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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희의 먹거리 정의 이야기] 학교급식의 안녕을 바란다
   

박진희 Food & Justice 지니스테이블 대표

학교급식은 하청의 하청 구조의 최상위에 놓여 안전에서부터 멀어질 수밖에 없는 대기업의 시장지배력으로부터 자유로워야 한다. 잊을만하면 터지는 학교급식 사고는 급식 시스템 전반에 대한 철저한 관리를 요구하는 것 못지않게 ‘누가 안전한 공급을 책임질 수 있는가’에 대한 물음표를 우리에게 던지고 있다.


내게는 중고등학생인 딸 셋과 초등학생인 아들이 있다. 딸 셋은 막내인 아들이 다니는 초등학교를 졸업했는데 학교 다니는 6년 내내 급식을 먹으러 학교에 다닌다는 말이 과언이 아닐 정도로 학교 급식을 좋아했다.

"엄마 오늘 감자탕이 나왔는데 너무 맛있었어."! "와. 내일은 돈까스야." 학교 다녀와서 하는 이야기는 급식으로 시작해서 급식으로 끝났으며. 큰 아이는 책상에 급식안내장을 끼워두고 날마다 메뉴를 확인했다. 나는 도시락 세대여서 우리 때 학교에서의 점심은 누가 맛있는 반찬을 싸 왔는지, 반찬통의 국물이 새어나오지 않았는지였고, 어떤 도시락통인지, 도시락가방은 따로 있는지, 보온통에 밥을 담아오는 지가 주 관심사였는데 학교에서 즐겁게 급식을 먹는 아이들을 키우면서 소위 격세지감을 느끼기도 했다.

어느 해인가는 학부모급식모니터링단이 되어 학교에 급식 식재료가 들어오고, 조리되는 과정, 급식실의 위생 상태를 살펴보기도 했다.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는 급식 준비부터 청소까지 위생과 정성이 가득했다. 그래서 딸들이 중학생이 되고 고등학생이 되었을 때 학교 급식 어때? 하고 다른 어떤 질문보다 앞세워 하곤 했다.

최근에 전국 150여개의 학교에서 급식에 나온 케이크를 먹고 천여명에 달하는 학생들이 식중독에 걸리는 일이 발생했다. 우리 막내가 천명 중 한명으로 며칠 동안을 앓았다. 처음에는 학교에서 돌아온 아이가 이상하게 기운이 없길래 학교에서 친구랑 다퉜니하고 물었다. 아니라고 대답하고 잘 노는 것 같아서 이내 잊어버렸는데 그 몇시간 뒤부터 열이 펄펄 나고 배도 아프다고 했다. 환절기라 ‘감기가 오는구나’ 했는데 다음날 학교에서 급식 사고가 생겨 역학조사를 실시하게 되었노라는 안내 문자가 왔다. 여기저기 물어보니 아픈 아이들이 상당했다. 우리에게 이런 일이 생기다니!

다음날 학교급식사고의 원인이 A사가 제조하고 B사가 공급한 케이크이며 우리 아이가 다니는 학교뿐만 아니라 수많은 학교의 급식사고를 유발했다는 언론보도가 나왔다. 그 이틀 동안 학교급식은 중단되었고 단축수업이 실시되었다. 막내가 말했다. "엄마, 학교급식으로 왜 우리에게 그런 케이크를 주었을까." 아이가 불신의 끝머리를 잡게된 것 같았다.

먹거리정의 활동을 하며 학교 영양사 선생님께 학교급식 이야기와 학교에서의 로컬푸드 사용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 자리를 마련한 적도 있고, 학교급식을 공공급식으로 확대하는 기획에 자문을 한 적도 있다. 그러나 기실 이 모든 것에 앞서는 것은 무엇보다도 안전이다. 사람들은 로컬가공식품이나 로컬푸드가 소규모라고 안전하지 않을 것이라 말하곤 한다.

이번 급식사고는 당연히 HACCP 인증 사업체였고, 대기업을 모회사로 둔 업체가 유통을 했다. 대기업이라서 과연 안전했는가? C사, D사, L사, S사, P사...우리가 아는 식품대기업들은 하나같이 학교급식 시장에 진출해 있고, 지배력을 장악하고 있다. 종종 급식관계자들에게 금품을 제공해 ‘급식 비리’라는 사회적 물의를 일으켜왔으며 급식 사고에서도 자유롭지 않았다. 문제를 제기하면 생산업체 탓을 했다. 공급업체가 대기업임을 믿고 안심하려는 사람들에게 대기업은 빈번하게 탐욕스럽고 무책임한 민낯을 드러내곤 했다.

누가 생산했는지 알고 먹자의 로컬푸드 운동 이면에는 안전 확보가 있다. 로컬푸드는 지역생산자를 위해, 지속가능한 농업을 위해서 뿐만 아니라 먹거리 안전을 위해서도 매우 중요하다. 로컬푸드는 원물 식재료만을 의미하지 않고, 지역 농축산물을 주재료로 하여 만들어진 가공식품 역시 로컬푸드이다.

농촌의 각 지역은 6차 산업을 이야기하면서 가공식품을 개발하고, 가공업체를 육성하고, 농축산물이 학교 급식에 들어가는 것은 활성화하고 있으면서도 로컬가공식품이 급식에 공급되는 것에 대해서는 안전사고에 대한 염려를 이유로 원물 식재료 사용보다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다. 대기업이 결코 안전하다고 할 수 없음에도 말이다. 익산시 등 로컬가공식품을 학교급식에 공급하고 있는 지역은 로컬가공식품이 학교급식으로서도 안전하다는 경험을 체득하고 있기도 하다.

학교 급식은 의무교육과 좌우의 날개를 이루는 중요 요소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결식을 방지하는 역할을 맡고 있기도 하다. 하루에 한 번, 학교급식으로만 제대로 된 한 끼를 먹게되는 아이들이 얼마나 많은가?

학교급식의 안전성은 누군가의 하루의 밥을 책임지는 안정성이어야 하며, 그 안전성 확보는 하청의 하청 구조의 최상위에 놓여 안전에서부터 멀어질 수밖에 없는 대기업의 시장지배력으로부터 자유로워야 한다. 잊을만하면 터지는 학교급식 사고는 급식 시스템 전반에 대한 철저한 관리를 요구하는 것 못지않게 누가 안전한 공급을 책임질 수 있는가에 대한 물음표를 우리에게 던지고 있다. 정의로운 먹거리의 기반은 안전한 먹거리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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