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원도 인제군 원통시장에서 ‘착한들기름 착한참기름’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김미영(오른쪽)·이현주 씨가 판매 중인 착한들기름과 참기름을 선보이고 있다.

깨 볶는 온도 100도로 낮춘게 비법
태우지 않아 황금빛·유해물질 불검출
용기·거름망 등 도구 청결도 '꼼꼼히'

인제산 들깨 사용…작년 2톤 수매
지역농민 기뻐하는 모습에 큰 보람


“진짜 들기름, 참기름을 먹어보고 싶었어요.”

강원도 인제군 원통시장에서 ‘착한들기름 착한참기름’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김미영(52)·이현주(51) 씨의 아름다운 동행은 이렇게 시작됐다. 남편들의 친분으로 알게 된 두 사람이지만, 착한 들기름과 참기름을 만들어보자는 일념으로 의기투합했다. 준비기간은 1년. 무작정 동네 방앗간을 다니며 기름을 짜고 또 짰다. 그리고 착한기름을 만들기 위해선 깨를 볶는 ‘온도’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2013년 5월 ‘착한들기름 착한참기름’ 가게를 오픈했다.

김미영 씨는 “보통 시중에선 기름을 짤 때 190~230도의 고온에서 깨를 볶아요. 새까맣게 깨를 태우면 기름이 1.5배 이상 많이 나오거든요. 깨를 태우기 때문에 당연히 몸에도 안 좋고, 들기름과 참기름 본연의 맛을 느낄 수 없죠. 깨 볶는 온도를 100도 가까이로 낮추니까 타는 ‘연기’가 아니라 찌는 ‘김’이 올라오더라고요. 맛도 전통방식으로 만든 예전의 들기름, 참기름 맛이 났어요. 이거다 싶었죠.”

“압착식 착유기를 이용해 들깨와 참깨를 태우지 않아 벤조피렌 등 유해물질이 모두 ‘불검출’이예요. 보존제, 산화방지제 등 첨가제도 일체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어디에 내놔도 자신 있어요. 특히 이 방식으로 들기름을 짜면 몸에 좋은 오메가3 함량이 월등히 높아서 피를 해독하고, 동맥경화를 예방해줘요. 수험생들의 학습능력 향상에도 도움을 주고요.” 이현주 씨가 맞장구를 쳤다.

실제로 이 가게에서 파는 들기름과 참기름은 태우지 않아 맑은 황금빛을 띤다. 착한기름을 손쉽게 구별할 수 있도록 투명용기를 고집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착한기름답게 투명용기와 뚜껑은 자외선 소독기를 통해 꼼꼼히 살균해서 사용하고, 거름망 등 기름을 짤 때 필요한 도구의 청결에도 각별히 신경쓰고 있다.

이 뿐만이 아니다. ‘착한들기름 착한참기름’ 가게는 인제산 들깨 사용을 고수한다. 지역의 들깨 농사를 지켜내겠다는 착한 포석이 깔려 있는 것. 한국여성농업인 인제군연합회장을 지내기도 한 김미영 씨는 “저도 농업인의 한사람으로서 원재료 값을 깎을 수는 없으니까 들깨 가격을 최대한 후하게 쳐서 수매하고 있어요. 참깨는 인제산을 우선 수매하지만 양이 모자라 예천농협을 통해 조달해요. 사실 들깨 농사는 이윤은 적고 기계화가 안 돼 굉장히 힘들어요. 어르신들이 들깨를 사가면 고맙다고 말씀하시는데 오히려 저희가 고맙죠.”

지난해 이 가게에서 수매한 인제산 들깨는 약 2톤 정도로, 연간 수매량은 매년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 덩달아 인제에선 기름 채종을 위한 들깨종자 개량이 진행 중이라고 한다. 착한기름으로 인해 지역의 들깨농사가 명맥을 유지할 수 있는 기반이 다져진 셈이다.

입소문을 타면서 지난해 2000병 정도를 판매했지만, 아직도 판로걱정이 크다는 두 사람. 시중 대비 1만원 정도 비싼 가격을 걸림돌로 꼽았다. 그나마 최근에는 인제군농업기술센터의 도움으로 포장재 지원을 받아 가게 운영에 한결 숨통이 트였다고.

귀촌 후 공부방을 함께 운영하는 이현주 씨는 “처음에는 소비자들이 우리의 진심을 알아줄 거라고 생각했는데 판매가 늘지 않았더라고요. 지인들을 통해 아름아름 판매를 하다가 입소문이 났고, 최근에는 오일풀링이 알려지며 판매가 늘고 있죠. 특히 인제군농업기술센터에서 먼저 연락이 와서 포장재 지원을 해줘 큰 힘이 됐어요. 이순선 인제군수님이 착한기름 1호 손님일 만큼 많은 관심과 도움을 받고 있죠.”

지역의 들깨를 수매할 때 농민들이 좋아하는 모습을 보는 게 가장 큰 보람이라는 두 사람은 향후 소비자와 생산자가 함께하는 협동조합을 만들고 싶다는 포부를 이구동성으로 밝혔다.

“기존의 협동조합도 가격대가 맞지 않는다며 납품을 받아주지 않더라고요. 착한기름을 먹고 싶은 소비자들과 지역의 들깨농민들이 함께하는 협동조합을 만드는 게 꿈이에요. 그러면 더 많은 사람들이 착한기름을 먹을 수 있고, 인제의 들깨농사도 계속될 수 있으니까요.(웃음)”

이기노 기자 leekn@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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