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의 농림축산식품부 국정감사에서 김영록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농해수위 위원들에게 업무보고에 앞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김흥진 기자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가 지난 12일 농림축산식품부를 대상으로 국정감사를 진행했다. 제20대 국회의 두 번째 국감에서 농해수위원들은 한·미 FTA 개정협상과 함께, 쌀값 안정, 농어촌상생협력기금, ‘부정청탁 및 금품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 등을 주요 화두로 다뤘다. 특히 이번 국감은 9월 28일에 선출된 설훈 농해수위원장이 처음 주재하는 국감이라는 점도 농업계의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핫 이슈 한·미 FTA

미, 쌀 관세율 513% 무기로
타 작물 추가개방 요구할 듯
“논의 사항 솔직하게 공개
협상 깰 수도 있다는 자세로
당당하게 임해 달라“ 주문

김영록 “농업 희생없게 최선”


농해수위의 국감 첫 날. 농식품부 국감의 최대 쟁점은 ‘한·미 FTA 개정협상’이었다. 한미 양측이 한·미 FTA 개정협상에 착수하기로 하면서 농업계의 촉각이 ‘한·미 FTA 개정협상’에 쏠려 있기 때문이다.

김성찬 자유한국당(경남 창원·진해) 의원은 “한·미 FTA 개정협상에 국민들 걱정이 상당히 크다”며 “농식품분야 개방으로 농어촌의 피해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특히 ‘쌀’이 한·미 FTA 개정협상 과정에서 희생돼선 안된다는 생각도 명확히 했다. 박완주 더불어민주당(충남 천안을) 의원은 “쌀이 관세율(513%) 검증과정에 있기 때문에 이제 한·미 FTA 개정협상에서 쌀도 얘기할 수 있다”며 “정부는 향후 모든 FTA에서 쌀은 양허제외한다는 기본방침을 지켜야 한다”고 당부했다. 정인화 국민의당(전남 광양·곡성·구례) 의원은 “미국이 우리나라에 제시할 수 있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쌀 513% 관세를 무기로 다른 농축산물의 추가개방을 요구하는 것”이라며 “쌀은 물론, 타작물의 관세인하와 추가개방 요구도 철저하게 막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영록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미국의 대응별로 시나리오에 따라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답했다.

이 같이 걱정과 함께 농해수위원들은 정부를 향해 “한·미 FTA 개정협상에 당당하게 임해달라”고 한목소리를 냈다.

김현권 더불어민주당(비례) 의원은 “우리가 꿇려서 협상할 필요가 없다”며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자료를 보면, 한·미 FTA가 종료됐을 때 2억6000만달러의 우리나라 경상수지 개선효과가 생기는 만큼 한·미 FTA에 당당하게 임하는 것이 협상의 중요한 전략”이라고 제시했다.

이만희 자유한국당(경북 영천·청도) 의원은 미국이 요구할 것으로 예상되는 안을 적시하게도 했다. ‘미국산 쌀에 대한 TRQ 별도 제정’, ‘쇠고기·돼지고기·낙농품 등에 대한 관세 조기철폐’, ‘농식품 검사·검역 대폭 완화(지역화 규정 포함)’, ‘농산물 세이프가드(ASG) 상향 조정’ 등이다. 그러면서 이 의원은 “당당하게 협상에 임해달라”면서 “한미간 이뤄지는 논의사항들을 솔직하게 농민들에게 공개하고, 이를 바탕으로 최적의 방안을 마련해나가는 게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영록 장관은 “미국이 61억 달러의 흑자를 보고 있기 때문에 우리 농업의 피해가 큰 상황에서 농민들의 희생을 줄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응답했다.


|국감 주요내용

“정부 시장격리물량 더 확대
20년 전 쌀값 회복시켜야“
‘초·중·고 아침급식’ 제안도

“청탁금지법 적용 대상서
국산 농축산물 반드시 제외”
상생기금 조성방안 따져


▲농업 예산=2018년 농식품부 예산은 올해보다 단 53억원 늘어난 14조4940억원으로 전년 대비 증가율은 0.03%. 농해수위원들은 ‘농업홀대론’을 꺼냈다.

황주홍 국민의당(전남 고흥·보성·장흥·강진) 의원은 “농업예산(농식품부 예산) 증가율인 0.03%는 무시해도 되는 수준으로 물가인상률 2~3%를 감안하면 대폭 뒷걸음질 친 것”이라며 “이명박 정부 3.2%, 박근혜 정부 1.6% 등 역대 정부와 비교해도 사상 최저치”라고 분석했다. 이만희 의원은 “EU는 38%를 배정하고 있고, 미국은 4.1%를 차지하고 있으며, 일본은 지난해 대비 15%나 예산을 늘리는 등 선진국들의 농업예산 비중을 높여나가는 방향성이 같다”고 강조했다. 이 의원은 “농업예산 측면에서 본다면 정부가 농업과 농민의 현실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쌀값 안정=올해 정부가 공공비축미 35만 톤과 시장격리곡 37만톤 등 총 72만톤을 매입하기로 한 가운데 쌀값 안정을 위한 대책을 보완할 것도 촉구했다.

부친상으로 부득이하게 국감장에 배석하지 못한 이개호 더불어민주당(전남 담양·함평·영광·장성) 의원은 보도자료를 통해 “20년 전으로 떨어진 쌀값 회복을 위해서는 정부의 시장격리 물량을 85만톤 이상으로 늘려야 한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72만톤은 2016년과 비교해 3만톤 증가한 것에 불과해 현재 대책으로는 20년전 수준의 쌀값을 회복하는 데 역부족”이라고 설명했다.

위성곤 더불어민주당(제주 서귀포) 의원은 쌀 소비에 초점, ‘초·중·고 아침급식’을 제안했다. 위 의원은 “초등학생이 연간 190일동안 쌀 간편식을 먹으면 쌀이 8400톤 가량 소비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학생들의 건강권을 보호하고, 쌀 소비도 촉진하는 중요한 정책”이라고 밝혔다.

▲청탁금지법=청 탁금지법 적용대상에서 ‘국산 농축산물’을 제외해야 한다는 농해수위원들의 질의에 대해 김영록 장관이 “국산 농수산물만 제외토록 하는 것은 WTO 위반”이라고 답한 점도 논란됐다. 이완영 자유한국당(경북 고령·성주·칠곡) 의원은 “농수산물을 청탁금지법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말하자, 김 장관은 “관계부처 검토 결과 국내 농수산물만 제외하는 것은 WTO에 위배될 수 있고, 전체 농수산물 제외는 법으로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완영 의원은 “정말로 위반된다면 농민들에게 가액조정밖에는 없다고 알려야 하는 것 아닌가”라며 “정확하게 다시한번 발표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양수 자유한국당(강원 속초·고성·양양) 의원도 “처음 듣는 얘기”라며 “수입산 농수산물을 선물하는 경우는 많지 않기 때문에 법률검토를 제대로 해서 국내란 말을 빼도 무방하다고 본다”고 제안했다.

▲농어촌상생기금=농어촌상생협력기금 실적이 저조하다는 문제도 제기됐다. 정인화 의원은 “농어촌상생기금으로 10 년간 1조원을 조성하기로 했는데, 56억원에 불과하다”며 “올 연말까지 1000억원이 가능하다고 보는가”라고 따져물었다. 홍문표 자유한국당(충남 홍성·예산) 의원은 “정부가 적극적인 방법으로 농어촌의 어려운 실정을 절실하게 얘기하고, 법 테두리 안에서 농어촌상생기금을 모으는 데 도움을 줬으면 좋겠다고 기업에 얘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영록 장관은 “1000억원을 금년 내에 모금하기는 대단히 어려운 처지에 있다”며 “산업통상자원부와 협의해서 대안을 마련해보도록 하겠다”고 대답했다.

조영규 기자 choyk@agrinet.co.kr


설훈 위원장, 첫 국감 ‘내공’ 돋보여

“타 위원회의 모범을 보여왔던 전통을 이어갈 수 있도록 위원장으로서 소임을 다하겠습니다.”
9월 28일에 농해수위의 수장으로 선출된 설훈 위원장이 국감을 시작하기 전 농해수위원들에게 밝힌 첫 인사말이다. 4선 국회의원인 설 위원장도 농해수위는 처음. 그는 “농해수위는 전통적으로 여·야 구분없이 농정의 어려운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 한마음으로 활동하는 상임위라고 들었다”면서 이 같이 말했다. 인사말을 마친 설 위원장은 곧바로 농정과제를 하나하나 짚어내는 내공을 보이기도 했다. 설 위원장은 “최근 9월말 기준 산지쌀값이 평균 대비 17.7%나 낮은 13만3000원 수준으로 쌀 대란이 현실화되고 있다”면서 쌀과 함께, 가축질병이 상시화되고 있다는 점, 식품안전과 검역시스템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는 점, 통상에서 더이상 농산물을 협상의 지렛대로 사용해선 안된다는 점 등을 지적했다.

국감을 주재하던 설 위원장은 ‘증인·참고인 심문’을 마치기 직전 “농협 하나로마트가 수입산을 판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신뢰를 잃을 수밖에 없다”며 “이게 어그러지기 시작하면 하나로마트 존재 자체가 사라지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국감 현장

▲ 한우선물세트를 내보이며 청탁금지법 개정을 요구하고 있는 이완영 의원.

이완영 의원 ‘한우선물세트’ 주목
○…국감장에 ‘한우선물 세트’가 등장. 자유한국당의 ‘김영란법 대책 TF’ 위원장이기도 한 이완영 의원이 청탁금지법 수정 이유를 설명하기 위해 준비한 것. 청탁금지법 시행령에서 정한 선물의 가액기준 5만원으로는 한우선물세트의 1/4만 채울 수 있고, 시행령 개정을 통해 선물 가액범위를 5만원에서 10만원으로 올려도 온전한 한우선물세트 하나를 만들 수 없다는 게 이 의원의 얘기. 이 의원은 “가액만 가지고 말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생각한다”는 의견 제시.

농협 하나로마트 수입농산물 ‘도마’
○…증인·참고인 심문에 참석한 박형대 전국농민회총연맹 정책위원장이 설훈 농해수위원장에게 농협로고가 달린 ‘수입과일 꾸러미’를 전달. 하나로마트에서 수입농산물이 판매되고 있는 현실을 알리기 위해 하나로마트에서 팔고 있는 바나나, 파인애플, 포도 등 수입과일로 선물바구니를 만든 것. “농협 정체성이 허물어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는 박 위원장의 지적에 황주홍 의원도 “현장단속 뒤에도 82개의 하나로마트에서 수입농산물 판매하고 있더라”고 같은 목소리. 장관은 “행정지도를 해나가겠다”고 약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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