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 홀로 노인 위해 마을공동급식 활성화를”

[한국농어민신문 안형준 기자]

▲ 박래녀 씨(좌)는 남은 인생을 남편 여기호(우) 씨와 함께 틈날 때마다 여행을 다니며 좋은 추억을 많이 쌓고 싶다는 소망을 밝혔다.

요즘 농사 ‘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 격
몸도 아프고 늘 적자의 연속이지만
남편·자연과 함께 하니 그래도 만족

고령화로 동네 끼니 거르는 노인 많아
농번기 되면 여성농업인 부담 가중
정부, 마을공동급식 지원 더 늘렸으면


“요즘 농사라는 게 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 적자의 연속이라지만, 두 아이 모두 교육 시켰고 부부가 욕심 부리지 않고 먹고 사는 데에는 지장이 없기 때문에 만족하고 있습니다.”

경남 의령군 칠곡면 산골마을에서 행복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 박래녀(63) 여성농업인. 그는 현재 남편과 함께 총 2만6446m2(8000여평) 규모로 단감과 고사리, 산초와 고추 등의 복합영농을 이어나가고 있다. 지금은 무릎관절이 좋지 않아 단감 농사는 직접 짓지는 못하지만, 고사리와 산초 등을 채취 및 판매하고 있다.

단감의 경우 전체 생산량의 80%는 작목반을 통해 서울 도매상에게 출하하고 있고, 나머지 20%는 인터넷을 통해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하고 있다. 박래녀 씨가 생산한 농산물 중 소비자들로부터 가장 인기가 좋은 것은 고사리다. 지난 2014년도부터 고사리를 채취해 가공 후 인터넷을 통해 소량만 판매하는데 믿을 수 있고 맛이 뛰어나기 때문에 단골 소비자들로부터 인기가 좋아 판매기간이 짧다. 따라서 제 기간에 구매하지 못한 소비자들은 일 년 뒤에나 고사리 맛을 볼 수 있기 때문에 구매 경쟁이 치열하다는 것이 박래녀 씨의 설명이다.

그가 처음 농사를 짓기 시작한 건 1987년부터다. 지역에서 촉망 받는 교육 공무원이 농부에게 시집을 가겠다고 하니 집안이 난리가 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래녀 씨의 선택을 꺾을 수 없었다. 공무원을 그만두고 마늘과 하우스 농사 위주로 영농생활을 시작했다.

책상 앞에 앉아만 있다가 직접 농사일을 해보니 만만치 않았다. 나락을 타작하고 나면 피로가 쌓여 코피를 쏟기 일쑤였다. 그 시절에는 누구나 그랬지만 아이를 낳고 바쁜 농사일 때문에 산후 조리도 제대로 하지 못해 지금도 몸이 성치 않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그 시절이 가장 행복했다는 것이 박래녀 씨의 설명이다.

그는 “그 당시 농사에 적응이 되고나서 흑염소 360두 정도를 야산에서 방목하며 키웠는데, 염소와 하루 종일 산을 돌아다녔다”라며 “염소가 하루하루 커가는 모습을 관찰하는 것과 꽃과 경치에 감탄하다보면 하루가 가는 줄도 몰랐다”라고 회상했다.

최근 박래녀 씨는 한가지 바람이 있다. 바로 ‘마을공동급식 활성화’다. 박래녀 씨에 따르면 최근 농촌이 고령화됨에 따라 홀로 사는 노인이 많아지며 끼니를 거르는 상황이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이에 정부에서 보조를 통해 가사도우미를 지원해 일정 시간 어르신들의 집을 돌며 장을 봐주거나 반찬을 만들어주지만, 지역에 도우미 인원은 한정적이고 어르신 수는 많기 때문에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상황이다.

박래녀 씨도 농한기에는 그나마 괜찮지만 농번기에는 인근에 거주하는 시댁 어른들의 식사를 제대로 챙기지 못하는 점이 늘 마음에 걸렸다. 농사일이 바쁠 때에는 ‘어른들이 식사를 챙겨 드셨을까’라는 걱정이 앞선다. 이 같은 고민은 박래녀 씨 뿐만 아니라 다른 여성농업인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라는 게 박래녀 씨의 설명이다. 이에 박래녀 씨는 마을공동급식이 지금보다 더 활성화 돼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박래녀 씨는 “지금 농촌지역에서 고령화로 인한 여러 문제가 대두되고 있는데 이 중 식사 해결 문제가 가장 시급하다”면서 “정부에서 지금보다 더 마을공동급식을 활성화하고 제대로 관리·감독해 어른들이 밥을 굶지 않고 여성농업인들도 마음 놓고 농사를 지을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줬으면 좋겠다”라고 강조했다.

안형준 기자 ahnh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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