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추성고을의 ‘르 깔롱(Le Calon)’은 전통주가 가진 ‘전통’과 젊은 감각의 ‘트렌드’를 함께 접목했다는 점에서 전통주 분야의 의미 있는 ‘응답’으로 볼 수 있다. 이 술을 만든 양대수 명인이 ‘르 깔롱’을 소개하고 있다.

전통주도 이제 전통에서 트렌드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는 분석이 많다. 정체성만을 고집하기보다는 소비 트렌드를 반영해 기존에서 확장된 개념의 ‘우리술’을 원하는 시대적 요구가 생겨나고 있다. 경계를 넘나드는 일반 주류(소주·맥주)의 파격 변신까지는 아니더라도 꼬리표처럼 따라붙는 ‘명절 선물’, ‘기성세대의 전유물’이라는 획일적인 이미지를 극복해야 전통주 소비 활성화라는 목표 궤도에 진입하는 데 한층 수월할 수 있다는 의견에 공감대도 깊어지고 있다. 이런 요구에 부응하는 전통주업체의 ‘응답’들도 나타나고 있다. 이 중 하나로, 20~30대 젊은 층을 공략하기 위해 전통주 명인의 손에서 새롭게 태어난 ‘클럽주’인 ‘르 깔롱(Le calon)’을 주목해 봤다.

20~30대 공략 ‘클럽주’ 개발
우리쌀·누룩으로 빚은 술에
멜론·코코넛 등 넣어 차별화

유리병에 파란빛깔 눈길
지난해 출시 후 꾸준히 납품
대형마트서도 만날 수 있어


클럽이나 바에서 즐겨 마시는 일명 ‘클럽주’와 전통주, 여기에 전통주 분야의 식품명인이라는 조합이 한데 어우러졌다. ‘생소하다’는 첫 느낌에서 ‘신선하다’, ‘재미있다’라는 표현이 더 어울릴 수 있겠다는 생각으로 옮겨가기까진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젊은 세대와 공유할 수 있는 전통주’를 표방한 ‘르 깔롱’의 탄생 배경을 들여다보면 말이다. 국내 최초라는 타이틀도 그 의미를 더하고 있다.

‘르 깔롱’은 지난해 전남 담양에서 전통주업체 ‘추성고을’을 운영하는 양대수 식품명인의 손을 거쳐 출시됐다. 양대수 명인은 추성주 복원의 공로를 인정받아 2000년 12월 정부로부터 대한민국전통식품 명인 제22호로 지정받은, 전통주 분야 장인 중의 한 명이다.

양대수 명인은 “전통주라는 카테고리 안에서 젊은 세대와 함께 공유할 수 있는 술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개발하게 됐다”며 “또 침체돼 있는 전통주 시장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고 싶다는 개인적인 욕심도 이 술에 담았다”고 말했다.

‘르 깔롱’의 주원료는 대나무에서 나오는 죽력으로, 우리 쌀과 누룩으로 빚는 전통주다. 여기에 젊은 세대들이 선호하는 멜론, 코코넛 등을 첨가했다. 술의 도수는 30도로 비교적 높은 편이다. 하지만 부드러운 목 넘김, 깔끔한 뒷맛, 풍부한 향미 등의 차별화한 특징을 통해 일반적인 전통주에 대한 젊은이들의 거부감을 낮추는 데 주력했다.

맛뿐만 아니라 주병 디자인과 술 이름도 젊은 감각이 돋보인다. 투명 유리병에 파란 빛깔의 술을 담아 ‘젊음’의 푸르른 이미지를 부각했다. ‘르 깔롱’이란 이름도 재미있다. ‘깔롱’이라는 말은 ‘폼나게’, ‘멋지게’ 등을 의미하는 경상도 사투리로, 순 우리말이라고 한다.

양대수 명인은 “일반 주류 업체들은 시시각각 맛과 디자인, 마케팅 전략을 변화하며 소비자 입맛을 공략하고 있는 반면 전통주 분야는 영세 규모라 예산과 인력이 열악한 데다 전통성을 계승하는 문제와도 결부돼 있어 대중들의 요구에 대해 기민한 대응이 쉽지 않은 여건”이라고 전했다.

그는 “하지만 전통주가 예전 방식만 고집해선 전통주 활성화와는 요원한 방향으로 갈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라며 “수입 주류가 범람하고 있는 이 시대에 주 소비층인 젊은 층이 찾는 전통주를 개발해야 할 시점이 됐다는 판단에서 ‘클럽주’라는 부분에 착안해 술을 만들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런 인식을 바탕으로 개발한 ‘르 깔롱’은 지난해 시제품 출시 이후 좋은 반응을 이어가고 있다. 서울 강남과 홍대 등의 주요 클럽 10여 곳에 지속적으로 납품되고 있으며, 지난해 11월부터는 전국 홈플러스 매장에 입점해 일반 소비자들도 구입할 수 있게 됐다. 최근엔 중국 수출을 개시하며 대내외적으로 나름의 결실을 맺고 있는 중이다.

이 같은 ‘르 깔롱’의 선전은 당초 예상을 훨씬 뛰어넘은 것이었다. ‘르 깔롱’을 처음 만들어야겠다는 결심이 서기까지에는 개인적인 고민도 많았다는 것이 양대수 명인의 속내다. ‘명인이 어떻게 이런 술을 만들 수 있느냐’는 외부의 시선을 의식해 여러모로 조심스러운 부분이 많았다는 그는 ‘르 깔롱’이 젊은 층의 사랑을 받아 전통주 소비 활성화에 조금이라도 기여할 수 있었으면 하는 소망을 내비췄다.

양대수 명인은 “전통주 시장의 활로를 열고 젊은 세대에게 전통주를 알리는 것이 전통주 식품명인으로서 내 책무이자 사명이라고 여기고 있다”며 “오랜 전통을 갖고 온 기존 전통주를 잘 보전·계승하는 것뿐만 아니라 많은 이들이 즐길 수 있는 전통주를 만들고, 또 이를 알릴 수 있도록 많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고성진 기자 kos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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