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농촌이 소멸위험에 노출돼 있다. 일자리가 부족한데다 농업 소득에만 의존할 수 없는 구조여서 농촌의 인구는 도시로 빠져나가고 있다. 농촌의 소멸 위험은 산간벽지의 문제가 아닌 수도권 인근 지역에서 조차 나타나는 현상이어서 지역경제를 살리기 위한 방안이 필요하다.

소멸위험진입단계에 도달한 양평군의 경우 친환경농업을 특화함으로써 지역 경제를 살리고 농민들의 소득 향상에 버팀목이 되고 있다. 최근 3년 간 청년창업농 지원을 강화해 젊은 농업인도 소폭이지만 늘어나는 추세다. 지방농정이 조금씩 틀을 잡아 가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이와 관련 문재인 정부는 풀뿌리 민주주의의 확산을 위해 지방분권과 균형발전 방안을 추진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표명하고 있다. 특히 대통령은 헌법개정안에 지방분권 강화 방안까지 담아 지방분권국가의 기틀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농민단체와 시민단체 등에서도 중앙집권적인 획일화 된 정책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지역맞춤 농정을 펼쳐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번 6·13 지방선거에서 지방분권을 이뤄내자는 움직임이 점점 거세지고 있다.
 

▲ 정규성 한농연양평군연합회장이 부추를 재배하는 이승범 씨 하우스를 방문해 친환경의 중요성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있다.

◆친환경귀농 1번지 ‘양평’
‘상수원 보호구역’ 약점을 강점으로…‘친환경’서 답찾다

‘20년 이상 친환경농업특구’
지역 특성 살리기에 농정 초점
현장의견 수렴 협치로 완성

소멸위험진입단계 극복 노력
조례 만들어 청년 귀농 지원
강력한 출산장려정책 추진
매년 20여명 젊은이 찾아와


경기도 양평군은 5년 전부터 은퇴한 베이버부머 세대가 선호하는 귀촌 지역으로 부상했다. 이로 인해 전체 인구는 2008년 8만7986명(행정자치부 주민등록 인구통계 기준)에서 2017년 11만485명으로 25.6%나 증가했다. 인구 증가율을 살펴보면 2014년~2015년은 1.6%였으며, 2017년은 3.6%에 육박할 정도로 매년 증가 폭이 상승하는 추세다.

그렇다면 양평군은 인구감소의 위험에서 벗어나 있을까? 결과는 충격적이게도 양평군 또한 소멸위험진입단계에 속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고령인구 대비 젊은 여성인구 비중을 따진 소멸위험지수가 0.2~05 미만으로 소멸위험진입단계에 속한 것이다. 최근 10년간 인구가 급격히 늘었으나 39세 미만 인구는 2008년 3만9526명에서 2017년 4만535명으로 2.6% 증가하는데 머물렀다. 이렇다보니 전체 인구대비 39세 미만 인구 비중은 같은 기간 44.9%에서 36.7%로 가파르게 하락한 실정이다.

젊은 사람이 증가율이 정체되고 아이들이 줄어들자 양평군도 강력한 출산장려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출산장려정책을 보면 첫째아이 200만원(2017 신설), 둘째아이 300만원, 셋째아이 500만원, 넷째아이 700만원, 다섯째아이 1000만원, 여섯째아이 이상 2000만원이다. 장려금은 2~5년간 매년 나눠서 지급한다.

또한 지역 주민을 채용 가능한 기업체가 부족하다보니 양평군은 강력한 친환경농업 정책을 통해 지역 경제를 살리고 있다. 1997년부터 20년 이상 친환경농업 지역특구로 지정된 특수성을 감안한 농정이다. 덕분에 친환경 농업이 활성화 되면서 품목이 다양화 돼 지역 특산물로 자리 잡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양평에서는 느타리버섯, 부추, 수박, 취나물, 비름나물 등이 생산되는데 가락동농수산물도매시장에서 우수 농산물로 거래되고 있다.

정규성 한농연양평군연합회장은 “친환경 농업을 추진하면서 양평군 농가들은 국민소득 3만 달러 소득에는 못 미치지만 다른 지역 농가보다 같은 규모에 농사를 짓더라도 소득이 30% 정도는 높을 것”이라고 분석한다.

한 예로 수확기 벼를 수매할 때 일반 벼는 5만1000원(40kg 기준)인데 친환경 쌀은 7만원이다. 그리고 친환경 농산물은 지역 학교에 급식으로 공급된다.

상수원 보호구역이라는 특수성을 살려 지역 농정의 중심을 친환경에 맞춘 귀농 정책은 상당한 효과를 거두고 있다. 현재 젊은 창업농을 유치하기 위해 3년 전부터 귀농귀촌 자금을 지원하기 시작한 것이다. 우선 귀농 창업자금 융자금이 최대 3억원이다, 저리로 5년 거치 10년 분할상환 조건이다. 주택자금도 7500만원까지 융자해 준다. 이곳은 지리적 특성상 택지 가격이 비싼 관계로 귀농자에 한해 농지에 주택을 지을 수 있도록 허용했다. 이 모든 것은 지방조례를 만들어 지원하고 있다.

정 회장은 “친환경농업과 관련된 정책은 단체장과 의원들이 여야를 가리지 않고 토론하고 현장의 의견을 수렴하는 협치를 통해 가능했다”라며 “결국 지역 맞춤 농정 덕분에 그나마 양평군 농업이 발전하고 매년 20여명의 젊은이가 귀농하는 성과를 얻고 있다”라고 평가했다.

특히 정 회장은 “이번 6·13 지방선거에 즈음해 지역 농정의 중심을 지속적으로 이끌어 가면서 발전시킬 적임자를 뽑는 게 중요한 만큼 농민단체들은 지방선거 전에 출마자들을 초청해 토론회를 개최할 예정”이라며 “특히 한농연 회원들이 지역마다 활동하고 있어 지방선거를 홍보하고 평가 역할을 해 낼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지방분권’ 내세운 문재인 정부
실질적 지방자치 구현…재정분권 ‘강력 의지’

국세·지방세 비율 8:2→7:3으로
지방소비세·지방소득세 확대
혁신도시·산업단지 등 활성화
자립적 성장기반 마련 역점

농어업 소득안정 등 체질 강화
‘청년이 돌아오는’ 농어촌으로


문재인 정부는 지난해 국정 100대 과제 발표에서 풀뿌리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자치분권의 중요성을 내세웠다. 주요 핵심은 대통령과 시·도지사가 참여하는 제2국무회의 도입, 국가기능 지방이양 등 실질적인 지방자치를 구현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지방재정 자립을 위해 재정분권을 추진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도 피력했다. 국세와 지방세 비율을 기존 8:2에서 7:3으로 완화하고, 장기적으로 6:4 수준까지 개선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현재 중앙정부 의존적 지방정부의 재정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지방소비세 비중을 확대하고, 지방소득세 규모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추진하는 것이다.

더불어 골고루 잘사는 사회구현을 목표로 국가균형발전위원회 복원을 통해 균형발전 지원 체계를 재정립하기로 했다. 지역성장 거점이라고 할 수 있는 혁신도시, 산업단지, 새만금 등을 중심으로 클러스터를 활성화 한다는 것이다. 이는 수도권으로의 자원 집중과 전국적인 도시 쇠퇴가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지역이 가진 잠재력 극대화로 자립적 성장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또한 고령화와 인구 감소 현상을 겪고 있는 농산어촌의 당면 과제 해결을 위해 청년들이 돌아오도록 정책을 마련했다. 이에 농림어업의 체질을 강화하고 농림어업인 소득 안정, 복지서비스 향상을 통해 누구나 살고 싶은 농산어촌을 조성하는 것을 목표로 세웠다.

특히 지난 3월 26일 문재인 대통령이 발의한 ‘헌법개정안’에도 지방분권 강화 내용을 담았다.

정부는 헌법개정안을 설명하면서 “지방분권 강화로 지방분권국가 지향성 명시, 자주 조직권 부여, 자치 행정권 및 자치 입법권 강화, 중앙과 지방의 소통 강화 규정이 있다”라고 밝혔다. 지금까지 정부는 지방분권을 강화하겠다고 강조해 왔음에도 현장에서 요구하는 수준에 미흡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이번 헌법 개정안에 지방분권 강화가 명시되면서 지방정부의 자치권이 새롭게 강화될 수 있는 전환점으로 작용할지 기대된다.


◆박진도 지역재단 이사장·충남대 명예교수
“지역마다 자연·역사 다르듯 농정도 달라야”

단체장·의원 누가 되느냐에 따라
지역 전체
·주민의 삶 달라져
학연·혈연 등 소지역주의 탈피를

“지방농정에 앞서 지역이 중요하다는 인식부터 해야 한다. 지역은 사람이 살아가는 삶터이자 일터, 쉼터다. 지역은 자연과 역사적인 조건이 다른 만큼 정책도 지역에 맞게 마련돼야 한다.”

박진도 지역재단 이사장이 지방농정의 중요성에 대해 설명하면서 먼저 지적한 말이다. 그는 그동안 정부가 중앙집권적인 정책을 펼치면서 각 지역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획일적으로 진행한 부분을 강하게 지적했다. 중앙정부의 역할은 분명히 존재하지만 획일적인 정책으로는 더 이상 안 되기에 지방분권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박 이사장은 “농업이야말로 지역성이 강한 분야로 지역특성과 개성을 가지고 있으며 당연히 농정도 지역에 맞춰야 한다”며 “이에 지역에서 주체적으로 현실에 맞는 적합한 정책은 무엇인지 결정할 수 있어야 하는데 지방단체와 의회가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여러 농업관련 주체들이 협력해야 모든 일을 잘 풀어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는 관의 힘이 강하기 때문에 자치단체장 누구냐에 따라 지역발전이 천차만별이고, 똑똑한 의원이 있느냐에 농정이 크게 달라진다는 것이다.

박진도 이사장은 “6·13 지방선거에서 제대로 된 사람을 뽑아야 하는데 대단히 어려운 부분”이라며 “그러나 도시와 달리 농촌 지역은 단체장, 의원이 누가 되느냐에 따라 지역과 삶의 질 전체가 달라질 수 있기에 많은 고민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더불어 학연, 혈연 등의 소지역주의를 벗어나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며, 문제의식을 가진 농민단체, 소비자단체, 환경단체 등 여러 단체 조직이 모여서 토론하고 학습 기회를 가져야 한다고 피력했다.

끝으로 그는 “중앙집권적 농정에서 지방분권 농정으로 가야 되는데 이 과정은 지방자치만의 문제는 아니며 중앙에서 결정해야 하는 부분이 있다”라며 “중앙당으로서의 농정 공약을 제시하고 그다음 지방선거 차원에서 각 지역에 필요한 정책을 각자가 제시 해야 한다. 그 점에서 국민행복농정연대가 공동농정 공약을 제시했는데 지역에 맞게 수정해서 사용하라는 바람이다”라고 말했다.

이동광 기자 leedk@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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