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통식품 분야 중에서도 나트륨 푸드의 대명사로 인식돼 온 장류 분야가 변신을 꾀하고 있다. 박인재 지평농협 전통장류센터장장이 전통장맛은 살리되 염도를 낮춘 한식된장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전통식품이 소금덩어리인 나트륨 푸드라고? 에이~말도 안 돼.” 이런 얘기가 과연 현실에선 불가능한 걸까. 10년 뒤, 아니 20년 뒤에도 불가능할 것이라고 여기는 이들도 물론 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나트륨 푸드’라는 오명을 벗기 위한 전통식품업계의 ‘무모한 도전’이 시작되고 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소금기를 쫙 빼려는’, 저염화 흐름이 바로 그것이다. 다양한 소비자들의 요구에 응답하려는 전통식품의 대표적인 변신이기도 하다.

국산콩·천일염으로 2년 숙성
고품질 전통장 재구매 높지만
소비층 대부분이 50~70대

저염화로 고객층 넓히기 나서
염도 14%→11%로 낮춰
덜 짜지만 깊은 장맛 오롯이


경기도 양평군에 위치한 지평농협 전통장류센터는 전통 방식 그대로 한식된장을 만들어 판매하고 있다. 이 곳의 한식된장은 전통식품이 갖고 있는 ‘느림의 미학’을 오롯이 지켜내고 있다. 경기 지역에서 계약 재배한 국산콩을 주원료로, 이를 국산천일염과 함께 항아리에서 2년이라는 시간 동안 숙성을 거친 뒤에야 지평농협의 ‘토움’이라는 브랜드를 단 한식된장이 비로소 세상 밖으로 나오게 된다.

전통장류센터가 운영된 지 20여년이 넘는 기간 동안 한식된장을 만드는 제조 원칙들은 변함없이 이어져 오고 있으며, 전통 장맛이라는 자부심과 그 역사도 갈수록 짙어지고 있다. 매년 진행하는 전통장 담그기 행사도 올해 15년째를 맞고 있다.

이런 여건 속에서 지평농협 전통장류센터는 지난해부터 새로운 시도를 꾀하고 있다. 기존의 전통 제조방식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장맛은 살리되 소금기를 쫙 빼낸 한식된장을 생산해 이달 중 시중에 출시할 계획이다. 지난해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추진하는 나트륨 저감화 사업에 참여하면서 컨설팅 지원 등을 받았고, 자체 노력을 통해 기존의 평균 14%에서 11% 전후로 염도를 크게 낮췄기에 가능한 일이다.

이 같은 노력은 좀 더 폭넓은 소비자들을 만나려고 하는 지평농협의 의지에서 비롯됐다. 한식된장의 소비층은 50~70대가 대부분. 오랜 세월 동안 갖고 있는 노하우와 고품질의 원료들은 깊은 장맛을 내기에 손색이 없었고, 한 번 구매한 이들의 재구매 의사 역시 높았다. 하지만 아쉬운 점은 전통 된장이라는 인식상 주 고객층이 고연령대에 한정돼 있다는 것. 이를 극복하기 위해 ‘저염화’라는 차별화 전략으로 ‘한식된장’이라는 강점을 더욱 더 부각하려는 것이 지평농협 전통장류센터의 구상이다.

박인재 전통장류센터장장은 “우수한 품질의 국산콩과 양평군의 깨끗한 물을 바탕으로 옛날 전통방식 그대로 전통 장맛을 구현하고 있기 때문에 주고객층의 연령대가 50~70대로 높은 편”이라며 “하지만 젊은 층은 미소된장 등 나트륨이 많이 있지 않은 식품을 선호하기 때문에 젊은 소비자에게 보다 쉽게 접근하기 위해 나트륨 저감화를 추진하게 됐다”고 말했다.

박인재 장장은 “염도를 낮추다보니 이전 제품에 비해 색깔이 많이 옅어졌다는 차이는 있지만, 기본적인 장맛은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에 한식된장을 많이 찾아줬으면 하고, 전통식품에도 많은 애정을 부탁드린다”며 “앞으로 저염화와 더불어 3년 또는 그 이상 숙성 기간을 둔 된장을 별도로 고급화하는 방안도 생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고성진 기자 kos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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