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복숭아 재배 노력…소비자가 먼저 알아 봐”

[한국농어민신문 안형준 기자]


5000평 포도밭 일구다
2014년부터 복숭아로 전환
친환경농업으로 재배 시작
전국 곳곳 다니며 은행알 주워
살충제 만들기 등 정성 쏟아
출하량 70% 직거래 판매


“36년 동안 농사를 지었는데 단 한 번도 100% 마음에 든 적이 없었습니다. 오랜 시간이 지나고 보니 농사가 절대로 자기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이제는 농업은 하느님과 동업하는 거룩한 직업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달 초 충북 음성읍 용산3리에 위치한 ‘향기로운 도원’을 찾았을 땐 사람들로 발 딛을 틈이 없었다. 이들은 신선한 복숭아를 구매하기 위해 서울에서 관광버스를 대절해 내려온 소비자들이었다. 한참동안 정신없는 대화가 오간 후 사람들이 빠지자 이번 인터뷰의 주인공인 이수안 향기로운 도원 대표가 멋쩍은 미소를 보이며 인사를 건넸다.

이수안 대표는 9917m2(3000평) 규로모 복숭아 농사를 짓고 있다. 그가 본격적으로 농사에 뛰어든 건 지난 1984년, 여성농업인 후계자로 선정됐을 때부터다. 이수안 대표는 처음에는 주로 거봉 위주로 델라웨어와 홍서보, 캠벨 등 다양한 품종을 재배했다. 다행히도 그 당시 포도가 소비자들에게 인기가 많아 높은 가격을 받았다. 한 해 두 해 열심히 농사를 짓다보니 농장 규모도 최대 1만6528m2(5000평)까지 늘었다.

하지만 2000년대 초반부터 포도 가격이 하락하기 시작했고, 포도농사를 접기로 결심한 2013년에는 박스와 농약, 중간유통 비용을 빼면 주머니에 남는 게 없었다. 그래서 2014년에 기존의 포도나무를 모두 베어내고 복숭아로 재배를 전환했다.

이수안 대표는 “세상 온갖 물가는 다 올랐는데, 포도 가격은 2000년대 초반부터 지금까지 변하지 않았다”라며 “어쩔 수 없이 포도 농사를 접고, 복숭아 재배를 시작했고 이제는 정착하고 있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이제 정착단계인 그의 복숭아가 소비자들로부터 인기가 좋은 이유는 친환경농법으로 농사를 짓기 때문이다. 사실 그가 처음부터 친환경농법을 염두한 건 아니었다. 이수안 대표에 따르면 본인이 공해에 취약해 농약을 뿌리면 두통이 심했고, 또 농약가격도 비싼 까닭에 농약을 사용하지 않는 농법을 찾다가 친환경농법을 선택하게 됐다.

하지만 친환경농법은 쉬운 게 아니었다. 가을에 전국 곳곳을 돌아다니며 은행알을 주워 삶아 1년 동안 쓸 살충제를 만들었다. 또 복숭아밭에 황토유황을 뿌리고, 석회보르도액을 뿌리는 등 많은 정성을 쏟고 또 공부까지 해야 했다. 몸은 힘들었지만, 다행히 소비자들은 좋은 복숭아를 알아봐줬다. 그래서 현재 전체 출하량의 70%가량이 직거래와 택배거래로 판매되고, 나머지 30%는 음성군 복숭아유통센터로 출하되고 있다.

그는 “다행히도 소비자들이 복숭아를 찾아줘서 폐기하는 일 없이 모두 판매가 되고 있다”면서 “앞으로도 계속 친환경농법으로 농사를 지어 누구나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복숭아를 재배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수안 대표는 최근 청년여성농업인들에게 관심이 많다. 최근 자신의 둘째 딸이 여성농업인 후계자로 선정돼 농업에 뛰어들어 좌충우돌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다른 청년여성농업인들도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에서다. 이 같은 마음에서 정부가 청년여성농업인들이 온전히 농사에 집중할 수 있도록 농업환경을 개선해줘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는 “지금 농업에 뛰어드는 청년여성농업인들은 우리 세대 여성농업인들처럼 힘들지 않도록 정부가 육아나 마을공동급식 확대 등의 정책을 펼쳐 농업환경이 개선됐으면 한다”면서 “청년여성농업인들이 농사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도록 기성 여성농업인들이 많은 목소리를 내고 응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끝>

안형준 기자 ahnh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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