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많은 사람들이 천궁·당귀 즐길 수 있도록 힘쏟을 것”

[한국농어민신문 안형준 기자]

▲ 박다정 씨는 강원 평창군 진부면에서 한약재인 천궁과 당귀를 자연친화적으로 재배하고 있다.

자연 상태 그대로 재배
병해충으로 농사 망치기도
파종부터 수확, 가공까지
1년 내내 숨돌릴 틈 없어

대학교 교직원으로 근무하다
여성 질환 완화 효능 주목
미래가능성 보고 뛰어들어

오픈마켓·SNS 등 활용
직거래 비중 확대 욕심


“천궁과 당귀가 생소하기 때문에 아직까진 잘 모르는 사람들이 더 많아요. 앞으로는 더 많은 사람들이 천궁과 당귀의 좋은 효능을 알고, 섭취할 수 있도록 농사를 더 열심히 짓고 판매도 조금씩 확장할 계획입니다.”

열 세 번 째 주인공인 박다정(32) 씨는 강원 평창군 진부면에서 특이한 작물을 재배하고 있다. 일반 소비자에게는 조금 생소한 천궁과 당귀다. 구체적으로 박다정 씨가 재배하는 작물은 일천궁과 토천궁, 일당귀와 토당귀이다. 일천궁과 일당귀는 일본에서 개량된 종자이고, 토천궁과 토당귀는 우리 토종 종자다.

박다정 씨에 따르면 천궁과 당귀는 농사짓기 까다로운 작물이다. 해발 700m 이상의 고원지대에서 잘 자라는데 연작장해가 있어 매해 장소를 옮겨가며 농사를 지어야 한다. 하지만 지난 2018년 치러진 평창 동계올림픽 전후로 평창군 일대의 토지 가격이 천정부지로 뛰어오르며 임대비까지 덩달아 상승해 땅을 구하는데 큰 어려움이 있다. 또 천궁과 당귀가 단 성분을 지닌 까닭에 병충해가 잘 발생하는데 방제가 쉬운 편이 아닌 까닭에 어려운 농사로 꼽히고 있다.

이와 관련 박다정 씨는 “천궁과 당귀는 농업인들이 자주 쓰는 말인 ‘하늘이 농사를 지어준다’라는 표현에 가장 잘 들어맞는 작물이다”라며 “자연 상태 그대로 재배하기 때문에 농사가 어렵고, 지난해에는 실제로 병해충이 발생해 1년 농사 전체를 망친적도 있다”라고 말했다.

어려움은 이뿐만이 아니다. 단순히 농사를 지어서 판매를 하는데 그치지 않고 가공까지 해야 하기 때문에 1년 내내 숨 돌릴 틈이 없다. 박다정 씨에 따르면 천궁과 당귀 모두 3~4월 파종을 하고 11월 초에 수확을 한다. 수확 이후에는 저온보관 후 세척과 절단 등의 가공을 하는 과정이 남아있기 때문에 쉴 틈이 없다는 것이다.

재배 환경의 어려움과 끊임없는 노동에도 박다정 씨가 천궁과 당귀 재배를 포기하지 않는 이유는 ‘미래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두 작물 모두 여성 질환 완화에 큰 효능이 있어 한약의 중요한 재료로 사용되고 있다. 또 한약재 이외에도 최근에는 한방화장품이나 샴푸, 미백제품, 음용차 등의 재료로 각광받고 있다. 따라서 가까운 미래에 천궁과 당귀의 수요가 증가해 충분히 경쟁력이 있는 재배작물이 될 것이라는 게 박다정 씨의 설명이다.

그가 농사에 뛰어든 것도 천궁과 당귀의 가능성 때문이었다. 박다정 씨는 농사를 지어본적이 없었다. 대학을 졸업하고 대학에서 교직원으로 근무하다 천궁과 당귀 농사를 짓는 아버지가 도움을 요청해 직장생활을 정리하고 지난 2014년에 본격적으로 농사에 뛰어들었다. 농사에 뛰어들고 천궁과 당귀를 재배하며 매력을 느꼈고 미래 가능성을 엿봤다.

그는 앞으로 인터넷을 통해 소비자에게 직접 천궁과 당귀를 알리고 판매할 계획이다. 현재는 전체 물량의 90%가량을 도매상에게 판매하고 있고, 10% 가량은 직접 판매하고 있는데 네이버스토어나 밴드 등을 통해 소비자에게 홍보를 강화하고, 직접 판매 비중을 늘릴 예정이다.

박다정 씨는 “더 많은 소비자들이 여성의 몸에 좋은 천궁과 당귀를 보다 쉽게 접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면서 “우리나라에서 천궁과 당귀 재배를 생각했을 때 내가 제일 먼저 떠오를 수 있도록 고품질 천궁과 당귀 생산에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박다정 씨는 청년농업인 영농정착지원사업 제도의 규제 개선을 주장했다. 박다정 씨는 현재 청년농업인 영농정착지원사업에 선정돼 한 달에 영농정착지원금을 일정금액 보조받고 있다. 농번기나 수확철에는 농업 소득과 보조금 덕분에 생계유지에 큰 지장은 없지만, 수익이 없는 농한기에는 보조금만으로 생계를 이어나가는 게 어려운 게 사실이다. 따라서 농한기에 아르바이트를 통해 소득을 얻으려 했지만 한 달에 60시간 이상 농업 농외근로를 했을 시 그동안 지원 받은 지원금을 환원해야 한다는 규정으로 인해 쉽게 농외근로를 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박다정 씨 뿐만 아니라 다른 청년창업농의 규제 개선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자 농식품부는 지난해 말 농외근로를 한 달에 60시간에서 시군구의 사전 승인을 얻은 사람에 한해 1년에 2개월까지 가능토록 시행지침을 개정했지만, 여전히 현실과는 거리가 먼 규제라는 것이다.

그는 “농한기에는 농업소득이 없고, 은행에 낼 이자는 여전히 많은데 농외소득을 규제하는 건 현실과는 조금 동떨어진 정책이다”라며 “농한기에 농외근로를 할 수 있는 기간을 조금 더 늘려야 현실적으로 생계유지가 가능하다”라고 강조했다.

안형준 기자 ahnh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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