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향리 인근에 또 군사시설…삶의 터전 지킬 것"

▲ 김영애 씨가 농장에 들어서자 생후 일주일 된 송아지가 주인을 알아보고 반가움을 표하고 있다.

젖소 100마리로 매일 1톤 납유
남편과 둘이 목장 운영 만족

20여년 간의 폐쇄 투쟁 ‘결실’
미군 폭격장은 없어졌지만
공군기지 건설 논의에 한숨
시간 쪼개 ‘반대 운동’ 열심


“매향리 인근에 군사시설과 공단이 들어서면서 농업인들이 마음 놓고 농사를 짓지 못하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는 게 안타깝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기하지 않고 삶의 터전을 지켜나갈 것입니다.”

김영애 씨는 경기 화성시 매향리에서 젖소 100여마리(착유우 30마리, 송아지 70마리)를 사육하며 매일유업에 매일 1톤을 납유하고 있다. 그가 본격적으로 낙농업에 뛰어든 것은 1989년 남편과 결혼하고 부터다.

낙농업은 시작부터 순조롭지 못했다. 시부모님 밑에서 함께 낙농업을 하며 지역 축협조합장인 시아버지의 뒷바라지를 하다 보니 수중에 남은 돈도 없었고, 이에 따라 목장 규모도 키울 수 없었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IMF 즈음 시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남은 건 빚밖에 없었다. 하는 수 없이 땅과 젖소를 팔며 빚을 갚고, 주변 환경을 정리했다. 당시 납유량 500kg에서 조금씩 쿼터를 구매하기 시작했고, 성실하게 일하다보니 약 2배인 1톤까지 납유량이 늘어났다.

김영애 씨는 현재의 납유량 수준에 만족한다. 남편과 둘이 목장일을 하는데 납유량이 1톤보다 많으면 젖소 관리도 힘들고, 일하는 본인도 스트레스를 받기 때문에 지금의 납유량에 만족하며 욕심 부리지 않겠다는 것이 김영애 씨의 설명이다.

김영애 씨는 “욕심 부리지 않고 차근차근 성실하게 목장을 키워왔는데 앞으로도 주어진 납유량에 만족하며 건강한 우유를 생산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그에게는 큰 고민거리가 생겼다. 경기도 화성시 매향리 주변에 공단이 들어서고 공군비행장 건설이 논의되며 점점 농사를 짓는 게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매향리는 과거에도 이 같은 아픔이 한차례 있었기 때문에 더욱 지역사회가 예민한 상황이라는 것이 김영애 씨의 설명이다.

김영애 씨에 따르면 매향리는 과거 1951년부터 미군부대의 비행기 폭격장(쿠니사격장)이 위치해 폭격 때마다 젖소들이 유산하고, 농가들도 정신적으로 피해를 입는 등 피해가 컸다. 이에 주민들이 20여년 동안 폐쇄 투쟁을 벌였고, 결국 미군 폭격장은 2005년에 폐쇄됐다.

하지만 평화도 잠시뿐이었다. 최근 화성지역에 공군비행장이 들어선다는 이야기가 들리며 지역 농가 및 주민들이 다시 큰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이에 따라 김영애 씨는 바쁜 목장일에도 불구하고 시간을 쪼개 마을 집회에 참여해 화성지역 공군기지 건설 반대 운동을 펼치고 있다.

이와 관련 김영애 씨는 “미군부대 폭격장 폐쇄 운동을 벌일 때에도 지역 주민들의 몸과 마음고생이 심했는데, 정부가 또다시 이곳에 공군비행장을 건설한다고 하니 씁쓸할 따름이다”라며 “지역 주민들은 정부의 보상보다는 농사를 마음 편하게 짓고, 주변 환경을 보존하고 싶은 마음뿐이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외로운 싸움을 하고 있는 화성 지역 농민들에게 많은 응원과 관심을 부탁드린다”라고 말했다.

안형준 기자 ahnh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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