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6일 국회에서 열린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의 농협중앙회 국정감사에서 김병원 농협중앙회장(왼쪽 두 번째)이 의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16일 국회에서 열린 농협중앙회에 대한 국정감사에서는 2018년산 쌀 가격 지지에 대한 주문에 더불어 신경분리와 함께 증가하고 있는 농협의 부채문제와 경제사업을 통해 중앙조직이 농산물을 책임판매하기로 한 목표 달성의 부진, 농협 자체브랜드 상품에 수입산 재료를 사용하는 문제 등이 지적됐다. 또 연합사업의 문제와 함께 단골 메뉴인 지역별로 다른 면세유 가격도 도마 위에 올랐다.


최근 6년 평균수익 3457억
사업구조 개편 후 부채 증가
지역 농축협 배당 차질 우려

PB상품 수입산 원료 사용 뭇매
수탁사업 수수료 챙기기 혈안
면세유 가격 지역차도 도마위


▲사업구조 개편 후 손익 감소=오영훈 더불어민주당(제주시을) 의원은 “금융지주와 경제지주를 농협중앙회로부터 분리하는 사업구조개편 후 손익이 대폭 감소했다”면서 “당시 연구용역 자료를 다시 재검토 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오 의원은 “사업구조 개편 전인 2006년부터 2011년까지의 6년 동안 평균 수익은 7305억원에 달했던 반면에, 개편 후인 2012년부터 2017년까지의 6년 동안의 평균수익은 3457억원으로 떨어졌다”면서 “사업구조 개편의 방향과 효과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 농협중앙회와 금융지주·경제지주의 차입금을 합친 종합차임금이 매년 1조원씩 눈덩어리처럼 증가하고 있고, 이는 향후 농협의 경영압박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분석됐다. 의원실의 추정에 따르면 2017년도 현재 20조8000억원 수준의 차입금은 별다른 변화 없이 현재의 증가 추세를 유지한다면, 2025년도에 28조6000억원 수준에 달할 것으로 예측됐기 때문이다.

특히 경영악화로 인해 지역 농·축협에 대한 배당금도 사업구조 개편 이전보다 감소하고 있는 상황으로, 자칫 지역 농·축협의 경영부실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우려감도 내비쳤다.

오영훈 의원은 “배당금은 출자배당과 이용고배당으로 구분되는 농·축협 배당금과 우선 출자배당으로 이루어지는데, 2012년도에 3350억원에 달했던 것이 2017년도에는 1678억원 수준으로 감소했다”면서 “이러한 감소 추세가 계속된다면 최악의 경우 2020년도에는 배당을 할 수 없는 상황으로 악화될 수 있는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오 의원은 “당시 통합을 위한 보고서가 어떻게 설계가 잘못됐는지 다시 진단해봐야 한다”면서 “농협은 20조원의 빚을 떠안았고, 연봉은 오르고, 근본적으로 점검해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책임판매’ 목표 달성 부진=박완주 더불어민주당(천안시을) 의원은 농업소득이 10년째 지지부진한 것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면서 “이유는 농가가 키운 농산물이 제값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라면서 농협 사업구조개편 후 판매농협 구현이라는 목표 아래 내세웠던 ‘책임판매’ 목표 달성 부진을 지적했다.

그는 “농협중앙회가 지난 2012년 농협경제·금융지주회사 출범 사업구조 개편 이후 ‘판매농협 구현’이라는 목표 하에 농협 경제사업 활성화를 추진해왔다”면서 “2020년까지 중앙회가 조합 출하물량의 50%이상을 책임 판매하겠다는 계획을 내세웠는데 목표에 크게 미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농협중앙회의 ‘경제 활성화 추진 계획’에 따르면 2020년까지 원예의 책임판매 비중은 39%, 양곡은 59%, 축산은 64%까지 높이는 것이 목표다. 하지만 농협중앙회로부터 제출받은 품목별 책임판매 비율 자료에 따르면 현재 책임판매비율은 양곡을 제외하고 목표치의 절반 수준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원예는 2017년 기준 농가의 농협출하액인 8조9244억원 중 19.2%에 불과한 1조7111억원, 양곡은 농가의 농협출하액 2조4352억원 중 37.2%인 9051억원이었다. 박 의원은 이에 대해 “농협의 가장 큰 존재이유가 농가소득 증대를 위해 농축산물의 제값을 보장하는 것”이라며 “조합 출하물량 판매확대가 회장 공약사항인 만큼, 유통구조 혁신으로 2020년 목표치 달성을 위해 최선을 다해달라”고 당부했다.

이에 대해 김원석 농업경제대표는 “양곡은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나 원예농산물은 어려울 것 같다”면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자체 브랜드 상품 수입산 원재료 사용 도마위=경대수 자유한국당(증평·진천·음성) 의원은 농협의 자체 브랜드 상품에 사용되는 외국산 원재료에 대한 문제점을 제기했다. 그는 “농협 자체브랜드 상품에는 중앙회와 지역 농협 상품 있다”면서 “중앙회 상품 292개 중 수입산이 주재료인 것이 133개이고, 이 중 100% 수입산 제품이 85개나 된다”면서 “나머지 48개 제품도 국산 들어가지만 미미한 제품”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반면, 지역농협이 생산한 자체상품은 국내산이 주재료로, 853개 중 836개의 주원료가 국내산”이라면서 “중앙회가 자체브랜드 판매 실적도 중요하지만, 국내산 원료를 사용한 제품개발에 힘써야하지 않느냐? 등한시했다”고 지적했다.

김병원 회장은 이에 대해 “동감한다”면서 “수입제품 문제를 국내 상품으로 전환하고 불가피한 경우에만 수입산 쓰겠다. 수입산 피비상품을 자제토록 하겠다”고 답변했다.

▲중개수수료만 챙기는 경제사업=김현권 더불어민주당(비례) 의원은 농협중앙회로부터 제출받은 95개 농협조합공동사업법인의 경영·조직현황 자료, 그리고 8개 시·도, 41개 시·군 농협연합사업단 현황자료를 분석한 결과를 통해 “매취사업이 크게 위축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매취사업이란 농민 조합원이 출하한 농산물을 일선 농협조공법인이 사들인 후 판매하는 사업으로 판매를 대행해주는 수탁사업과 대별된다.

김현권 의원이 제시한 95개 조공법인의 경영·조직현황 자료에 따르면 매취액은 2014년 1조5723억원에서 계속 줄어들어 2017년 1조4176억만원에 이르렀다. 반면 수탁액은 2013년 9002억원에서 계속 늘어나 2017년 1조5851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이와 함께 김 의원은 “애초에 수탁사업만을 추진했던 시·도 및 시·군 농협연합사업단은 수탁사업 규모를 더 키우며 더 많은 수수료를 취하는 데에만 골몰하고 있는 형국”이라고 지적했다.

▲면세유 가격 지역별 천차만별=면세유 가격이 지역에 따라 천차만별인 것으로 나타나 제도적 정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손금주 무소속(나주·화순) 의원은 오피넷 등의 면세유 판매가격 자료를 분석한 결과를 통해 이 같이 밝혔다. 이에 따르면 10월 10일자 기준, 오피넷 전국 면세유 가격을 조회한 결과 휘발유는 경기 양평에서 리터당 500원에 판매되면서 최저가를 기록한 반면, 충북 증평은 1350원에 판매해 리터당 무려 850원, 2.7배 차이가 났다. 경유·등유는 각각 남양주 652원·성주 600원으로 최저가를, 평택 1345원·당진 1100원으로 최고가를 기록했다.

면세유는 각 주유소가 마진율과 가격을 결정하도록 되어있어 주유소마다 각기 다른 가격에 판매되고 있다. 이러다보니 같은 광역단체에서 농사를 지어도 어느 동네에 사느냐에 따라 바로 옆 동네보다 두 배 이상 비싼 가격에 면세유를 구입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손 의원은 “면세유를 취급하는 주유소가 전국 6000여곳이 있고, 이중 농협 주유소 1000여곳”이라면서 “가격차이 발생하는 곳 대부분 일반 주유소이긴 하지만, 농민들이 이용하는 건 농협 주유소라는 점에서 잘 살펴봐 달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병원 회장은 “농협마다 면제유 가격 다른데 면세유 가격이 적정하게, 거리에 따라 적합하게 운영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이진우·안형준 기자 leejw@agrinet.co.kr


말/말/말

◆“‘빨대로(路)’라는 말을 아는가?”
정운천 의원이 농협금융지주회장과 농협은행장 등 금융지주 계열사 사장들에게 ‘주인이 누구냐?’는 질문 후에 던진 말. 서대문 농협중앙회 본관 맞은편에는 길을 하나두고 농협금융지주 건물이 있는데, 이를 두고 농협은행 직원들에게서 회자되는 말이라고. 수익을 농협이 빼간다는 의미로  부르는 말이라는 것. 신경분리 후 신용쪽 직원들은 농민들이 주인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을 꼬집어 지적한 듯.

◆“낙타가 바늘구멍 들어가기 아니냐?”
이양수 의원이 농협의 비정규직 전환과 관련해 중앙회와 지역 간의 차이가 크다는 지적을 하면서 한 말. 이 의원은 “최근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위한 필기시험을 시행했는데, 결과자료를 받아보니 중앙회 응시자는 20%가 정규직으로 채용되고, 지역은 2.6%에 불과했다”면서 이런 식의 로또 같은 확률로 정규직으로 채용하는 것은 생색내기 정책이라고 지적.

◆“일주일 이상 출장을 가야 출장 보고서를 쓴다?”
이도 이양수 의원이 지적한 내용. 이 의원은 “농협중앙회를 비롯해 경제지주, 금융지주 등에 희한한 규정이 있다”면서 “해외출장을 갔다 올 때 7일을 초과할 경우에만 보고서를 제출하도록 돼 있다”고. 이로인해 지난 해 해외출장 보고서가 18건에 불과하고, 없이 갔다 온 게 132건이라고. 이렇다 보니 “6일 내에 갔다 온다”며 개선을 요구.

◆“듣기만 해도 가슴이 설렌다”
황주홍 위원장의 말. 강석진 의원이 쌀 소비문제와 관련해 농협과 오리온이 합작한 밀양공장에서 생산된 크레놀라 제품이 판매에 성공한 이유를 국감장에서 묻자 이에 김원석 농업경제대표가 “이외에도 쌀 초코파이를 만들어 수출하고 싶다는 의견을 오리온에게 전달했고, 이를 개발 중”이라면서 “그렇게 되면 쌀소비 증가할 것”이라고 답변. 이에 대해 황 위원장은 “수출대국인데 쌀을 400만톤 생산해서 1만톤도 수출 못한다”면서 “쌀 초코파이 듣기만 해도 가슴이 설렌다”고.

관련기사

저작권자 © 한국농어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