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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농업인, 지금 만나러 갑니다 <11>충북 진천 박윤경 씨“지역과 상생하는 돼지농장 만들고파”

[한국농어민신문 안형준 기자]

▲ 박윤경 씨가 남편과 함께 평생을 바쳐 일군 청림농장의 입간판 앞에서 미소를 짓고 있다.

허허벌판서 전기·수도도 없이 시작
실패 겪었지만 돼지와 인연 계속
구제역 풍파에도 꿋꿋이 일어서

“지역 주민들 거부감 없도록”
환경 개선·악취 저감 투자 아낌없이
둘째 아들에 경영비법 전수 꿈꿔


“돼지농장을 처음 일굴 때에는 주먹구구식으로 일을 하다 보니 하루하루가 너무 힘들었는데 지금 돌이켜보면 아무 것도 아니었네요. 이제는 앞만 보고 달리기 보다는 주변 사람들과 상생하며 살고 싶습니다.”

충북 진천군 덕산면에서 돼지 5000두(모돈 400두)를 사육하는 박윤경(58) 여성농업인은 현재에 이르기까지 긴긴 굴곡진 세월을 버텨왔다. 남편 김형철(60) 씨가 돼지 농장에서 일을 하다 퇴직할 때 퇴직금 명목으로 받은 모돈 10두와 수퇘지 1두를 밑천으로 돼지농사에 발을 들였다. 지금의 천안시 입장면 일대의 허허벌판에 돼지 사육사를 지었다. 전기나 수도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돼지 농장을 운영하다보니 제대로 사육이 될 턱이 없었다. 따라서 부푼 꿈을 안고 시작한 돼지 농장은 실패로 끝났다.

박윤경 씨는 “돼지 사육은 시설이 중요한데 여건이 갖춰지지 않다보니 제대로 사육을 할 수도 없었고, 농장에 딸린 집에는 난방조차 되지 않아 겨울에 자고 일어나면 모든 게 얼어 있었다”면서 “지금 돌이켜 보면 참 힘들고 서러웠던 기억이다”라고 회상했다.

첫 돼지 농장을 실패하고 다른 사람의 농장에서 일을 하던 도중 남편 김형철 씨가 1990년 농업후계자로 선정되며 정부자금을 지원 받았다. 1992년 지금의 덕산면 일대에 3966m2(약 1200평) 규모로 돼지 농장을 지었다. 워낙 가난하다보니 동네 청년들이 팔당댐 공사를 하고 남은 폐자재를 주워와 돈사를 지어주고, 박윤경 씨는 집안의 귀금속을 모조리 내다 팔아 시설을 마련했다. 시설이 열악하다보니 한시도 마음을 놓을 수 없었다.

돼지가 출산을 하면 밤새 옆에서 보살피는 등 애정을 쏟았다. 농장이 조금씩 자리를 잡는 동안 운도 따랐다. 1993년부터 운 좋게 돼지가격이 상승해 시설도 수리하고, 돼지도 조금씩 구매하기 시작하는 등 농장 규모를 넓혔다.

별 탈 없이 돼지농장을 운영하다 2011년 가장 큰 위기를 겪었다. 진천 지역에 구제역이 발생해 돼지 3500두를 땅에 묻었다. 맨손으로 시작해 애지중지 늘려나간 돼지들이 한 순간에 살처분되는 장면을 보고 돼지농장을 접기로 마음을 먹었다. 퇴사하는 직원들에게 퇴직금을 챙겨주고 근처에 조그마한 가게를 알아보러 다녔다.

하지만 불행 중 다행으로 기존에 가입한 적금 상품이 만기가 돼 4000만원을 수령할 수 있었다. 그는 고생했던 세월이 안타까워 4000만원으로 캐나다에서 비행기로 돼지 30두를 수입해 다시 돼지농사를 시작했다.

박윤경 씨는 “구제역 이후 생각치도 못한 적금 4000만원을 수령해 겨우 일어설 수 있었다”면서 “계속 돼지 농사를 짓게 될 운명이었던 것 같다”라고 말했다.

박윤경 씨가 돼지농사를 지으면서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은 ‘지역과의 상생’이다. 돼지 농장의 경우 악취가 많이 나기 때문에 지역에서 혐오시설로 분류돼 지역민의 눈초리가 곱지 않고, 입지가 점점 줄어드는 상황이다. 따라서 박윤경 씨는 한 대에 5억원 가량 가격이 나가는 악취저감장치를 구매하는 등 악취 저감을 위한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또 농장 주변을 항상 깨끗이 청소해 지역 주민들이 거부감이 들지 않도록 관리하고 있다.

이와 관련 박윤경 씨는 “요즘 악취 등으로 지역에서 농장을 운영하는 게 쉽지 않는 게 현실이다”라며 “축산업을 하는 농가들도 이제는 생각을 바꿔 지역 주민들이 불편하지 않도록 환경을 정비하고, 상생하며 지속 가능하게 농장을 운영하는 방법을 찾고 실행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박윤경 씨는 앞으로의 계획으로 아들에게 지금까지 쌓아온 돼지 사육과 농장 경영의 비법 전수를 꼽았다. 자신이 맨주먹으로 일궈놓은 돼지농장을 아들이 이어나갔으면 하는 바램에서다.

그는 “둘째 아들이 돼지 사육에 대한 관심이 크고 대학도 관련 학과를 졸업한 만큼 내가 가진 모든 노하우를 전수해 줄 예정”이라며 “아들이 잘 이어받아 국민들의 안전한 먹거리 공급에 이바지 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안형준 기자 ahnh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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