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마 농사로 아이 둘 결혼까지 시켰지요”

▲ 충남 당진에서 고구마를 농사짓는 박희경 씨가 자신의 고구마 밭에서 미소를 짓고 있다.

결혼하고부터 농사짓기 시작
7000여평 고구마 재배
흔한 성장억제제도 사용 없이
일일이 다듬는 수고 마다않고
줄기까지 판매해 수익 제고


“요즘 같은 폭염 날씨에는 고구마 밭에 물주는 게 가장 큰 일이에요. 고구마 밭을 옮겨 다니면서 물을 주다보면 땀으로 온몸이 흥건해지는데 하루에 샤워를 네 번해도 모자랄 지경입니다.”

충남 당진시 고대면에서 약 3만6363m2(1만1000평) 규모로 복합영농을 하는 박희경 씨는 요즘 계속되는 폭염의 날씨 때문에 근심이 크다. 박희경 씨가 주력으로 농사짓는 작물은 고구마(7000평)인데 폭염과 강한 햇볕 때문에 잎과 줄기가 타버렸기 때문이다. 이 같은 이유에서 하루 종일 고구마 밭에 나가 스프링클러를 작동하며 물주는 것에 정성을 들인다.

박희경 씨가 고구마 농사를 짓기 시작한 건 지난 1983년 남편과 결혼한 직후다. 인천광역시에서 자란 도시 처녀가 충남 당진에 내려와 농사를 지으려 하니 모든 게 생소했다. 그래서 처음 선택한 재배작물이 다른 작물에 비해 손이 덜 가는 고구마였고, 때마침 인천과 당진을 오가는 중간거래상이 생겨 판로도 마련됐기에 지금까지 고구마 재배를 이어오고 있다. 그가 고구마 농사를 지으며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건강’으로, 고구마를 가족이 먹는다고 생각하며 농사를 짓고 있다. 따라서 흔한 성장억제제도 절대 사용하지 않고 있다. 주변에서는 소비자가 선호하는 맛과 모양, 크기의 고구마를 생산하기 위해 성장억제제를 사용하며 적극적으로 추천했지만 가족들이 먹는다고 생각하면 차마 사용할 수 없다는 게 박희경 씨의 설명이다.

박희경 씨는 “성장억제제를 쓰면 고구마가 맛도 더 좋고, 모양이나 크기도 더 보기 좋지만 가족들이 먹는다고 생각하면 차마 사용할 수 없었다”면서 “성장억제제를 사용하지 않은 고구마가 덜 팔리면 고구마 줄기를 팔아서 부족한 부분을 메꾸면 된다”라고 말했다.

고구마 줄기는 박희경 씨의 수입 중 큰 부분을 차지한다. 고구마 줄기를 판매하려면 일일이 다듬는 노동이 필요하기 때문에 다른 농가들은 기피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박희경 씨는 고구마 줄기가 고구마를 판매한 것보다 수익이 더 발생하기 때문에 힘들어도 판매를 하고 있다. 실제 지난해 기준 고구마는 10kg 한 상자에 2만원에 판매했지만, 고구마 줄기는 한 단(4kg)에 9000원~1만2000원에 판매해 꽤 괜찮은 수익을 올렸다.

박희경 씨는 이 같이 고구마와 고구마 줄기를 판매한 돈으로 가정경제에 한 축이 됐다는 점에서 굉장히 뿌듯하다고 말한다. 몸은 좀 힘들지만 농산물을 판매해 웬만한 대기업 직장인보다 수입이 많았고, 또 이 돈으로 1남 1녀를 공부와 결혼까지 시켰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박희경 씨는 “남편이 직장을 다니며 돈을 벌고 있지만, 내 손으로 농사를 지어 번 돈으로 아이들 교육과 결혼까지 시키니 굉장히 뿌듯하다”면서 “여성농업인으로서 자부심을 갖게 돼 좋다”라고 강조했다.

박희경 씨는 마지막으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 여성농업인 관련 정책 홍보를 강화해 줄 것을 강조했다. 박희경 씨에 따르면 충남의 경우 여성농업인을 위한 행복바우처 사업을 시행하고 있는데, 홍보가 제대로 되지 않아 올해 처음 혜택을 봤다. 또 사용처로 등록된 가게에서 행복바우처 카드로 결제하려 했지만 주인이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사용하지 못한 경우도 있다. 따라서 행복바우처 사업이 제대로 정착하려면 정부와 지자체의 적극적인 홍보가 필요하다는 것이 박희경 씨의 주장이다.

박희경 씨는 “지인이 알려줘서 올해 처음으로 여성농업인 행복바우처 카드를 사용했다”면서 “지자체에서 해당 정책을 적극적으로 홍보해 더 많은 여성농업인이 사용할 수 있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안형준 기자 ahnh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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