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서 열린 농협과 농협경제지주 등의 국정감사에서 김병원 농협중앙회 회장과 지주회사 임원들이 의원들의 질의를 청취하고 있다. 김흥진 기자

수확기 발빠른 수매 주문·경영난 RPC 지원 모색을
“김 회장 공약한 상호금융 운용수익률 5% 가능한가”
“시중 판매제품보다 계통구매가격이 더 높아” 질타


농협중앙회를 비롯해 농협경제지주와 농협금융지주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는 수확기 쌀값 안정에 대한 농협의 역할론과 함께 김병원 농협중앙회장의 공약사항 중 하나였던 상호금융 별도분리 문제, 농협중앙회 이사에 대한 수당 문제, 계통구매물품의 가격 문제 등이 제기됐다. 특히 농협중앙회 이사에 지급되는 수당 문제는 이사회 운영방식과 회의록 작성 문제로까지 지적이 옮아 갔다.

▲수확기 쌀값 안정=농협중앙회 국감에서 의원들은 농협이 수확기를 맞아 발 빠른 수매를 진행해 줄 것을 당부했다. 첫 질의에 나선 황주홍(전남 고흥·보성·장흥·강진) 의원은 “최악의 상황에서는 빠져 나온 것 같다”면서 “하지만 ‘이젠 됐다’는 마음가짐을 가져서는 안되고,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 의원은 “산지쌀값은 2013년 17만5000원대를 나타낸 후 지속적으로 하락해 12만원대까지 떨어졌다가 최근 15만원대를 회복했다”면서 “차선을 17만5000원에 두고 조속한 농협의 산지쌀 매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황 의원에 따르면 지난해의 경우 농협의 산지매입은 12월말까지 지속됐다. 자칫 이른 시기에 ‘비싼 값에 사면 어쩌나’하는 지역농협들의 우려 때문이라는 게 황 의원의 분석이다. 이에 따라 황 의원은 “내달 중순까지는 농협이 매입을 완료하고, 수매를 할 때도 적정 수준에서 이뤄질 수 있도록 해 달라”라고 강조했다.

홍문표 자유한국당(충남 홍성·예산) 의원은 RPC에 대한 지원을 요청했다. 홍 의원은 “RPC가 100원이라도 더 비싼 가격에 사도록 하는데, 이렇게 되다보니 대부분의 RPC가 부실을 맞고 있다”면서 “매년 적자를 보는데 농협중앙회가 무이자자금을 준다고만 하지 말고, 이에 대한 시정조치도 강구해 달라”고 말했다.

▲상호금융 독립=김현권 더불어민주당(비례)의원은 “상호금융은 회원조합이 중앙회에 맡긴 돈이고, 이를 농협상호금융이 운용해 운용수익을 회원조합에 돌려주는 방식으로 운용된다”면서 “지난해 운용수익율이 2.8%가량 된다”면서 김병원 회장이 공약으로 약속했던 5% 수익 달성가능성을 따져 물었다.

김 의원은 “운영규모가 90조원이고, 평균적으로 회원조합당 28억원 정도가 가는 것으로 볼 수 있다”면서 “수익율이 5%가 되면 50억원정도가 회원조합으로 갈 수 있게 되는데, 이는 새로운 신사업을 하는데 쌈지돈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또 김병원 회장이 중앙회장 선거 당시 공약으로 약속한 상호금융 별도 분리에 대해 “농협상호금융을 독립시키겠다고 했는데, 공약 이행이 어려우니 상호금융 관련 연구용역을 준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나온다”면서 “처음 약속한 길로 갈 것인지” 물었다.

이에 대해 김병원 농협중앙회장은 “국내 상호금융 중 최대규모로 성장했고, 이런 차원에서 정확한 판단이 필요해 연구용역을 맞긴 상태”라면서 “처음 약속한 길로 가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최근 나온 상호금융 관련 연구용역 중간보고서에 대해서는 김현권 의원를 비롯해 다수의 의원들이 자료를 국감 현장에서 요청하기도 했다.   

▲중앙회 이사 수당=농협중앙회가 중앙회 이사들에게 지급하는 수당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김성찬 자유한국당(경남 창원 진해구) 의원은 “농민소득이 3700만원밖에 안되고, 부채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게 농민의 상황인데 이떻게 이런 생각을 할 수 있었느냐?”며 “중앙회 이사들이 월급여가 400만원이고, 그중 지역 조합장이 18명이나 된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또 “연간 5000만원이면 한우 150두 사육, 5만평 이상 농사를 지어야 한다”면서 “농민들이 여유가 있으면 모르겠지만 농업소득이 1000만원밖에 안되는데, 이를 받아들일 수 있겠느냐?”고 따져 물었다.

위성곤 더불어민주당(제주 서귀포) 의원은 “농협중앙회 이사회가 ‘프리패스 거수기’로 전락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위 의원은 “올해 들어 총 17개의 안건을 이사회를 통해 처리했는데, 모두 원안가결된 것으로 조사됐다”면서 “이사회 회의록에도 이의를 제기한 내용이 없었다”고 말했다.

위 의원은 올해 첫 이사회에서 통과된 이사 수당과 관련, “이미 이사들이 월 400을 받고 있었고, 추가로 하는 것은 상반기 하반기 해서 400씩 더 들일 수 있도록 한 것이냐?”는 물으면서 “회의록 내용에도 발언내용이 기재돼 있지 않고, 이런 상황에서 농민들이 농협중앙회를 신뢰할 수 있겠느냐?”고 따져 물었다.

그는 또 ‘이사회에는 승인될 것만 걸러서 올린다’는 농협중앙회 고위직의 해명에 대해 “이사회 외부가 아니라 내부에서 논의가 이뤄져야 하고, 이런 내용들이 회의록에 담겨야 발언에 책임을 지는 것 아니냐”면서 “외부에서 다 정리해서 이사회를 하면 누가 믿겠나? ”며 발언내용이 적시된 회의록을 작성해서 내년도 국감에 제출할 것을 중앙회장에게 요구했다.

▲계통구매 했다는 데=농협중앙회가 진행하고 있는 계통구매 문제도 도마 위에 올랐다. 계통구매를 할 경우 농자재 가격이 낮아져야 하는데, 오히려 일반시중판매품보다 더 높다는 지적을 농민들이 제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만희 자유한국당(경북 영천·청도) 의원은 “계통구매와 관련해 현장에서 불만이 많다”면서 “대량 구매하면 가격이 낮아져야 하는데 오히려 높은 상황이 발생하다 보니 그렇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이 의원은 “또 업체 선정과 가격 결정 등에 대한 불만과 함께 중앙회와 지역 농협이 또 다른 유통단계라는 지적, 그리고 농협이 경쟁력 없는 자회사를 지원하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면서 “이런 것들이 출하예약제나 계통판매, 대출 등과 연계가 돼 있기 때문에 쓸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점을 감안해 투명하게 계통구매 사업이 이뤄질 수 있도록 운영해 달라”고 말했다. 

▲밀 자급률·최저임금 대책도=한편, 의원들은 우리밀사업에 대한 농협차원의 지원과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대책도 주문했다. 이개호 더불어민주당(전남 담양·함평·영광·장성) 의원은 우리밀 산업에 대해 농협중앙회가 보다 관심을 가져 줄 것을 당부했다. 이 의원은 “쌀 소비는 줄고 밀 소비는 늘면서 연간 200만톤을 수입하고 있다”면서 “정부에서도 자급률을 10%로 하겠다고 했다가 5%로 조정했는데, 현재 자급률은 1.8%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이에 이 의원은 “우리밀조합의 가장 큰 애로점은 자금과 판로 두 가지인데, 우리밀조합이 농협중앙회 회원농협으로 가입할 수 있도록 할 생각은 없나?”고 물었다. 이에 대해 김병원 농협중앙회장은 “여건이 맞으면 회원농협으로 가입하도록 하겠다”면서 “판매는 우리밀조합의 것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안상수 자유한국당(인천 중구·동구·강화·옹진) 의원은 “최저임금 인상이 농촌에도 영향을 미칠 것인데 대책이 없는 것 같다”면서 “인력부족과 해외노동력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에서 인력도 모자라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허식 농협중앙회 전무이사는 “내년도 최저임금이 오르면 농가당 744만원정도를 더 부담하게 되는 것으로 분석이 됐다”면서 “정부가 소상공인과 영세자영업자에 대한 지원을 내놨는데, 농업도 지원대상에 포함될 수 있도록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진우·안형준 기자 leej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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