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안형준 기자]

▲ 충남 천안시 직산읍에서 블루베리와 아로니아, 쌀을 재배하는 김명순 씨가 자신의 블루베리 농장에서 미소를 짓고 있다.

"값싼 외국산 과일 탓 설자리 줄어도
끝까지 과수 농사 포기하지 않을 것"

한·칠레 FTA로 싼 포도 밀려와
20년 지어온 거봉 농사 ‘위기’
2015년 블루베리로 작목전환

무농약·친환경 농법 자리 잡자
수입산 블루베리 늘어 가격 뚝
농가 중심 수입반대운동 펼쳐
"안전한 국내산 과일 찾아주길" 


“값싼 외국산 과일 때문에 국내 과수 농가들의 설 자리가 점점 줄어들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과수 농사를 포기하지 않을 겁니다.”

추적추적 봄비가 내리던 지난 4월 24일. 충남 천안시 직산읍의 조그마한 마을에서는 못자리 조성 준비가 한창이었다. 열다섯 번째 주인공인 김명순(65)씨가 품앗이를 하는 동네 주민들의 새참을 준비하다 환한 얼굴로 인사를 건넸다. 그는 현재 논농사 2만1157m2(6400평), 블루베리 8264m2(2500평), 아로니아 3305m2(1000평) 등 총 3만3057m2(1만평) 규모로 복합영농을 하고 있다.

그가 농사를 처음 시작한 건 지난 1980년. 1000평 남짓한 밭에서 포도농사를 시작했다. 거봉 품종을 주력으로 포도농사를 지었는데 포도가격이 좋아서 밭의 규모도 점점 커지고, 자녀 두 명의 교육까지 어려움 없이 뒷바라지 할 수 있었다.

2000년 중반 위기가 찾아왔다. 2004년에 한·칠레 FTA가 발효되며 값싼 칠레산 포도가 물밀 듯이 수입됐고, 국내산 포도는 소비자에게 점점 외면받기 시작했다. 거봉 농사만 20년 이상 지은 베테랑 김명순 씨도 예외일 수 없었다. 거봉 가격이 점점 하락하며 다른 작목으로 전환을 해야 하는 상황이 닥쳤다. 3년가량을 고민한 결과 블루베리를 조금씩 재배하기 시작했다.

김명순 씨는 “거봉만 20년 넘게 농사를 지으면서 다른 작물로 전환한다는 것은 상상도 못했는데 막상 하락하는 거봉 가격을 보고 있으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라며 “그때 농가들 사이에서 블루베리 재배가 유행하기 시작했고, 수입이 괜찮다는 말을 듣고 조금씩 전환을 시작 했다”라고 회상했다.

그는 2010년에 기존의 포도밭을 절반으로 줄이고, 나머지 절반에 블루베리를 재배했다. 이어 2015년에는 포도밭은 없애고 블루베리로 완전히 재배를 전환했다. 하지만 블루베리 농사는 큰 어려움이 있었다. 블루베리 나무가 예민한 까닭에서다. 김명순 씨에 따르면 거봉에서 블루베리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충분한 시간을 두고 토양의 산도를 조정해가며 조성을 해야 했는데 충분히 준비를 하지 않은 상태에서 작목을 전환하다보니 블루베리 나무뿌리가 정상적으로 활착하지 못했다. 게다가 무농약·친환경 농법으로 블루베리를 재배하다보니 이 같은 상황을 극복하기까지 수많은 시간이 걸렸다.

또 다른 어려움은 블루베리 수입이었다. 수입 포도의 물량공세를 피해 블루베리로 전환을 했지만, 블루베리 역시 수입량이 점점 늘면서 가격이 떨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김명순 씨는 주변의 블루베리 농가들끼리 블루베리 수입 반대 서명 운동을 펼치고 있다.

이와 관련 김명순 씨는 “포도 수입량이 늘어 포도 농사를 접고 블루베리로 전환했는데 블루베리 수입량도 늘어 이젠 어디로 가야할지 모르겠다”라며 “정부가 블루베리 수입량이나 수입 시기를 조절해줬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이 같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김명순 씨가 블루베리 농사를 포기하지 않는 이유가 있다. 그는 현재 블루베리 대부분을 작목반을 통해 지역 농협에 납품하고 있는데, 블루베리를 맛본 소비자들이 지역농협에 전화를 걸어 맛과 신선함을 칭찬했다는 소리를 들을 때마다 농사를 더 잘 짓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는 것이 김명순 씨의 설명이다.

그는 “소비자들이 믿고 먹을 수 있는 안전한 먹거리를 생산한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계속 농사를 이어 나갈 것”이라며 “소비자들도 수입 과일보다는 안전한 국내산 과일을 많이 소비해줬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안형준 기자 ahnh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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