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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할 수 없다면 즐겨라’는 말이 전통식품 업계에도 통용되고 있다. ‘체념’이나 ‘무기력’ 같은 부정적인 뉘앙스가 아니라 다양한 변화를 마주하고 있는 전통식품 업계의 인식이 예전보다 훨씬 성숙해지고 있다는 의미에서다. 소비 트렌드가 점점 세분화되는 흐름에 대응하기 위해 전통식품 업계에서 불고 있는 의미 있는 변화의 움직임을 다뤄보고자 기획한 ‘응답하라 전통식품’ 시리즈가 약 4개월여 동안 16개 업체들의 ‘응답’을 끝으로 마무리됐다. 이번 시리즈는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하려는 전통식품 업계의 의지를 읽을 수 있는 동시에 전통식품이 처한 녹록지 않은 현실도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가 됐다. 2회에 걸쳐 시리즈 결산을 통해 그 의미를 짚어봤다.

전통제조법은 고수, 나트륨 줄이고 천연재료로 차별화
세계시장에 과감히 도전…내수시장 침체 타개 돌파구
소비자 요구 반영 부지런히…전통+트렌드 절묘한 조화


▲‘집토끼’론 한계, ‘산토끼’ 찾아 나선 전통식품=전통식품 업계의 의미 있는 변화 중 하나는 기존 수요층 외에 새로운 수요층을 공략하는 데 주력하는 업체들이 늘고 있고, 이에 대한 고민이 내부적으로 향후 업체의 운영 방향에서 중요한 비중으로 고려되고 있다는 점이다.

고정적인 소비 계층인 50~70대만으론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는 위기의식을 바탕으로 수요 확대 차원의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려는 노력이 이뤄지고 있고, 이를 통해 조금씩 변화의 지형이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새로운 수요층을 겨냥한 새로운 전통식품들이 시중에 모습을 드러내며, 기존 전통식품 제품군에 더해져 전통식품 업계에 신선한 바람을 불어넣고 있다.

‘짜다’는 고정관념이 강해 전통식품 소비에 쉽게 지갑을 열지 않고 있는 젊은 세대를 공략하기 위해 나트륨을 줄이는 ‘저염화’를 추진하고 있는 전통발효식품 업계의 노력이 대표적이다. 전통적인 제조기법을 유지하되 천연 재료를 가미하는 업체가 있는가 하면, 자체 보관 기술 등을 활용해 맛의 편차를 극복하려는 업체도 찾아볼 수 있었다.

20년간 전통 장류를 생산해 오다 올해 염도를 기존 14%에서 11%로 낮춘 저염 된장을 개발한 지평농협 전통장류센터의 사례도 이런 흐름을 따라가는 곳 중 하나다. 박인재 전통장류센터장장은 “젊은 층은 미소된장 등 나트륨이 많이 있지 않은 식품을 선호하는 경향이 크기 때문에 이들에게 보다 쉽게 다가가기 위해 선택이 아닌 필수 차원에서 나트륨 저감화를 추진하게 됐다”고 말했다.

‘프리미엄’ 수요에 대한 접근도 전통식품 업계가 눈여겨보는 새로운 틈새시장 중 하나다. 일반적으로 ‘저렴하고 싸다’는 인식이 많은 막걸리 업계가 최근 뜨겁게 주목받고 있는 프리미엄 시장의 문을 힘차게 두드리고 있다. 상반기 프리미엄 막걸리 제품을 출시한 ‘양촌양조’의 이동중 대표는 “시중에 팔리는 막걸리가 물보다 더 싸다는 소비자들의 인식이 많다. 그래서 ‘이래선 안 되겠다’는 생각으로 새로운 변화를 모색하게 됐다”며 “물론 2010년 이후 막걸리 시장의 침체 흐름 속에서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는 위기의식도 작용했다”고 전했다.

해외 시장도 이제는 넘지 못할 벽이 아니라고 보는 전통식품 업체들도 늘고 있다. 수출 분야는 여전히 업체 의지와 더불어 현지 국가의 여건이 수출 성패를 좌우하는 데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만, 내수 시장 침체를 타개하기 위한 전통식품 업체들의 도전은 적지 않은 의미를 낳고 있다.

전통식품 업계 관계자는 “전통식품 분야가 소비 트렌드 변화에 둔감하고 시대에 뒤떨어져 있다는 인식은 전통식품 업계에서 일고 있는 최근의 움직임을 들여다보면 그 역시 하나의 고정관념에 불과하다고 볼 수밖에 없다. 다양한 소비자의 요구에 맞추고자 하는 전통식품 업계의 노력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며 “최신 트렌드에 대응하려는 업계의 의지와 의미 있는 움직임들이 현 시점에서 전통식품의 변화를 견인하고 있고, 이는 전통식품의 진화로 발돋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전통인 듯, 전통 아닌’, ‘썸’ 타는 전통과 트렌드=‘전통식품’은 ‘식품’보다는 ‘전통’ 측면이 상대적으로 부각되는 경향이 강했다. 하지만 장류와 김치 등 발효식품의 경우처럼 전통식품 역시 대량 생산체제가 구축되고, 앞으로 이런 부분이 여러 영역에서 확산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전통’이라는 의미가 퇴색되거나 차별적인 특성으로 내세우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도 업계에서 감지되고 있다.

이런 속에서 전통식품 업계에서 포착되는 색다른 ‘응답’이 주목을 끌고 있다. 전통의 영역과 최신 트렌드를 접목한 제품들이 바로 그것이다. 최신 트렌드는 제조 기술, 포장, 마케팅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전통과 어우러지며 ‘시너지 효과’를 만들어 내고 있다.

전통주 분야 식품명인인 양대수 추성고을 대표가 만든 클럽주 ‘르깔롱’은 20~30대 젊은 세대와 전통주를 나누고 싶은 바람에서 탄생된 전통주다. 젊은 세대의 감각을 반영해 술 이름과 병 디자인까지 새롭게 고안해 낸 제품이다. 이 전통주는 서울 클럽가를 중심으로 인기를 모으고 있고, 최근 중국 수출까지 이뤄지며 그 가능성과 상품성을 인정받았다.

양대수 명인은 “처음 이런 전통주를 만들려고 했을 때 ‘전통주 명인이 이런 술을 만드냐’라는 주변의 시선이 부담스러웠던 것이 사실”이라며 “하지만 젊은 세대의 전통주 소비가 줄어드는 세태 속에서 이런 시도가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 여러 도움을 받아 추진하게 됐고, 좋은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간편식 선호 흐름을 반영한 전통식품은 전통식품이 갖고 있는 단점을 최소화하려는 발상이 돋보인 사례이기도 했다. ‘물만 넣어 끓여 먹으면’ 누구든 된장찌개와 된장국, 청국장을 손쉽게 조리할 수 있도록 제품을 만든 황수연전통식품의 황수연 대표는 “1인 가구가 많아지면서 소포장을 선호하고, 남는 식재료가 없어야 한다는 점도 중요하다고 생각해 포장 등에도 많은 심혈을 기울였다”며 “전통식품 자체가 필요한 식품이지만, 번거롭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다는 점에서 이를 최소화하려는 발상에서 간편식 제품을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고성진 기자 kos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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