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성 농업인들, 청년농에 많이 베풀어야"

[한국농어민신문 안형준 기자]

▲ 전남 진도에서 참다래 재배와 한우 사육을 하는 오승희 씨는 지역에 젊은 청년들이 많이 들어와 함께 농사를 지었으면 하는 소망이 있다.

2만여㎡ 규모 참다래 농사
1년 내내 사람 손길 많이가
한해 인건비만 7000만원 소요

고령화로 농촌 일손 모자라
전적으로 외국인 근로자 의존
귀농 희망 청년 무료 교육 등
지역 되살리기 사업에 앞장

중국산 수입 땐 농가 큰 타격
정부, 관련 산업 보호 나서야 


“농사지어서 나 혼자 잘 먹고 잘 산다는 생각을 버려야 합니다. 청년들이 보다 쉽게 농촌에 들어와 농사를 지을 수 있도록 기성 농업인들이 많이 베풀어야 합니다. 그래야 다 같이 먹고 살 수 있습니다.”

전남 진도군 군내면에서 2만3140m2(7000평) 규모로 참다래 농사와 한우 185두를 사육하는 오승희(54) 씨. 그는 농사 경력만 30년이 넘는 베테랑 농사꾼이다. 그가 농사를 처음 시작한 건 지난 1989년 농사꾼 남편을 만나 결혼하고부터다. 그가 처음 농사지었던 작물은 고추와 대파, 수박과 호박, 양배추와 양상추 등이다. 이것저것 닥치는 대로 농사를 지었지만 결국엔 서울과 거리가 먼 까닭에 유통 비용이 많이 들어 기존의 농사를 접을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 오승희 씨의 설명이다.

이후 어떤 농사를 지을까 고민하다 문득 생각이 난 것이 참다래였다. 남편이 결혼 전 식재해둔 참다래가 농약도 안 쳐도 되는 등 재배에 번거로움이 없었고, 당시 전남 해남군과 진도군을 중심으로 한국참다래유통사업단이 출범해 적극적으로 활동했기 때문에 참다래를 주 재배품종으로 선택했다. 주변 농사들 사이에도 참다래 재배 열풍이 불어 진도 인근 지역에서만 약 400농가가 참다래 재배에 참여했다.

하지만 참다래 재배 인기는 오래가지 못했다. 2000년대 초중반 참다래 농가들 대상으로 정부가 폐원지원을 펼쳤고, 이어 한·칠레 FTA 폐원지원까지 이어지자 농가들이 앞 다퉈 참다래 농사를 포기했다.

이와 관련 오승희 씨는 “처음에 같이 참다래 농사를 시작한 400여 농가 중 지금까지 재배를 이어가는 농가는 나밖에 없다”면서 “참다래 재배 특성 상 손이 많이 가기 때문에 인건비를 감당할 수 없었다”라고 이유를 밝혔다.

실제로 오승희 씨에 따르면 참다래 농사는 1년 내내 사람의 손길이 많이 들어간다. 얼추 1년 동안의 인건비를 따져보면 7000평 기준 약 7000만원이 소요됐다. 게다가 요즘에는 고령화로 인해 농촌에 일할 사람이 없어서 전적으로 외국인 근로자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오승희 씨의 설명이다.

그는 “작년까지만 하더라도 한국 사람과 외국인 근로자를 섞어서 고용했지만, 올해부터는 일할 한국 사람이 없어 전적으로 외국인 근로자만 채용하고 있다”면서 “정부에서 외국인 근로자 공급을 안정적으로 지원해야 농가들이 마음 놓고 농사를 지을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오승희 씨는 최근 참다래 수입에 대해서도 걱정이 많다. 참다래 주요 수출국인 뉴질랜드의 경우 우리나라와 수확 시기가 달라 크게 걱정은 없지만, 최근 들어 현지 회사들이 제주도에서 계약농장을 늘리고 있기 때문이다. 또 아직까지 국내에 중국산 참다래 수입 및 유통은 되고 있지 않지만, 중국의 경우 국내와 수확시기가 동일하고 수입될 경우 물량도 많을 것으로 예상돼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는 “중국의 참다래 재배 현장을 가본 적이 있는데 어마어마한 재배량을 보고 놀랐다”면서 “중국산 참다래가 국내에 수입될 경우 국내 참다래 농가들에게 굉장한 위협이 되기 때문에 정부가 국내 참다래 산업 보호를 위해 지금부터 대비를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오승희 씨는 참다래 재배 환경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지만, 자신보다는 주변을 더 걱정하고 챙기려 한다. 특히 최근에는 인구가 점점 줄어드는 지역을 다시 되살리는 일에 앞장서고 있다. 그 중 하나가 귀농을 희망하는 청년을 대상으로 참다래 묘목과 재배기술을 무료로 제공하는 것이다. 지역 농업기술센터 등을 통해 수혜자를 알아봤지만, 지금까지는 별다른 연락이 없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 오승희 씨는 “사람이 없는 농업·농촌에서 나 혼자 잘 먹고 잘 사는 것은 의미가 없다”면서 “많은 젊은이들이 진도에 내려와 참다래 농사를 지으며 다같이 잘 살았으면 한다”라고 강조했다.

안형준 기자 ahnh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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