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농촌이 좋아 ‘귀농U턴’…“더 많은 청년 함께할 수 있는 날 오길”

[한국농어민신문 안형준 기자]

▲ 경북 문경시 농암면 군기리에서 산나물과 배추 등을 재배하는 이소희 씨. 코로나 19 발생으로 농촌에 일손이 부족한 까닭에 이날 온 가족이 모여 산마늘(명이나물)을 수확했다.

유치원 교사로 일하다 고향으로
2017년 영농후계자로 선정 후
‘소담’이라는 농장 운영
산채류·산마늘·배추 등 재배

청년여성농업인협동조합 활동
다양한 현장 목소리 전달하며
‘살만한 농촌’ 만들기 앞장

현실과 맞지 않는 정책 바꾸고
의료·육아시설 보강해야
더 많은 청년들 살 수 있어


“농업·농촌이 너무 좋아서 다시 농촌으로 돌아왔는데, 의료시설이나 육아시설 등의 복지기반이 열악해 계속 살 수 있을지 의문이 들어요. 더 많은 청년농업인들이 농촌에서 정착하고 살아갈 수 있도록 정부에서 더욱 섬세한 정책을 펼쳐야 해요.”

경북 문경시 농암면 군기리에서 취나물과 곰취 등의 산채류와 산마늘과 배추 등을 재배하는 이소희 씨(32)는 자신을 ‘귀농 U턴자’라고 설명했다. 서울에서 살다가 1996년에 부모님을 따라 경북 문경으로 귀농해 초·중·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다시 서울로 올라가 유치원 교사생활을 했다. 그러던 그가 다시 문경으로 되돌아온 건 지난 2014년이었다. 그의 말대로 귀농 U턴인 셈이다. 그가 고향인 문경으로 되돌아온 가장 큰 이유는 ‘가능성’ 때문이었다.

유치원의 경우 현장 체험교육이 많은데 우연한 계기에 이천에 위치한 돼지박물관을 방문했다. 돼지를 처음 접해보는 아이들의 반응이 좋았고, 무엇보다 자신이 좋아하는 농업을 통해 돈을 벌 수 있다는 것에 매료돼 귀농을 결정하게 됐다. 이후 부모님의 농장에서 일을 하며 차근차근 농업에 적응했고, 2017년엔 영농후계자로 선정된 이후 2018년부터 자신의 명의로 된 농장(농장명 소담)을 운영하고 있다.

이소희 씨가 생산한 농산물은 전량 직거래로 판매하고 있다. 판매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건 지역축제다. 각종 산나물이 본격적으로 나오기 시작하는 4월에 열리는 문경 전통찻사발축제에서 전체 물량의 80%를 판매하고, 나머지 20%는 부모님과 함께 운영하는 체험교육농장을 찾는 방문객(연간 7000여명)에게 판매하고 있다. 하지만 올해는 코로나 19의 여파로 지역축제가 취소되고 교육체험농장을 찾는 방문객도 뚝 끊겨 경제적 어려움이 예상되고 있다. 또 설상가상으로 일손부족까지 겹쳐 한없이 힘든 봄을 보내고 있다는 것이 이소희 씨의 설명이다.

그는 “다행히 지금까지는 산나물 판매에 별다른 어려움이 없었지만, 올해 갑자기 발생한 코로나 19로 판매도 끊기고 일손도 부족해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다”면서 “인터넷 홈페이지를 개편하고, 판매망을 다양화해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어려움을 극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소희 씨는 농사 외에도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으로 현재 청년여성농업인협동조합(이하 청여농)의 회장직을 맡고 있다. 청년여성농업인들의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역량 강화를 목적으로 지난 2016년 창립된 청여농은 여성농업인 정책과 관련해 다양한 현장의 목소리를 내고 있어 주목받고 있는 단체다. 특히 회장인 이소희 씨는 최근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 여성농업인간담회 준비위원회 참여부터 지자체 및 농업고등학교 등 다양한 곳에 강연을 다니고 있다.

농사지을 시간도 부족한데 이소희 씨가 이 같은 다양한 활동을 활발하게 펼치는 이유는 단 하나다. 목소리를 내 여성농업인 정책과 농촌의 부족한 기반시설을 바꾸고, 자신들이 현장에서 체험한 농업의 가능성을 예비 농업인들에게 나누면 농업·농촌에서 함께 머리를 맞대고 힘이 될 청년농업인이 한 명이라도 더 생길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 때문이다.

이소희 씨는 농업·농촌에 청년농업인들이 유입되고 지속적인 삶을 유지하려면 정부가 지금보다 더 섬세한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시행되고 있는 여러 여성농업인 정책이 현실과 맞지 않는 부분이 많아 정책 체감도가 낮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최근 실시하는 영유아 돌보미의 경우 해당 면에 신생아가 일정비율 존재해야 신청이 가능한데 산간지역의 경우 가임기 여성이 거의 없는 까닭에 정책의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이소희 씨의 설명이다.

이와 함께 지역의 의료복지도 문제점으로 꼽았다. 농촌의 인구가 고령화된 까닭에 지역 보건소의 진료가 대부분 노인질환 치료 위주로 구성돼 있는데 청년여성농업인들이 아이를 낳고 기르기 위해서는 거점 보건소에서 소아과나 부인과 진료가 가능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는 “농업·농촌이 좋다는 이유 하나로 청년여성농업인들이 농촌에서 살아가고 있는데 정부가 이들이 농촌에서 계속 살아갈 이유를 만드는 게 가장 중요하다”라며 “농촌 환경이 변화해 더 많은 청년농업인들이 농촌으로 유입돼 지속가능한 공동체를 만들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안형준 기자 ahnh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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