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 단체들이 본 국감은

▲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의 2018년 국정감사에 대해 농업 관련 단체들은 농업의 근본적인 구조 문제 및 중장기적 대안 제시 등을 찾아볼 수 없었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사진은 국감 시작일인 10일 농림축산식품부 국감 모습.

"농업의 장기적 발전 방향 담은
농어업회의소 등 언급도 없어"

"쌀 목표가격 얘기 나올때마다
직불제 개편 언급 본질 흐려"

"여당된 민주당 의원 패기 없고
농업 이해·전문성 떨어지기도"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의 2018년 국정감사가 종합감사를 앞둔 채 막바지에 다다랐다. 이번 국감은 문재인 농정 원년의 사실상 첫 심판대로 주목을 받았지만, 정작 ‘뚜껑’을 열어보니 농업 관련 단체들의 반응은 ‘부실 국감’이라며 아쉬움 일색이다. 문재인 정부 들어 예전과 달라진 국감을 기대했지만, “여당과 야당이 자리만 바뀌었을 뿐”이라는 씁쓸한 평가가 나온다.

▲근본적, 중장기적 관점은 어디로?=26일과 29일 종합감사를 앞둔 시점을 놓고 봤을 때, 이번 국감에서 제기한 여야 의원들의 질의에 대해 근본적 문제를 제대로 짚지 못했다는 지적이 많다. 아울러 중장기적 관점의 사안보다 성과를 내기 쉬운 단기적 사안에 몰두한 경향이 강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마두환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사무총장은 “농업의 미래 비전과 대안 등에 대해 고민이 담긴 질의를 찾아보기 어려웠고, 이는 ‘부실 국감’의 한 원인”이라며 “대통령 직속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와 농어업회의소 등 농정의 장기적 발전 방향을 담은 사안들에 대한 언급조차 없었고, FTA상생협력기금도 주목을 끌었지만 결정적인 대목이 아쉬웠다”고 말했다.

임병희 한국쌀전업농중앙연합회 사무총장은 “쌀 목표가격 얘기가 나올 때마다 직불제 개편으로 화제를 바꾸고 본질을 흐리는 질의 흐름이 아쉬웠으며, 휴경제와 생산조정제 등 생산조정에만 국한해 다뤄지는 부분도 마찬가지였다”면서 “다른 곡물자급률을 올리는 방향으로 정책 대안이 나와야 하는데, 이에 대한 얘기는 없었다”고 지적했다.

농산물 유통과 관련해서도 본질적인 문제 제기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지적이 있다. 쌀 이슈에 가려진 측면도 있었지만, 언급 자체가 거의 없었다. 공영도매시장 개혁과 관련한 지적이 일부 있었지만, 생산 농가들의 관심 사안인 농산물 수취 가격의 제고 방안, 이를 테면 유통구조 개혁이나 올해 빈번해진 이상기후 여건 속 수급체계 개선 방안 등의 근본적인 고민이 부족했다는 쓴 소리가 나온다. 이상기후 등과 관련해선 농산물재해보험제도의 문제점에 대한 지적이 많았다.

농협중앙회 국감에서도 ‘상호금융’ 등 민감한 사안을 건드리는 질의는 찾아볼 수 없었다. 대신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지역 민원을 해결한 부분에 대해 김병원 농협중앙회장에게 공개적으로 감사를 표하는 모습이 나오기도 했다.

농업계가 아닌 임업계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은 평가가 나온다. 산림조합 관계자는 “‘산림기술진흥법’과 산지 태양광발전소 등 개별 법령 및 정책 혼선 등의 문제점은 이번 국감에서 잘 짚어줬지만, 산림경영인과 임업인들의 소득 향상 방안은 조금 미진했다고 보여진다”며 “농업 부분에서도 치열하게 농업인 입장에서 봐야 하는데, 농업인 관점이 아니라 기관 대 기관 입장으로 국감을 하지 않았나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봤다.

▲2년 전과 달라진 여당?=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을 향해 아쉬움을 토로하는 목소리가 특히 많았다. 불과 2년 전인 2016년 20대 국회 전반기 농해수위 국정감사 당시 막강한 ‘화력’을 선보였던 ‘야당’ 민주당의 활약 면면이 이번 국감에서 상대적으로 눈에 띄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농업을 비교적 잘 이해한다고 봤던 민주당 의원들에 대한 기대가 높았던 만큼 이에 못 미쳤다는 평이다.

한 농업 단체의 관계자는 “2016년 국정감사 당시 농해수위 소속 박완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NH농협은행의 부실한 기업여신에 대한 문제점을 집요하게 파고드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는데, 지금 여당이 된 민주당 의원들에게 이런 ‘패기’를 전혀 찾아볼 수 없다”며 “현황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는 수준이고, 대안이나 새로운 의제 발굴도 아쉬웠다. 질의 시간 10분 중 정부의 정책 현안을 대신 설명하는 데 7~8분을 쓰는데, 정말 2년 전과 달라져도 너무 달라졌다”고 전했다.

초선 여당 의원들의 경우 농업 이해도와 전문성이 떨어져 현장 정서와 동떨어진 모습을 보였다는 질책도 나온다. 지난 7월 후반기 원 구성이 마무리되면서 농해수위에 새롭게 합류해 물리적으로 시간이 부족했던 점을 감안한다고 해도 농업계 일부에선 “깜짝 놀랐다”는 반응이다.

다른 농업 단체의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가 친농업 성향의 정부라고 봤는데, 이번 국감에서 현재 쌀 가격이 높다는 추이만 놓고 쌀 생산자들의 소득을 개입시키고, 쌀 과잉 생산으로 인해 정부 예산이 과하게 들어간다고 얘기하는 여당 초선 의원들을 보고 적잖이 놀랐다. 현재 쌀 가격 추이를 보고 목표가격에 대해서도 낮은 기준치를 얘기하는데, 이런 기조와 인식들은 정부 당국과 비슷한 맥락이지 현장 정서와는 크게 동떨어진 부분”이라며 “이와 관련해선 오히려 야당 의원들의 호쾌한 질의가 많았다”고 고개를 갸웃했다.

이 같은 상황은 후반기 원 구성 당시부터 일부 예견되기도 했다. 후반기 농해수위는 더불어민주당 7명, 자유한국당 7명, 바른미래당 2명, 민주평화당 2명(황주홍 위원장 포함), 무소속 1명 등 19명으로 구성됐는데, 민주당의 경우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배정돼 이 둘을 제외한 5명이 상임위 활동을 하고 있다. 

여기에 간사인 박완주 의원(재선)을 제외한 4명 모두 초선 의원인 데다 이 가운데 3명은 후반기에 새로 합류한 이후 국감 준비가 쉽지 않을 것이란 우려가 있었다. 전반기에 이어 후반기에도 농해수위 활동을 하는 민주당 의원은 2명(박완주·김현권)에 불과해 야당에 비해 무게감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한편 농해수위는 26일 농림축산식품부 및 소관기관 종합감사, 29일 해양수산부 및 소관기관 종합감사를 끝으로 2018년 국감 일정을 마무리한다.

고성진 기자 kos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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