요
   
 

박진희 Food & Justice 지니스테이블 대표

지금과 같은 공장식 축산을 벗어나지 못하면, GMO사료, 항생제 남용, 살충성분 잔류, 동물전염병은 악순환처럼 우리 사회의 공포 기제가 되어 불시에, 그러나 지속적으로 먹거리 공포를 조성하게 될 것이다.


13년전쯤 어느날, 남편이 귀농을 해서 자연주의 양계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남편은 호텔리어를 거쳐, 어느 씨푸드뷔페의 점장으로 열심히 일하고 있던 터라, 무척 느닷없는 말로 느껴지긴 했지만, 그저 지나칠만한 말은 아닌 것 같았다. 나는 동물을 키우는 게 영 자신이 없었다. 생명을 돌보는 일도 자신이 없었을 뿐만 아니라 날마다 먹이를 주고 살피는 일은 단 하루도 쉴 수 있는 날을 줄 것 같지가 않았다. 그래서 자연주의 양계는 못하겠지만 귀농은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남편에게 내 뜻을 말했다.

우리는 귀농을 하면 우리 삶이 어떻게 달라질 지 막연했지만 뭘 하던 간에 농촌에서 살기로 하고, 귀농 준비를 시작했다. 아이들은 여섯 살, 일곱 살로 어렸지만 가족 모두가 함께 삶의 터전을 옮기는 일이기에 귀농을 위한 가족여행을 다녔다. 여행 중에 장수 하늘소마을로 왔을 때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마을인데 그 때는 이곳 주민이 될 거라는 생각을 못했다) 유정란 농부님을 만나 뵐 수 있었다. 자연주의 양계의 꿈을 가지고 있는 남편이 유정란 농부님께 무엇이 힘드냐고 여쭈었는데, 그분께서 “닭을 대하는 내 스스로의 태도가 힘들다”고 대답하셨다. 마음은 닭과 교감해야지 하는데 달걀을 줍기에 바쁘고, 나도 모르게 물건을 대하듯 생명을 대하게 되는 스스로가 힘들다고 하셨다. 우리는 생각지도 못한 철학적인 대답에 다른 말을 하기가 어려웠다. 그 후로 인연이 닿아 우리는 그 마을 주민이 되었고, 자연주의 양계 대신 농사를 지었으며, 순전히 달걀 자급자족을 위해 몇 마리 닭을 키웠다. 자급자족이라도 잔반으로만 키울 수는 없어 사료를 사곤 했는데 그 때 먹인 사료가 GMO일 수 있다는 걸 알았다. 닭이 제법 높이 날아 나무 꼭대기나 지붕에 오를 수 있다는 걸 알았다. 어미닭이 달걀을 품고 있는 일이 얼마나 거룩하고 숭고한 일인 지도 알았다. 닭을 예쁘다 생각하게 될 즈음에 뉴스에서는 심심치 않게 조류독감과 살처분 뉴스가 나오기 시작했다. 알을 품고 낳는데 살아있는 채로 매장을 하고, 처분이라고 말하다니... 살처분하는 과정도 그렇지만 살처분이라는 단어도 내게는 충격적이었다.

한해가 지나고, 남편이 이번에는 소를 키우고 싶다고 했다. 막상 농촌에서 살아보니 소를 키우는 것 외에 돈이 되는 일이 없어 보인다고도 했다. 마을에서 공동우사를 만들고, 우리 소를 몇 마리 키우게 되었다. 남들처럼 소가 몇십 마리, 몇백 마리 되는 것도 아니고, 그저 몇 마리였지만 남편은 봄, 여름, 가을에는 몸이 축날 만큼 부지런히 꼴을 베러 다녀야했고, 사료를 사다 날랐다. 그 때는 사료값은 오르고 소값은 떨어질 때여서, 소가 굶어죽고 있다는 뉴스가 나오곤 했다. 소를 팔기 위해 인공수정을 하고, 어린 소를 받아내는 일은 낭만적인 일도, 생활에 보탬이 되는 일도 아니었다. 어느 날 태어난 지 얼마 안된 송아지가 어미젖을 제대로 빨지 못해 죽었는데 우리는 어미가 젖이 안나온다는 걸 몰랐다. 어린 자식을 잃은 슬픔 때문인지, 사고였는지 그 며칠이 지나 어미소도 줄에 목이 감겨 죽었다. 정성을 다했다고 생각했지만 우리는 소를 키울 능력도, 마음가짐도 안된 사람들이 아닐까 싶어, 잘 키워달라는 부탁을 하며 다른 축산 농가에 소를 팔았다. 요즘 들어 남편이 지금이라면 닭을 잘 키울텐데, 지금이라면 소를 잘 키울텐데, 요즘에는 자연주의 양돈을 하고 싶을 때가 있어라고 말한다.

몇해 전에 마당을 나온 암탉이라는 애니메이션이 흥행을 했었다. 디즈니 영화 같으려니 하고 별 관심을 두지 않아 개봉 당시에는 보지 못하다가 어느날 아이들이 들고온 책으로 읽게 되었다. 케이지에 갇혀진 양계장을 탈출해 마당으로 나온 암탉 잎새가 겪는 일들은 나를 웃게도 하고 눈물짓게도 했는데 그 모든 것은 본능에 따른 일들이었다.

먹거리 정의는 축산이라는 것이 비록 길러져서 먹게 되는 일을 피할 수 없다고는 하나, 감정과 감각을 가지고 있는 생명체인 동물들의 유기축산과 동물복지를 중요한 의제로 다룬다. 축산이라는 이름 아래 길러지는 모든 동물들은 동물들의 고유 특성을 존중받고, 정상적인 행동을 할 수 있도록 길러져야 하며, 그 필요성이 면밀히 검토되지 않을 때 부리절단과 같은 불필요한 시술이나 신체훼손을 하지 않아야 하며, 시설은 적절한 단열, 냉난방 환기, 충분한 자연환기, 햇빛을 받을 수 있는 구조 등을 갖추어야 한다. 수송과 도축 과정 역시 부드럽게 다루어져 살아있는 가축이 도축 과정을 보게 되거나 죽은 가축을 접하지 않도록 해야 하며, 방혈 전에 기절되어야 한다는 등의 원칙이 충실히 지켜져야 한다.

물론 유기축산은 의지로 되는 일이 아니다. 축산 농가들이 유기 축산으로 전환하려면 많은 시간과 비용이 필요하다. 소비자들이 유기축산물을 소비하기 위해서도 많은 비용이 들어간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공장식 축산을 벗어나지 못하면, GMO사료, 항생제 남용, 살충성분 잔류, 동물전염병은 악순환처럼 우리 사회의 공포 기제가 되어 불시에, 그러나 지속적으로 먹거리 공포를 조성하게 될 것이다. 축산부터 소비까지, 유기축산과 동물복지의 필요성을 우리 사회가 충분히 인식하고, 그런 시스템을 만들어가는 일이 체계적으로 시작될 수 있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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