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애순 아리랜드 대표가 ‘이 땅이 세계의 중심 되게 하소서’라는 글귀가 써진 표지석 앞에서 활짝 웃고 있다.

20년 맞는 동백꽃축제 개최 일등공신
‘그린투어 신지식인 제1호’ 선정
서천여성농어업인센터 운영도

‘세계의 중심’ 시아버지 유지 따라
3대째 생명 살리는 유기농업 실천
생산기능 넘어 힐링·치유의 농촌으로


“꽃이 있으면 벌이 날아오잖아요. 농촌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했어요. 찾아오는 농촌, 살고 싶은 농촌부터 만들겠다고 다짐했죠.”

충남 서천군 마서면 합전마을은 4월이면 봄의 시작을 알리는 동백꽃이 만발한다. 동백꽃마을로 불리는 이곳의 ‘동백꽃축제’는 매년 수많은 인파가 몰리는데, 올해로 20주년을 맞을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마을의 자원인 동백꽃으로 축제를 열고, 찾아오는 농촌을 만들어낸 일등공신이 바로 ‘아리랜드’를 운영하는 최애순(57) 대표다.

“마을 주민들과 함께 찾아오는 농촌을 만들자는 생각으로 동백꽃축제를 열게 됐어요. 마을을 아름답게 꾸미고 좋은 먹거리를 준비해 놓으면 도시민들이 와서 먹고 즐기고, 자연스럽게 유통으로 이어지는 순환시스템을 가지려고 했죠.”

아리랜드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1996년 농촌체험프로그램을 시작한다. 이는 곧 ‘그린투어’의 효시가 됐고, 최 대표는 ‘그린투어 신지식인 제1호’로 선정되기도 했다. “농촌이 감당해야 하는 부분이 생산도 있지만 주어진 여건을 활용해 우리가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문화와 먹거리를 접목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농촌관광을 시작했고, 이제는 힐링과 치유의 단계로 접어들고 있죠.”

대학에서 지역개발을 전공, 박사학위까지 받을 정도로 최 대표는 끊임없이 공부하는 인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시집을 와서 아버님과 남편이 대를 이어 유기농업으로 농사를 짓고, 마을주민들과 힘을 모으는 과정들을 기록으로 남겨 놓는 것이 의미 있다고 생각했어요. 시부모님과 남편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대학에서 공부할 수 있었고, ‘합전마을 분석을 통한 농촌체험관광마을의 단계별 추진방향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을 수 있었죠.”

단순히 찾아오는 농촌을 넘어, 살고 싶은 농촌을 만드는 것. 특히 젊은 여성들이 살고 싶은 농촌을 만들어야 농촌이 활기를 띠고 지속가능할 수 있다는 게 최 대표의 생각이다. 2001년부터 ‘서천여성농어업인센터’를 운영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보육문제는 물론 아이들이 공부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고, 동시에 문화적인 부분까지 충족을 시켜줘야 젊은 여성들이 농촌에 자연스럽게 정착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서천여성농어업인센터가 부산물을 활용한 천연염색과 압화 등 농촌생활의 즐거움을 찾을 수 있는 강좌와 동아리 활동을 중점적으로 추진하는 이유죠.”

사실 이 같은 성과는 아리랜드를 ‘세계의 중심’으로 만들겠다는 시아버님의 유지를 받들어 끊임없이 노력해온 결과물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시아버님은 1950년대 아리랑농장(아리랜드 전신)을 ‘세계의 중심’이라 선언하시고, 생명을 살리는 유기농업을 실천해 오셨어요. 남편과 저, 그리고 아들까지 이제는 3대가 아리랜드를 세계의 중심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죠.” 최 대표의 자녀들(1남2녀)이 모두 해외에서 공부를 하고, 아리랜드가 한국농촌체험교류협회(우프코리아)를 통해 외국의 대학생들과 교류하는 것도 ‘넓게 보기’ 위한 훈련의 일환이다.

합전마을을 동백꽃마을로 만드는 과정에서 의욕이 너무 앞서 어려움도 있었다는 최 대표는 나눔이 있는 삶에 대해 이야기했다. “마을 일에 관여하면서 빨리 성과를 내려고 너무 조급해 하지 않았나 생각해요. 그러다보니 마을사람들과 본의 아니게 마찰을 빚고, 제 자신도 상처를 입었죠. 그동안 많은 도움을 받고 살았으니 이제는 나눌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앞으로 정농회를 통해 지역의 사람을 발굴하고 길러내는 역할을 하고 싶어요.”

이기노 기자 leekn@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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