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경기 고양 이소연

[한국농어민신문 안형준 기자]

▲ 경기 고양시 덕이동에서 복합영농을 하고 있는 이소연 씨는 소농과 가족농들을 위한 농산물 전문 온라인 쇼핑몰 구축 및 운영이 꿈이다.

부모님 키운 상추 판매 계기로
지난 2014년 농업에 뛰어들어
배추 등 7933㎡ 복합 영농

농작물의 80%는 온라인 판매
카페 통한 직거래가 대부분
꾸준한 소통으로 신뢰 쌓아

내달 오픈 목표로 ‘쇼핑몰’ 준비
주변 농가 작물도 같이 팔 예정


“한국농업에서 소농과 가족농이 좀 더 잘 먹고 잘 살았으면 좋겠어요. 이들은 출하량이 적지도 많지도 않은 애매한 양이라서 도매시장에 출하를 하면 가격 면에서 불리해요. 그렇다고 매번 로컬푸드직매장에 출하하거나 직거래만 할 수도 없는 노릇이구요. 그래서 소농과 가족농이 자신의 농산물을 더 효율적으로 판매할 수 있는 온라인 쇼핑몰을 만들고 싶습니다.”

입동이 막 지난 11월 중순, 경기 고양시를 방문했을 때 처음 마주한 건 빽빽한 아파트 숲이었다. 빽빽한 아파트 숲을 지나자 정반대의 장면이 펼쳐졌다. 넓진 않지만 깔끔하게 정비된 밭과 비닐하우스에는 푸르른 배추가 김장철을 앞두고 수확을 기다리고 있었다.

배추밭의 주인인 이소연(29) 텃밭채농장 대표는 경기 고양시 덕이동에서 7933m2(2400평) 규모로 복합영농을 하고 있다. 그의 1년은 숨 쉴 틈 없이 바쁘게 돌아간다. 봄에는 열무와 상추를, 여름에는 젤리토마토와 사과토마토를 재배한다. 이어 가을에는 보라무와 빨강무를, 겨울에는 베타카로틴 배추(항암배추)를 재배하고 있다.

이소연 씨는 지난 2014년에 농업에 뛰어들었다. 대학에서 중국학과를 전공하고 취업 준비를 했지만, 경제 한파로 얼어붙은 취업 시장은 쉽게 문을 열어주지 않았다. 그러던 중 우연한 계기로 지역의 여성인력개발센터에서 온라인유통과정이 신설돼 교육을 받았다. 교육 과정에서 직접 인터넷을 통해 부모님이 재배한 상추를 팔았는데 다행히 결과가 좋았다. 이 과정에서 가장 걱정이었던 판로에 대한 자신감을 얻어 농업에 뛰어들게 됐다.

그는 “교육 과정이 온라인 판매 방법을 배우고, 실습 후 마지막에 사업자등록까지 마치는 것이었는데 실습과정에서 인터넷에 올린 부모님의 상추가 실제로 판매되는 모습을 보니 농업에 대한 가능성을 엿볼 수 있었다”면서 “이후 부모님과 상의를 마치고 바로 농업에 뛰어들게 됐다”라고 말했다.
 

▲ 김장철을 앞두고 수확을 기다리고 있는 베타카로틴 배추(일명 항암배추).


농업에 뛰어들었지만, 막상 모든 게 낯설고 쉽지 않았다. 그의 하루는 새벽부터 저녁까지 쉴 틈이 없었다. 하지만 타인이 시킨 일을 마지못해 하는 게 아닌, 자신이 모든 것을 책임진다는 생각으로 일을 하니 즐거웠다. 그의 하루는 새벽 5시에 일어나 새벽 수확을 하고, 오전 7시까지 출하할 농산물을 포장 후 오전 8시까지 지역 로컬푸드매장 매대에 진열을 마친다. 이후 농장으로 돌아와 농작물을 관리하고, 오후 6시까지 고객에게 보낼 택배 작업을 한다. 해가진 이후에는 겨순따기 등의 농작물 관리를 하는 등 고되고 반복된 삶의 연속이다.

이와 관련 이소연 씨는 “직장인이었다면 지금처럼 책임감을 가지고 일을 하기는 힘들었을 것”이라며 “농장주가 돼 보니 책임감이 생겨 반복되고 힘든 일상도 미래를 위한 투자라고 생각하니 힘들게 느껴지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이소연 씨가 재배하는 작물 대부분이 독특하다. 어디선가 한 번씩 이름은 들어봤지만, 마트나 시장에서 마주치기 쉽지 않은 작물들이다. 그가 독특한 작물을 재배하는 이유는 ‘차별성’이다. 시장에서 베테랑 농업인들이 생산한 농산물과 경쟁을 하는데 있어 농사 경력도 짧고, 재배 기술도 부족한 그는 차별성을 생존전략으로 선택한 것이다.

그는 “지금 재배하는 농작물의 경우 80%는 온라인 판매를 하고 20%는 지역의 로컬푸드직매장으로 출하하는데 아침에 일찍 나가 적정 가격을 써 놓으면 다른 베테랑 농업인분들께서 가격을 더 낮게 책정하는 등 가격 경쟁이 심했다”면서 “그분들과 경쟁하는 것도 싫고 또 경쟁력도 밀리기 때문에 생각한 게 독특한 작물을 재배해 판매하기로 했다”라고 설명했다.

이소연 씨의 농작물은 색이 알록달록하고, 또 식감이 기존의 농작물과는 차별성이 있어 음식과 약초관련 인터넷 카페 회원들에게 인기가 많다. 직거래 대부분이 인터넷 까페를 통해 진행되고 거래를 한 고객들과 꾸준히 소통을 하다 보니 이제는 때가 되면 오히려 회원들이 먼저 농작물 작황 상태를 물어보고 주문을 하고 있다는 게 이소연 씨의 설명이다.

그는 “소비자들이 내가 생산한 농작물로 음식을 만들어 인터넷 카페에 사진과 후기 등을 남기면 뿌듯하고, 꾸준히 거래를 하다 보니 신뢰도 쌓였다”면서 “앞으로도 더 건강하고 올바른 농작물을 재배하고 판매해 소비자와의 관계를 이어나가고 싶다”라고 말했다.

이소연 씨는 향후 계획으로 ‘농산물 전문 온라인 쇼핑몰’ 구축을 꼽았다. 현재 12월 개장을 목표로 품목 구성을 비롯해 농산물 제품 촬영 등으로 정신이 없는 상황이다. 온라인 쇼핑몰의 특이점은 이소연 씨의 농산물만 판매하는 게 아니라 인근에 거주하는 다른 소농 및 가족농의 농산물도 함께 판매할 계획이라는 것이다. 그에 따르면 소농과 가족농의 경우 출하 물량이 많지 않아서 어디에 출하를 하더라도 가격 경쟁력에서 밀리고, 또 적절한 판로를 찾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를 해결하기 위한 최적의 플랫폼이 바로 농산물 전문 온라인 쇼핑몰이라는 게 이소연 씨의 설명이다.

그는 “나 혼자 잘 먹고 잘 살기보다는 주변의 작은 규모의 농업인들도 함께 잘 사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소농과 가족농들이 농산물 전문 온라인 쇼핑몰을 통해 판로 걱정을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도록 더욱 정성껏 온라인 쇼핑몰 구축에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안형준 기자 ahnh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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