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향기로운 포도원 이수안 대표가 자신의 교육농장에서 그림카드를 활용한 교육을 선보이고 있다.

농어촌여성문학회 편집장으로 활약
농촌문화, 문학으로 남기는 일 뿌듯
포도농사로 생산하는 즐거움 만끽
아이들 자존감 육성 '교육농장'에 온힘


충북 음성 ‘향기로운 포도원’ 이수안(59) 대표는 ‘글 쓰는 농사꾼’이다. 1984년 후계농업인으로 지정받은 이후 30년 넘게 포도농사를 짓고 있지만, 문예운동 신인상으로 문단활동을 시작한 수필가이기도 하다.

한국농어촌여성문학회 및 음성수필문학회 회장을 역임했고, 현재 ‘좋은수필’, ‘수필시대’, ‘충청타임즈’ 등에 꾸준히 글을 싣고 있다. 특히 한국농어촌여성문학회에선 오랜 기간 편집장으로 활동하면서 ‘농어촌여성문학 제20집’ 발간에 중추적인 역할을 했다.

“이제는 여성이 없으면 농어촌이 안 돌아가요. 농어촌여성들의 행복이 중요한 이유죠. 그래서 농어촌여성문학이 갖는 의미가 매우 크다고 생각해요. 문학은 농어촌여성들의 자존감과 삶의 만족도를 높인다는 측면에서 가치가 있어요.”

농어촌여성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농어촌여성문학회는 현재 180여명의 회원들이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으며, 농업계는 물론 문학계에서도 주목하는 문학회로 성장했다. “글을 쓰고 싶어하는 농어촌여성들이 문학회 활동을 하면서 스스로 대접받는 느낌을 받고 기쁨을 찾는 게 무엇보다 소중하다고 생각해요. 또한 점차 사라져가고 있는 우리 농어촌문화를 문학작품으로 남긴다는 것도 의미있는 일이죠.”

문학과의 인연은 40여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경북 영천이 고향인 이 대표는 당시 또래 친구들처럼 학교를 다니지 못했다. 부모님이 남존여비사상이 강해 학교에 보내지 않았기 때문이다. 당시 17살이었던 이 대표는 학교에 못가는 대신에 마을문고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다.

“정말 닥치는 대로 읽었어요. 4-H 활동을 하면서 책과 신문 등을 모조리 읽었는데, 나중에 보니까 책을 좀 모으면 마을문고가 활성화 될 수 있을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후배들과 집집마다 다니며 안 읽는 책을 달라고 해서 모으고 출향민과 기관 등에 연락해 책을 모았어요. 학교에 못가니까 책을 읽고 모으는 일에 재미를 느꼈던 같아요. 당시에는 책을 모으는 처자가 있다고 신문에 소개될 정도로 화제가 되기도 했죠.(웃음)”

1981년 평택으로 시집 온 이후 한동안 글을 쓰지 않았던 이 대표는 우연한 기회에 농어촌여성문학회와 인연을 맺게 됐다. “1984년 후계농업인으로 지정받고 작은 책자에 수기를 좀 써달라고 해서 글을 썼는데, 당시 농어촌여성문학회에서 활동하고 있던 최귀옥 씨가 그 수기를 보고 연락해와 농어촌여성문학회와 인연을 맺게 됐죠.”

농어촌여성문학회와의 인연은 이 대표의 삶에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이 대표가 충북 음성으로 자리한 것도 수필가 반숙자 선생과의 운명적인 만남 때문이었다. “아이 아빠에게 여자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굉장히 힘들었을 때 반숙자 선생님을 만나게 됐어요. 당시 운전도 서툴 때였는데 가만히 있다가는 속이 터질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평택에서 음성까지 장거리 운전을 했죠. 그때가 아마 제 길을 찾기 위한 장거리 운행이 아니었나 싶어요.”

2006년 남편과 이혼한 이후에도 포도농사를 계속하고 있는 이유는 ‘무언가를 생산하는 즐거움’ 때문이다. “주변사람들이 다 비웃었어요, 위자료로 건물이나 사서 편하게 살지 무슨 농사냐고요. 그런데 전 농사가 좋아요. 특히 척박한 땅에서 자라는 포도는 제 삶과 닮은 것 같아 더 애정을 갖고 있죠.”

이 대표는 최근 ‘교육농장’에도 열을 쏟고 있다. 2013년 교육농장 지정 후 아이들에게 자신감을 심어줄 수 있는 교육을 하고 싶다는 꿈 때문이다.

“요즘 아이들은 성적에만 매달려 불행하잖아요. 그래서 아이들이 자신감을 가질 수 있도록 교과과정과 연계해 교육프로그램을 개발했어요. 아이들 스스로 ‘소중한 존재’라는 사실을 깨닫고 꿈을 꿀 수 있도록 하는 게 목표죠.  누군가의 삶에 제 교육과 지도가 작은 의미가 된다면 살아온 삶이 보람되지 않을까요.”

이기노 기자 leekn@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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