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농업농촌이 좋다
<4> 삶의 질 높이기, 이런 건 어때

[한국농어민신문 이기노 기자] 

농촌 인구가 빠르게 줄어들면서 병원과 학교, 식당이 문을 닫고 있다. 생활편의시설의 부재로 먼 거리를 이동하는 불편을 감수해야 하고, 심지어 대중교통과 보건의료 등 기초적인 공공서비스의 사각지대도 발생하고 있다. 농촌의 인구감소가 삶의 질을 떨어뜨리고 이로 인해 인구가 더 줄어드는 악순환의 굴레가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정주여건 개선을 위해 재정투입을 무한히 늘릴 수도 없는 상황, 최근에는 새로운 접근방식을 통해 삶의 질을 높이고 있는 농촌지역이 하나둘 나타나고 있어 주목된다. 대표적인 사례가 ‘양평군 달리는 행복나눔 이웃들’과 ‘춘천별빛사회적협동조합’이다. 

●양평군 달리는 행복나눔 이웃들

지난해 12월 13일 ‘달리는 행복나눔 이웃들’이 양평군 신원1리를 방문해 맞춤형 통합 복지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13일 ‘달리는 행복나눔 이웃들’이 양평군 신원1리를 방문해 맞춤형 통합 복지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연간 40여 곳 찾아
기초 건강체크 등
보건의료 서비스 두각
‘달리는 짜장차’ 합류
주민 만족도 높아

양평군은 농촌마을에 보건·복지 서비스를 효과적으로 제공하기 위해 지난 2015년부터 ‘달리는 행복나눔 이웃들(이하 달행이)’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양평군 무한돌봄센터를 중심으로 치매안심센터, 장애인복지관, 복지정책과, 보건소, 종합자원봉사센터 등 지역 내 20여개 기관이 참여한다. 다양한 기관이 함께 하는 만큼, 보건의료와 생계, 주거 등 농촌 주민들이 겪고 있는 여러 문제에 대해 맞춤형 통합 복지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20여 기관 ‘달행이’ 참여
박세진 양평군 복지정책과 희망복지팀장은 “양평군은 서울시 면적의 1.45배로 경기도에서 가장 넓다보니 농촌마을을 구석구석을 찾아가지 않으면 어르신들을 꼼꼼히 돌볼 수 없다고 판단해 ‘달행이’ 사업을 지속적으로 운영하고 있다”면서 “처음에는 보건·복지 서비스 제공을 중심으로 했는데, 하나둘 사업이 늘어나면서 지금은 20여 기관이 ‘달행이’에 참여해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달행이는 매주 수요일마다 운영되는데, 연간 방문하는 농촌마을은 40곳이 넘는다. 평소 복지서비스를 제공받기 어려웠던 농촌마을 주민들의 만족도가 높다. 기초 건강체크부터 치매검사, 한파 예방교육, 건강보험·장기요양보험 상담 및 홍보, 노인맞춤 돌봄서비스 안내, 발마사지까지 통합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보건의료 측면에서 두드러진 성과를 나타내고 있다.

실제로 사업 첫해인 2015년에는 달행이를 통해 3000명이 넘는 지역주민들이 건강검진을 받았고, 이중 600여명이 보건소 및 병원을 조기에 방문해 치료를 받기도 했다. 

오창윤 무한돌봄센터 팀장은 “달행이 사업을 통해 혈압 관리가 안 되는 고령의 어르신을 바로 병원으로 이송해 위급한 상황을 넘긴 경우도 있고, 경제적으로 어려운 어르신에게 긴급 생계비 제도를 안내해 도움을 드리기도 했다”고 전했다. 
 

양평군 종합자원봉사센터에서 운영하는 ‘달리는 짜장차’가 농촌주민들의 호평을 받고 있다.
양평군 종합자원봉사센터에서 운영하는 ‘달리는 짜장차’가 농촌주민들의 호평을 받고 있다.

달행이 사업에서 빼놓을 수 없는 한 가지가 또 있다. 바로 ‘달리는 짜장차’다. 양평군은 지역복지평가에서 좋은 성적을 거뒀고, 포상금으로 짜장차를 구입했다. 현재 짜장차는 종합자원봉사센터가 맡아서 운영하고 있으며, 2022년부터 달행이에 본격적으로 합류했다. 짜장차는 일일 최대 100인분까지 준비가 가능하다. 

유현성 종합자원봉사센터 팀원은 “짜장면이 대단한 음식은 아니지만, 농촌지역은 읍내에 나가야만 먹을 수 있기 때문에 달행이가 방문했을 때 점심식사로 제공해 드리면 어르신들이 굉장히 좋아하신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13일 달행이가 찾아간 신원1리 마을주민들도 큰 만족감을 보였다. 박영선(77) 신원1리 노인회장은 “다양한 서비스를 한 번에 받을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며 “다음에는 더 많은 노인회원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차량을 준비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이기노 기자 leekn@agrinet.co.kr

 


●춘천별빛사회적협동조합
농촌서 행복한 아이 보며 부모도 ‘동반 유학길’  

별빛산골유학센터로 유학 온 학생들이 방과 후 센터 앞에 모여 전래놀이를 하며 즐거워하고 있다. 
별빛산골유학센터로 유학 온 학생들이 방과 후 센터 앞에 모여 전래놀이를 하며 즐거워하고 있다. 

1년 있겠다던 아이들
대부분 졸업까지…
‘나이들기 좋은마을’
이웃복지사 발굴해 
어르신 돌봄도 

지역 아이돌봄 문제에서 출발한 ‘춘천별빛사회적협동조합(이하 별빛조합)’은 전국에서도 손꼽히는 농촌유학센터를 운영하고 있고, 열악한 환경에도 불구하고 마을 어르신 돌봄에도 적극적으로 나서는 등 지역사회 변화의 구심점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별빛조합은 2005년 공부방으로 시작해 2007년 지역아동센터로 탈바꿈했고, 인구감소로 인근 초등학교가 폐교 위기에 몰리자 농촌유학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2010년 유학생 4명으로 시작해 현재 전교생은 40여명에 이른다. 

이순미 별빛산골유학센터장은 “초등학교 1학년부터 6학년까지 아이들을 받고 있는데, 오후 3시 방과 후 수업을 마치고 아이들이 오면, 텃밭을 가꾸고 전래놀이를 하거나 동아리 활동 등을 한다”며 “휴대폰을 갖고 오면 유학을 받지 않는 게 원칙이다. 아이들이 한 달만 지나면 휴대폰이 없어도 재밌게 놀 수 있다는 걸 알게 된다. 아이들이 스트레스를 받지 않다보니 1년만 있겠다던 아이들 대부분 졸업까지 하고 간다”고 말했다. 

 

이순미 별빛산골유학센터장이 농촌유학과 함께 지역 어르신 돌봄사업 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순미 별빛산골유학센터장이 농촌유학과 함께 지역 어르신 돌봄사업 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농촌유학을 통해 지역사회에도 생기가 돌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아이만 유학을 보냈다가 귀농·귀촌하는 학부모가 생겨난 것이다. 이순미 센터장은 “유학생 수도 중요하지만, 부모들이 농촌마을로 함께 오는 사례가 생겨나고 있다”며 “이러한 부모 동반 유학은 지역소멸 대응 차원에서도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고 강조했다.

별빛조합은 아이돌봄과 농촌유학에 그치지 않고, 마을 어르신 돌봄에도 최선을 다하고 있다. 이순미 센터장은 “아이들이 농촌으로 유입되는 것도 중요하지만, 마을 어르신들을 우리가 잘 챙기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면서 “농촌유학센터와 지역아동센터가 자리를 잡은 이후, 2018년부터 ‘나이들기 좋은 마을팀’을 새롭게 꾸려 복지사업을 추진했다”고 설명했다. 마을 주민이 해당 마을의 어르신을 돌보는 ‘이웃복지사’ 발굴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순미 센터장은 “우리 마을 어르신은 우리가 지키자는 모토로, 낯선 복지사가 아니라 해당 마을이 고향이거나 주민인 분들을 이웃복지사로 적극 발굴했다”며 “대부분 60~70대 이웃복지사 분들이 많았는데, 어르신들은 편하게 부탁도 하시고, 정말 만족해했다”고 말했다. 또한 별빛조합은 전구 교체와 보일러 수리 등 간단한 집수리는 물론, 방문 진료와 이·미용 서비스, 반찬 나눔 사업 등도 함께 진행했다. 

그러나 일부 지원사업이 중단되고, 인건비를 감당하지 못하면서 지난 2021년부터는 이순미 센터장이 복지업무을 함께 담당하고 있다. 

올해부터 농촌유학 국비지원이 중단될 예정이어서 위기감이 크지만, 이순미 센터장은 아이들과 마을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농촌유학은 돈을 벌기 위한 사업이 아니라, 도시 아이들과 농촌마을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일”이라며 “국비 지원이 중단되면 많이 어렵겠지만, 별빛조합이 부모들과 아이들이 와서 편안하게 쉴 수 있는 공간이 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기노 기자 leekn@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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