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전북 남원 이진 씨

[한국농어민신문 안형준 기자]

▲ 청년여성농업인 이진씨는 2년차 초보 농부이지만 아버지의 가업을 이어받아 전북 남원에서 고품질 사과를 재배하고 있다.

아버지가 평생 일군 사과농장
7500평 규모 ‘지리산하늘재’
지난해부터 오빠와 본격 운영

직접 판매 비중 확대 힘쓰지만
판로 개척하기 마땅치 않아
 
지역 농업인·농기센터 교류 통해
프리마켓 참가하고 가공품 선봬
사과 재배·마케팅 온힘 다할 것


“정성들여 키운 사과를 도매시장에서 2000원(10kg 기준)이라는 가격을 받았을 때 너무 허무했어요. 앞으로는 농산물 유통환경이 개선돼 농업인들이 노력한 만큼 제 가격을 받을 수 있는 세상이 되길 희망합니다.”

지난 8월의 끝자락에 전북 남원시 산내면을 찾았을 땐 이제 막 가을의 문턱에 접어들고 있었다. 구불구불한 지리산 둘레길을 따라 산 중턱에 도착하니 사과 농장이 나타났고, 두 번째 주인공인 이진(29) 씨가 환한 웃음을 지으며 반겼다.

이진 씨는 현재 어머니 및 오빠와 함께 ‘지리산하늘재농장’을 운영하며 사과와 고사리(총 7500평 규모)를 재배하고 있다. 그가 농사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건 지난해부터다. 부산광역시에서 초·중·고등학교와 대학교를 다닌 그는 농사와 거리가 멀었다. 다만 방학 때마다 부모님의 사과 농장에 와서 사과 선별이나 포장을 한 게 전부였다. 특히 아버지 이영오 씨가 사과마이스터임에도 불구하고 날이 갈수록 통장 잔고가 줄어드는 것을 보며 농사를 짓지 않겠다는 생각이 강했다.

하지만 지난 2017년 아버지가 췌장암이 발병하자 공무원 시험 준비를 그만두고 농장에 와서 일을 돕기 시작했다. 잠깐만 일을 돕겠다는 생각이었는데 2018년에 아버지가 돌아가시며 본격적으로 농사에 뛰어들었다. 아버지가 일평생에 걸쳐 일궈놓은 사과 농장을 외면할 수 없다는 생각에서였다.

그는 “농사가 힘든데도 불구하고 계속 적자였기 때문에 농사를 짓는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다”라며 “하지만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어머니 혼자 사과 농사를 짓기에는 무리였기 때문에 오빠와 함께 본격적으로 사과 농사를 이어나가기로 결심했다”라고 말했다.

본격적으로 사과 농사에 뛰었지만, 모든 게 만만치 않았다. 초보 농사꾼이 썸머킹과 아오리, 홍로와 아리수, 시나노골드와 감흥, 부사 등 총 8종류 품종의 특성을 이해하고, 재배하기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농사보다 더욱 힘든 건 판로문제였다. 그의 농장에서 재배된 사과는 현재 80% 가량은 도매시장으로 출하되고, 나머지 20%는 직접 판매(네이버스토어팜, 직거래)를 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농산물의 가격 진폭이 심하기 때문에 노력한 만큼 제 가격을 받기 힘든 상황이다. 따라서 도매시장 출하량을 줄이고, 직접 판매 비중을 높이려고 노력 중이지만 마땅한 판로를 개척하는 게 쉽지 않다는 것이 이진 씨의 설명이다.

그래서 요즘엔 지역의 농업대학에 다니며 주변 농업인들 및 농업기술센터와 교류하며, 어떻게 판로를 개척하는지 배우고 있다. 또 남원과 곡성의 프리마켓과 지역 축제에 참여해 소비자들에게 다양한 품종의 사과와 사과식초 및 사과주스, 사과말랭이와 고사리 등을 선보이며 판매하고 있다.

최근에는 속상한 일도 있었다. 소비자들에게 사과에 다양한 품종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지역농협에 마련된 로컬푸드직매장에 썸머킹 품종 사과를 출하했지만, 해당 농협으로부터 가격이 비싸다며 가격 인하요구를 받은 것이다.

그는 “소비자들도 다양한 사과 품종을 선택할 권리가 있고, 농업인은 노력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받아야 하는데 농협이 판매량 저하를 이유로 가격 인하를 권유하는 건 노력을 폄하 받는 기분이었다”면서 “농협은 농업인을 위한 단체인데 이 같은 행동과 발언은 신중하지 못한 언사였다”라고 강조했다.

이진 씨에게 앞으로의 계획을 묻자 대답이 간결했다.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며 하나둘 보완해 아버지가 일군 사과 농장을 잘 이어나가겠다는 대답이었다.

그는 “이제 2년차 초보 농부로서 농사일을 하면 할수록 앞으로 할 것들이 무궁무진하게 많다는 것을 깨닫고 있다”면서 “우리 농장의 사과가 높은 품질에 비해 인지도가 낮은데 앞으로 소비자들이 남원 사과를 생각하면 바로 우리 농장 사과가 떠오를 수 있도록 재배와 마케팅에 온 힘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형준 기자 ahnh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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