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가 좋아할만한 제품 구상에 푹 빠져”

[한국농어민신문 안형준 기자]

▲ 권태경 씨는 전북 남원시 보절면에서 부모님과 함께 유기농 벼농사와 조사료 재배, 한우 사육을 하고 있다.

농부의 딸로 태어나 부모 이어
유통 담당하며 판로 확대 고심
빠르게 변하는 소비자 요구 파악 열심

‘청년 떠나지 않는 농촌’ 만들기 앞장
지역 청년들과 연대 ‘청년지음’ 결성
재능 나누며 협업…이윤 창출로


“저는 요즘 지역에서 여러 청년들을 만나 교류하며 점을 찍고 있어요. 언젠가 이 점들을 하나로 이으면 점들이 흩어지지 않고 서로 단단하게 연결돼 지역사회를 유지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될 거라고 믿어요.”

전북 남원시 보절면에서 복합영농을 하는 권태경(29) 씨는 요즘 가장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본격적인 모내기철을 맞이했기 때문이다. 그는 현재 부모님과 함께 총 28만991m2(약 8만5000평) 규모로 유기농 벼농사와 조사료 재배, 한우 사육(100여두)을 하고 있다. 부모님과 함께 농사를 짓다보니 각자 맡은 업무가 확실하게 정해져 있다. 부모님은 전체적인 농장관리와 농사를 담당하고, 권태경 씨는 주업무로 유통을 그리고 부업무로 농사를 담당하고 있다.

권태경 씨가 농업에 뛰어든 건 태어날 때부터다. 부모님이 1980년에 대구에서 남원으로 귀농을 했고, 그가 태어나보니 ‘농부의 딸’이었다는 게 권태경 씨의 설명이다. 어렸을 때부터 자연스레 농사를 도왔고 대학 진학도 한국농수산대학으로 결정했다. 대학 졸업 후 본격적으로 부모님의 농장일을 돕기 시작했다. 대학을 졸업하고 농장일을 살펴보니 부모님이 가장 어려워했던 게 세무·회계와 판매였다. 그래서 권태경 씨가 제대로 농장일을 해보자는 생각으로 ‘시골딸래미’라는 회사를 차리고 해당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현재 농장에서 연평균 생산되는 유기농 쌀은 40~50톤인데 전체 물량의 80%는 쌀가공업체에 판매하고 있고, 나머지 20%는 소비자와 직거래를 하고 있다.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쌀가공업체 판매의 경우 권태경 씨가 중간 위치에서 업체가 어떤 품종의 쌀을 원하는지 의사를 밝히면 부모님께 전달하는 등의 조율을 하고, 판매처 관리도 함께 하고 있다. 소비자 직거래의 경우 500g~4kg의 소포장된 제품을 지역 로컬푸드 매장과 네이버 스마트스토어를 통해 판매 중이다.

권태경 씨는 “가장 힘들면서 재밌는 건 어떻게 하면 소비자가 더 제품을 찾을 수 있을지 고민하는 것”이라며 “소비자 반응을 살피면서 제품을 어떻게 개선할지 고민하는 게 가장 행복하다”라고 말했다.

농사와 판매가 처음인 까닭에 시행착오도 겪었다. 권태경 씨는 가장 기억에 남는 시행착오로 ‘혼합잡곡’ 사건을 꼽았다. 건조기에 찹쌀만 넣어야 하는데 홍미까지 같이 넣어 버리는 바람에 혼합잡곡을 구성해 소비자에게 판매했는데 오히려 소비자 반응이 좋아서 지금까지 판매를 이어오고 있다. 그는 상품 구성 외에도 디자인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기존의 단순한 디자인에서 탈피해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 수 있는 포장을 개발해 적용하면 상품 판매율을 좀 더 높일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그래서 요즘엔 지역의 청년들과 머리를 맞대 새로운 디자인을 구상하고 있다.

권태경 씨는 “시대가 빠르게 변하는데 농업인들도 시류에 맞춰 변화해야 한다”면서 “소비자의 요구를 빠르게 받아들이고 자신이 생산한 농산물에 적용해야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제품 디자인 외에도 지역의 청년들과 다양한 협업을 하고 있다. 권태경 씨가 지역의 청년들과 협업을 하는 건 그의 궁극적인 꿈과 맞닿아 있다. 그에 따르면 지역의 청년들이 서울이나 대도시로 떠나려고만 하지 지역에 남거나 들어오려는 청년은 없는 게 현실이다. 실제로 남원시 20~39세 인구의 경우 2015년 1만6396명, 2016년 1만6010명, 2017년 1만5585명, 2018년 1만5230명 등으로 지속적인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그래서 권태경 씨는 지역사회가 지속적으로 유지되기 위해선 청년들의 이탈을 막고, 서로가 연대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남원시 내 각자 다른 재능을 가진 청년들을 만나 ‘청년지음’이란 단체를 결성해 서로에 대해 알아가고, 서로의 능력을 이윤을 창출할 수 있는 협업을 진행했다. 벼농사를 짓는 윤태경 씨는 디자인을 하는 청년과 협업해 제품 디자인을 했고, 또 누룩장인의 딸과 협업해 유기농 쌀을 이용해 누룩을 만드는 일도 했다. 그가 바쁜 농사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지역의 청년들과 교류하고 협업하는 이유는 단 하나다. 고향이자 생활의 터전인 지역이 좀 더 오랫동안 건강하게 유지됐으면 하는 바람에서다.

권태경 씨는 “청년들이 지역을 떠나지 않기 위해선 이들이 살아갈 터전이 필요하다”면서 “지역의 청년들이 각자 가진 재능을 협업을 통해 이윤을 창출한다면 이들이 지역을 떠나지 않고 단단하게 뿌리박혀 지역 사회가 더 단단해질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앞으로도 더 많은 지역의 청년과 교류해 남원이 건강한 지역사회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형준 기자 ahnh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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