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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농촌의 미래, 우리는 청년여성농업인] “농촌 내려오니 힘들지만···살아 있다는 기분 들어”<9>경북 포항 김송이

[한국농어민신문 안형준 기자]

▲ 경북 포항시 신광면에서 복합영농을 하는 김송이 씨. 그는 사람과 동물이 함께 농업·농촌을 통해 치유 받을 수 있는 치유농장을 운영하는 게 목표다.

고구마·양파·사과·복숭아 등
1만9834㎡ 규모 귀농 1년차
과잉생산·연이은 태풍 등
혹독한 신고식에도 행복 찾아

어머니 반대 뚫고 짓는 농사
유통구조 개선돼야 가격 정당
사과밭서 발견한 유기견 계기
반려동물 체류 치유농장 꿈꿔


“도시에서 일할 땐 답답한 공간에 갇혀 수동적으로 일하는 게 너무 싫었어요. 도시에서의 삶을 정리하고 농촌에 내려오니 소득은 줄고 몸은 힘들지만, 땀 흘리며 일할 때 너무 행복하고 살아 있다는 기분이 들어요.”

김송이(27) 씨는 경북 포항시 신광면에서 1만9834m2 (약 6000평) 규모로 고구마와 양파, 사과와 복숭아 등을 재배하고 있다. 그는 올해 귀농 1년차로, 혹독한 신고식을 치렀다. 양파의 경우 올해 전국적인 양파 과잉생산으로 인해 적자를 면치 못했고, 멧돼지의 잦은 방문으로 인해 고구마밭이 초토화됐다. 게다가 올해 세 번의 연이은 가을 태풍으로 인해 사과는 흠과와 낙과가 대량으로 발생했다. 그나마 희망을 걸었던 감자 역시 가격이 좋지 않아 결국 씨감자 값도 건지지 못했다. 외부 요인으로 인해 올해 농사와 판매 결과가 엉망이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송이 씨는 크게 개의치 않았다. 귀농·귀촌으로 진정한 행복을 찾았기 때문이다.

그는 대학에서 미디어를 전공했다. 2014년에 대학을 졸업하고 취직 대신 부모님이 농사짓고 있는 포항으로 귀농·귀촌을 하려 했다.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살고 싶은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부모님의 반대가 심했다. 어렸을 때부터 손에 흙도 묻히지 않고 귀하게 키운 딸이 자신의 길을 따라 걷겠다고 하니 반대가 심할 수밖에 없었다. 1차 귀농·귀촌이 좌절된 이후 서울에서 여러 직장을 다니다 2018년에 마지막으로 들어간 회사에선 입사 3일 만에 퇴사를 결정했다. 갇힌 공간에서 책상에 앉아 일을 하는 것이 몸서리치게 싫었기 때문이다. 부모님께 다시 한 번 귀농·귀촌을 말씀드리자 서울로 김송이 씨를 데리러 왔고 이후 고향인 포항으로 내려와 농사를 짓기 시작했다.

김송이 씨는 “처음에는 농사짓는 것에 대해 어머니의 반대가 심했다. 농사보다는 전공을 살려 취업하길 원하셨다”면서 “서울에서 적성에 맞지 않은 일을 하며 몸과 마음고생이 심해지니 어머니도 결국 귀농·귀촌을 허락하셨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돈은 많이 벌지 못해도 내가 하고 싶은 농사를 지으며 땀 흘리고 자연과 함께 하니 지금의 삶에 너무 만족하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2018년에 귀농·귀촌을 하고, 올해 본격적인 농사를 지었다. 농사를 어렵지 않게 생각했지만 그동안 자신이 가지고 있던 농사에 대한 생각이 잘못됐다는 걸 확실히 깨닫는 한 해였다. 재배 기술의 경우 베테랑인 부모님의 도움을 받아 조금씩 배워나가며 큰 문제는 없었다. 하지만 문제는 ‘가격’이었다. 김송이 씨는 현재 전체 출하량의 70% 가량을 포항시농산물도매시장에 출하하고, 나머지 30%는 직거래를 하고 있다. 자신이 서울에서 농산물을 구매할 때에는 몰랐지만, 막상 농사를 짓고 농산물을 도매시장에 출하해보니 국내 농산물 유통의 문제점을 몸소 체감할 수 있었다.

그는 “내가 농사짓고 출하해 받은 가격과 소비자들이 구매하는 가격이 심하면 2배정도 차이가 난다”면서 “국내 농산물 유통구조가 개선돼 소비자는 조금 더 저렴한 가격으로 농산물을 구매하고, 농업인은 땀 흘린 만큼 정당한 농산물 가격을 받았으면 좋겠다”라고 강조했다.

김송이 씨는 향후 장기적인 계획으로 사람과 동물이 함께 하는 치유농장을 운영하는 것을 꼽았다. 현재 사람을 위한 치유농장은 존재하지만, 사람과 동물이 함께 농업·농촌을 통해 치유 받을 수 있는 치유농장은 없다는 것이다.

그가 사람과 동물이 함께 하는 치유농장을 떠올린 것은 우연찮은 계기에서였다. 김송이 씨가 고향에 내려와 처음 사과밭에 나갔을 때 유기견을 발견했다. 사람에게 버려져 몸과 마음에 상처받은 유기견을 정성스레 돌봤고, 사과밭에 일하러 나올 때마다 함께 나와 밭에서 뛰놀게 했다. 이후 유기견의 상태도 호전되고 도시에서 몸과 마음이 지쳤던 김송이 씨도 함께 치유되는 효과가 있었다. 여기에서 아이디어를 착안해 사람과 반려동물이 치유농장에서 중장기 체류를 하며 함께 치유할 수 있는 시스템과 프로그램을 고안하고 있다는 것이 김송이 씨의 설명이다.

이와 관련 김송이 씨는 “1인가구가 늘면서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도 많아지고 있는데 이들이 집이나 공원 외에는 함께 할 수 있는 공간이 많지 않은 게 현실”이라며 “사람과 반려동물이 함께 농업·농촌을 통해 치유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운영하면 버려지는 반려동물도 줄고, 도시생활에 지친 사람의 몸과 마음도 치유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안형준 기자 ahnh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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