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 닿을 때까지 농사 지으며 농촌 지킬 거에요"

[한국농어민신문 안형준 기자]


인삼 농사서 중요한 건 ‘날씨’
10번 수확하면 2번만 본전 찾아

이상기후로 가공에 눈 돌렸지만
가공장 부지 용도변경 벽 막혀

관련 특별법 제정·조례 변경 등
농가들 쉽게 접근토록 조치를


“농촌과 농업이 좋아서 고향에 남아 농부와 결혼해 농사를 지었는데 벌써 31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네요. 앞으로도 힘이 닿을 때까지 농사를 계속 지으며 농촌을 지킬 겁니다.”

충북 음성군 원남면에서 6만6115㎡(약 2만평) 규모로 인삼 농사를 짓고 있는 박희남(55) 씨는 농업과 농촌에 대한 애정이 깊다. 그가 농업을 처음 접한 건 고등학교 시절이다. 4-H 활동을 통해 농촌과 농업을 이해하고 농기계 사용법을 배우며 경진대회에 나가 수상을 하면서 점점 더 빠져들었다. 1988년에 농부인 남편을 만나 결혼하며 담배와 고추, 참깨 농사를 본격적으로 시작했고, 1991년부터는 작물을 전환해 쌀과 인삼 농사를 지었다.

박희남 씨는 요즘 매우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직파했던 인삼이 잘 자랄 수 있도록 인삼밭에 지주목을 박고 비가림시설을 설치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일이 사람의 손으로 작업하기 때문에 하루 24시간이 모자랄 지경이다.

그는 인삼 농사에서 가장 중요한 것으로 ‘날씨’를 꼽았다. 천재지변에 민감한 까닭에 항상 날씨를 예의주시해야 한다. 실제로 과거 여름에 태풍 매미와 볼라벤 등으로 인해 인삼밭이 모두 날아가 큰 재산피해를 입었다. 또 겨울에는 폭설이 내려 비가림시설이 주저앉아 인삼이 피해를 입어 한 해 농사를 망친 것도 부지기수였다.

박희남 씨는 “인삼 농사는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10번을 수확하면 2번만 본전을 찾고 나머지 8번은 원가 이하의 수익을 내는 게 일쑤”라며 “최근에는 폭설이나 태풍뿐만 아니라 이상기온으로 인한 폭염 등으로 인삼이 가늘고 수확량도 기존의 절반 밖에 되지 않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라고 말했다.

인삼 농사가 이상기후로 인해 어려움을 겪자 박희남 씨는 인삼 가공에 눈을 돌렸다. 인삼액을 가공 생산해 판매하면 어느 정도 피해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서다. 하지만 그의 계획은 생각지도 못한 벽에 가로막혔다. 가공장 건설을 위한 부지의 용도 변경이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는 “정부에서 6차산업을 장려하는데 농가들이 막상 농산물 가공품을 생산하려고 하면 각종 법에 가로막혀 실행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라며 “중앙정부나 지방자치단체에서 농산물 가공 관련 특별법을 제정하던지 조례를 바꿔 농가들이 지금보다 더 쉽게 농산물 가공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박희남 씨는 힘든 농사일 중에도 절대 포기하지 않는 것이 있다. 바로 여성농업인 관련 단체 활동이다. 그는 1996년 한국여성농업인중앙연합회가 출범할 때부터 활동하기 시작했다. 한여농음성군연합회의 초대 사무국장을 비롯해 회장을 맡았고, 올해에는 한여농충북도연합회 정책부회장직을 맡아 활동하고 있다.

그는 한여농충북도연합회 정책부회장을 수행하며 가장 큰 목표가 조직을 재정비하고, 또 지자체가 이를 지원할 수 있는 컨텐츠와 정책을 발굴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이는 지역의 한여농 회원이 계속 줄어들어 조직력이 약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최근 한여농 회원의 나이가 고령화되면서 60대 중반이 되면 활동을 하지 않는 회원이 많아지고, 젊은 회원이 들어오지 않으면서 조직이 약화되고 있다”면서 “고령과 젊은 한여농 회원들을 끌어들일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관련 정책을 지자체에 건의해 한여농이 보다 활성화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안형준 기자 ahnh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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