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안형준 기자]
믿고 먹는 친환경 사과
소비자 마음 꽉 잡았다
고질병인 허리 통증에도 불구
20년 전부터 자연 농법 고수
오전에 없애도 오후에 또 자라는
잡초 제거 하는게 가장 힘들어
못생겨도 안전하고 과육 단단
수확량의 80%는 직거래로 팔려
“저는 할 줄 아는 게 농사밖에 없어요. 그래서 죽기 전까지 농사를 열심히 지을 것 같습니다. 일할 땐 힘들지만 수확한 사과를 소비자들이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면 매우 뿌듯합니다.”
경북 영주시 부석면에서 36년째 사과를 주력으로 농사를 짓고 있는 금경애 여성농업인은 현재 약 2만3140m2(7000여평)의 사과 농장을 운영 중이다.
금경애 씨에 따르면 사과 농사는 육체적으로 힘들고, 연중 내내 일하기 때문에 쉬는 시간도 부족하다. 그의 일 년 농사는 2월에 사과나무의 전정 작업으로 시작된다. 전정 작업을 마치면 3월에는 땅에 유황을 뿌리고, 4월 중순에 들어서면 사과나무의 꽃을 따기 시작한다. 이후 5월 말부터는 적과 작업을 시작해 장마가 오기 전까지 도장지 작업을 끝마친다. 8월 초부터 조생종 사과를 시작으로 9월 중순부터 10월 초까지 중생종, 10월 중순부터 12월까지 부사사과를 출하하고 있다.
결국 그가 1년 중 두 다리를 뻗고 쉴 수 있는 기간은 12월부터 1월까지 단 2개월뿐이다. 쉬는 기간에도 온전히 쉴 수 없다. 사과 농사를 짓는 농업인의 고질병인 허리 통증을 치료하러 다니거나 수영 등을 통해 재활 훈련을 하며 시간을 보낸다.
금경애 씨는 “사과 농사가 허리를 많이 쓰는 까닭에 허리가 온전한 사람을 찾아보기 힘들다”라며 “병원에서 수술을 권유하는데 수술을 하면 1년 농사를 포기해야 하니 수술을 결정하는 것도 어려운 일”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고질병에도 불구하고 금경애 씨가 포기하지 않는 것이 있다. 바로 친환경 농사다. 그는 20년 전 관행 농법에서 자연 농법으로 전환했다. 처음에는 정부의 저농약 제도에 맞춰 차근차근 전환을 진행했는데 어느 순간 저농약 제도가 없어졌다. 하지만 금경애 씨는 그동안 진행한 저농약 농법이 아쉬워 친환경 농법으로 농사를 짓고 있다.
친환경 농법으로 농사를 지을 때 가장 힘든 건 ‘잡초 제거’라는 게 금경애 씨의 설명이다. 무더운 여름에 무거운 예초기를 메고 잡초를 제거하면 허리도 아프고 작업 후에는 손이 떨려 밥을 먹기도 힘들다. 그를 더욱 힘들게 하는 건 오전 내내 예초한 곳이 오후가 되면 잡초가 또 자라있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친환경 농사를 포기할 수 없는 이유는 ‘믿고 먹을 수 있는 먹거리를 생산하겠다’라는 농사 철학 때문이다.
금경애 씨의 이 같은 농사 철학은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금경애 씨가 수확한 사과는 대부분 직거래를 통해 판매된다. 현재 사과의 80%는 직거래와 도시 아파트 부녀회 등을 통해 판매하고 있고, 나머지 20%는 지역 농협에 위탁판매를 하고 있다.
금 씨는 “몸은 힘들지만 내 자식이나 친지들이 마음 놓고 사과를 먹을 수 있게 농사를 짓고 싶어 친환경 농법을 선택했다”면서 “비록 다른 사과에 비해 모양은 못생겼지만 안전하고 과육이 단단하며 당도가 높다는 이유에서 도시 소비자들이 많이 찾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금경애 씨는 사과 농사 외에도 지역 사회에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그 중 하나는 마을의 총무직을 맡으며 마을 살리기 활동을 하고 있다. 최근 활발하게 펼치는 활동은 ‘동네 펜션’ 살리기다. 정부에서 농촌 지역 마을에 ‘동네 펜션’을 지어주고 운영을 맡겼는데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경우가 태반이라는 것이 금경애 씨의 설명이다.
따라서 부석면을 찾는 관광객을 대상으로 사과 따기와 지역 특산물을 이용한 체험 학습 등의 프로그램을 마을 차원에서 개발해 ‘동네 펜션’을 활성화하고 지역의 수익 창출에 이바지하겠다는 계획이다.
이와 관련 그는 “농촌에 농사 외에 수익을 창출할 요소가 없다보니 신규 인구 유입은 되지 않고, 70대 이상의 노년층만 남아 있어 경제적으로 위기인 상황”이라며 “동네 펜션을 단순히 관광객들이 머물고 가는 공간이 아닌 마을 차원에서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해 지속적으로 외부인이 찾고 더불어 지역 경제에 도움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말했다.
안형준 기자 ahnhj@agri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