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농 6년차, 첫 멜론 완판…귀농인 정착 돕고파"

▲ 이기순 가브리엘 농장 대표가 출하를 앞둔 멜론을 들고 있다.

30년 동안 반도체 회사 다니다
‘행복한 삶’ 찾아 2013년 귀농

처음 짓던 오이 농사 노하우로
당도 높고 과육 꽉찬 멜론 생산
SNS 적극 활용 직거래도 ‘척척’


“멜론 농사로 성공해 귀농하는 사람들에게 농사기술을 알려주고, 정착하는데 도움을 주고 싶습니다. 훗날 그 사람들도 성공해 또 다른 귀농인을 도와주면 농촌이 달라질 겁니다.”

귀농 6년차 이기순(54) 가브리엘 농장 대표의 말이다. 이기순 대표는 지난 2013년 1월부터 농사꾼으로 살고 있다. 그는 현재 충남 예산군 신안면에서 남편과 함께 총 8925m2(약 2700평) 규모로 멜론과 오이, 열무 농사를 짓고 있다. 그가 2013년 귀농하기로 결심한 건 도시에서의 삶이 지쳤기 때문이다.

그는 약 30년 동안 반도체 회사에서 품질관리 업무를 했다. 높은 직책까지 올랐지만 도시에서의 삶은 행복하지 않았다. 그래서 2012년 귀농을 결심했고, 남편과 함께 천안시 병천면에 7272m2(약 2200평) 규모의 땅을 임대해 오이 농사를 시작했다.

오이 농사는 녹록치 않았다. 거금을 들여 시설 하우스를 지었지만 농사에 대한 기술이 없었기 때문이다. 가장 큰 문제는 흙이었다. 임대한 땅은 헌 포장이었는데 선충이 존재했다. 아무리 약을 뿌려도 선충이 박멸되지 않아 오이가 제대로 클 수가 없었다.

어렵게 오이를 출하해도 돈을 벌 수 없었다. 오랜 기간 품질관리 업무를 했던 까닭에 오이를 출하할 때도 오이를 일일이 자로 재고, 휘어짐도 규격에 맞춰 적합한 오이만 출하하다보니 출하하지 못하는 오이가 더 많았다.

“귀농 초기에 농산물을 공산품처럼 여기고 매뉴얼에 맞게 비료를 주고 출하할 때도 규격에 맞는 오이만 출하하면 될 것이라 여겼습니다. 하지만 농사는 공업과 다르다는 점을 깨달았습니다. 매일 관심을 갖고 천 번의 절을 하듯 들여다봐야 되더군요.”

설상가상으로 지난해 7월 병천 지역에 폭우가 내려 수해피해를 입었다. 이 대표는 농장을 정리하고, 지금의 예산으로 내려와 농사 2막을 시작했다. 그가 오이에 이어 두 번째 작물로 선택한 건 멜론이었다. 오이 농사를 지으며 터득한 농사기술을 멜론에 접목했다. 그 결과 당도가 높고 과육도 꽉 찬 멜론을 생산하게 됐다.

이 대표는 “오이 농사가 기술을 많이 필요로 하는데 그동안 배우고 터득한 기술을 멜론 농사에 적용하니 멜론의 생육 상태가 매우 좋았다”면서 “값비싼 경험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올해 6월 처음으로 멜론을 수확했다. 생산한 멜론은 모두 판매됐다. 오히려 없어서 팔지 못할 지경이었다는 게 이 대표의 설명이다. 이 대표는 수확한 멜론 중 30%는 서울 가락동시장에 올려 보내고 나머지 70%는 직접 판매한다.

직접 판매의 비중이 높음에도 멜론을 모두 판매할 수 있던 건 이 대표가 SNS(소셜 네트워킹 서비스)를 적극 활용했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올해 충남정보화농업인전진대회에서 IT 활용마케팅 우수상을 받을 정도로 SNS에 능숙하다. 이렇듯 활발하게 SNS를 하다 보니 온라인상에서 입소문을 타 멜론 주문량이 많다는 것이 이 대표의 설명이다.

이와 관련 이 대표는 “처음 귀농했을 때 아는 사람도 없고 외로워 SNS를 시작하게 됐고, 농사 일기를 SNS에 꾸준히 올렸는데 많은 분들이 좋아해줬다”면서 “자신들이 먹을 멜론을 SNS를 통해 직접 보니 믿음이 커졌고, 그 결과 멜론을 모두 판매할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향후 멜론 농사 규모를 더 넓히고 더 나아가 귀농인들 돕는 것이 최종 목표라고 한다. 자신이 겪은 시행착오를 귀농인들이 겪지 않고, 빨리 정착할 수 있도록 기술과 금전을 지원하는 게 꿈이라는 것이다.

이 대표는 “단순히 나 혼자 돈을 벌어 잘 사는 게 아닌, 다 같이 잘 먹고 잘 살아야 농촌이 유지될 수 있다”면서 “귀농인들이 나와 같이 값비싼 귀농 수업료를 지불하지 않고 잘 정착할 수 있도록 돕는 게 가장 큰 목표다”라고 강조했다.

안형준 기자 ahnh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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