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절임류 중 대표적인 전통식품으로 꼽히는 단무지 시장에서도 30% 이상 염도를 낮춘 저염 제품들이 출시되고 있다. 이런 변화를 이끌고 있는 세종시 조치원읍에 위치한 ㈜일미농수산을 찾았다. 유성열 일미농수산 사장이 저염 제품을 소개하고 있다.

무를 소금에 절여서 발효시킨 식품 중 단무지가 빠질 수 없다. 단무지의 유래에는 여러 설이 있는데, 이 중에서 일본 에도시대의 한 스님이 만들었다는 설이 유력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비록 우리나라에서 시작되진 않았지만, 단무지는 우리 여건에 맞춰 변화를 거듭해 오며 대표적인 서민 식품의 하나로 자리 잡았다. 어느덧 단무지 없는 김밥은 생각하기 힘들 정도가 됐다. 이런 가운데 국내 단무지 시장에서도 저염화 바람이 일고 있다. 기존 제품의 염도를 30% 이상 줄인 단무지가 출시되면서 소비자의 선택을 기다리고 있다.

20~30대 겨냥 제품 개발
보관·유통기간 짧아졌지만
시설투자 아낌없이
신선·안전식품 생산 매진


변화의 흐름을 이끄는 곳은 국내 절임식품업계 1위 업체인 ㈜일미농수산이다. ‘일가집’이라는 브랜드로 많이 알려진 일미농수산은 1982년 창립 이후 단무지, 쌈무, 우엉 등 절임식품과 무말랭이, 깻잎, 콩자반 등과 같은 전통반찬을 만들어 온 절임식품 전문기업이다. 지난해 500억원의 매출 실적을 올렸다. 주력 제품인 단무지의 경우 100% 국내산 무만을 고집해 오며 국내 생산농가와의 상생을 실천하고 있다.

일미농수산이 저염화 소비 수요에 주목한 시점은 2014년부터다. 이후 2015년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추진하는 ‘나트륨 저감화 추진 기술지원’에 참여하면서 ‘나트륨을 감소한(줄인) 단무지’라는 이름으로 저염 제품을 출시했다. 기존 단무지 제품에서 30% 이상의 소금기를 빼낸 것이 특징이다.

절임식품에서 소금은 맛을 잡아주는 역할 뿐만 아니라 저장성을 높여주는 기능적인 역할까지 담당하는데, 염도가 낮아지면서 기능성을 보완하는 측면이 필요했다. 일미농수산은 살균 작업을 통해 이를 보완했다. 이 때문에 생산 시간이 늘어나는 번거로움이 발생할 수밖에 없었지만, 저염화를 위해선 감수해야 하는 부분이었다. 이렇게 생산한 저염 제품들은 친환경·유기농 제품을 판매하는 ‘초록마을’과 농협하나로마트, 대형유통업체 등으로 폭넓게 나가고 있으며, 점차 반응이 나타나고 있다.

유성열 일미농수산 사장은 “전통식품에 대한 저염화 소비 수요가 커지면서 2014년부터 이에 대한 고민을 지속적으로 해오고 있다”며 “저염화를 위해선 원료에서 소금을 줄일 수밖에 없는데, 시중에 있는 단무지 제품들을 분석한 뒤 평균 염도의 30~40%가량을 줄였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소금이 줄면서 보존제 역할을 위해 살균 작업을 추가로 진행하고 있는데, 그러다 보니 만드는 시간이 늘어났다”면서 “살균 작업은 시설 투자를 통해 갖춘 부분이기 때문에 추가 비용은 없는 데다 맛에 대한 주변의 평가도 좋은 편”이라고 말했다.

단무지 소비시장은 크게 ‘가정용’과 ‘업소용’ 등 2개 분야로 나뉘는데, 일미농수산은 주력 시장을 ‘가정용’에 맞추고 있다. 단무지 생산업체들은 대부분 영세하고 가족경영체가 많은 구조를 띠고 있다. 그러다 보니 업소용 납품단가를 맞추기 위해 출혈 경쟁을 보이는 양상이 잦다. 반면 일미농수산은 현대적인 시설 투자를 추진해 오고 있는 데다 300여명의 조직 규모를 갖추고 있는 만큼 원가 이하의 납품가를 맞추기에는 현실적으로 어려워 가정용 수요에 집중해 왔다. 하지만 최근 업소용 수요가 증가하면서 점유율도 조금씩 늘고 있다. 특히 저염 단무지 제품에 대한 수요가 높아 올해 삼성웰스토리와 현대그린푸드 등 업소용 공급이 이뤄지고 있다.

일미농수산은 최근 들어 주요 고객층을 20~30대로 낮춰 이들을 공략하기 위한 제품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가정용 수요가 정체되고 있는 탓에 소비자층을 두텁게 가져갈 수밖에 없다는 판단에서다. 이런 측면에서 저염화 수요가 맞아떨어지게 된 것이다.

유성열 사장은 “고객 타깃층을 20~30대로 겨냥해 제품 개발에 나서고 있는데, 이를 위해선 근본적으로 나트륨을 낮추는 저염화 부분이 필요했다”며 “피클과 오이피클 등 소금 함유량이 적은 제품들은 젊은 소비자들이 굉장히 선호하고 있고, 기존 전통반찬들도 염도를 최대한 낮추는 방향으로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화학첨가제를 사용하지 않는 제품을 찾는 소비자들의 요구가 많아지면서 원재료의 유통기한이 짧아지는 만큼 보관·유통하는 데 어려움이 많지만, 유통구조 개선과 시설 투자를 통한 시스템 구축을 통해 신선하면서도 안전한 식품을 생산하는 데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고성진 기자 kos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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