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도매시장 올해 이슈는
<1>가락시장

[한국농어민신문 고성진 기자] 

2024년은 가락시장이 개장 40년 차를 맞는 해로, 주5일제 시범사업, 도매법인들의 공익 활동 시작, 현대화사업 도매권 1공구 가동, 수입 문제 등의 관련 이슈들이 부각될 전망이다. 사진은 야간 경매, 영업 등이 이뤄지는 가락시장 전경. 
2024년은 가락시장이 개장 40년 차를 맞는 해로, 주5일제 시범사업, 도매법인들의 공익 활동 시작, 현대화사업 도매권 1공구 가동, 수입 문제 등의 관련 이슈들이 부각될 전망이다. 사진은 야간 경매, 영업 등이 이뤄지는 가락시장 전경. 

가락시장은 국내 최대의 공영농산물도매시장이다. 국내 청과류의 경유율이 18% 정도로, 연간 230만톤 내외의 농산물이 거래되고 대표가격이 형성되는 곳이라는 점에서 거점 이상의 상징성을 갖는다. 그만큼 여러 제도 시행과 도입 과정에서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입장이 첨예하게 얽혀왔고, 앞으로도 크게 다르지 않을 양상이다. 올해는 1985년 개장된 가락시장이 개장 40년차를 맞는 시기인데, 시장 안팎으로 주5일제 시범사업 시행·도매법인들의 공익적 역할 강조·현대화사업·수입 농산물 문제 등 산지와 관련된 이슈들이 부각될 전망이다.


◆주5일제 시범사업, 산지 반발 확산되나
“상품가치 떨어져” 반발…품목농협 집단대응 움직임

동절기 출하 많은 제주지역 불만
동시다발적 반대 여론 가능성


가락시장 현안 중 하나가 주5일제(개장일 탄력 운영) 시범사업이다. 2023년 11월과 12월 첫 번째 토요일 시행에 이어 올해 3월과 4월에도 시행될 계획이다. 해당 시범사업은 도매시장 기능 유지와 근로환경 개선 차원에서 중도매인을 중심으로 한 가락시장 내부 동인에 의해 추진되고 있는데, 산지 가운데 동절기 출하 농산물이 많은 제주 지역의 반발 기류가 강하게 표출된 것이 지난해까지의 상황이다.

서울시공사는 지난해 11~12월 시범사업 자체 분석 결과를 통해 △집중 출하에 따른 시세 하락 등의 부작용이 나타나지 않았다는 점 △반발 또는 민원이 일부 산지에 국한된 점 등을 이유로 추진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에서 큰 변화가 없었다가 최근에는 조금 달라진 기류 변화도 감지된다.

12월 시범사업 이후 공사 관계자는 “3~4월 시범사업 시행에 앞서 준비 기간이 남아있기 때문에 적용 요일을 ‘토요일’에서 ‘수요일’로 변경하는 등의 가능성을 열어놓는 등 시범사업에 대한 전반적인 검토를 진행한 뒤 보완할 부분을 점검할 계획”이라면서도, “하지만 현재로선 시범사업 일정은 중단없이 진행될 것”이라고 했다.

이런 가운데 3~4월 시범사업 시행을 앞두고 산지 반발은 고조되는 분위기로 흐를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 시나리오의 한 축은 품목 농협들의 집단 대응이 가시화될 조짐이라는 점이다. 33개 품목농협으로 구성된 농협품목별전국협의회 회장단은 지난해 12월 21일 대전에서 현안(가락시장 주5일제 시범사업) 대응을 위한 긴급회의를 열고 향후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강도수 협의회장(월항농협 조합장)은 “경매일이 줄어들면 신선도에 민감한 복숭아, 자두, 토마토, 딸기, 오이 등의 상품 가치가 떨어지고, 현행보다 출하 물량도 몰릴 수밖에 없어 가격 하락에 대한 불안과 우려가 크다”면서 “시범사업의 즉각 중단 등 출하자들의 요구를 담은 건의문을 1월 중에 서울시공사, 농림축산식품부, 국회 등에 전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동절기를 넘어가며 신선농산물 출하 증가가 예상됨에 따라 반대 여론이 주산지 등 일부가 아니라 동시다발적으로 확산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오이 취급을 주로 하는 상주원예영농조합법인의 이연호 대표는 “11월과 12월은 오이 출하가 많지 않은 시기인 데다 저온기 특성상 하루 정도 도매시장이 휴장한다고 품질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아 지켜보자는 분위기였는데, 3월부터는 오이 출하량이 전국적으로 늘어나기 때문에 이를 앞두고 가락시장 주5일제 문제에 대한 목소리가 더욱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도매법인 ‘승승장구’, 공익적 역할 주목
산지여건 악화 속 거래금액 증가...1조 돌파 눈앞

출하농민 지원 공익기금 조성
공적기능 확대 본격 신호탄

지난해 발표된 농업 통계 가운데 산지여건이 크게 악화하고 있다는 점을 말해주는 수치가 몇 개 있다. 대표적인 것이 2022년 농업소득이 949만원으로, 전년 대비 26.8% 떨어졌다는 통계다. 농업소득이 1000만원 이하로 떨어진 때는 2012년 이후 10년 만인데, 물가 상승 등을 고려하면 실질소득은 2012년보다 더 후퇴한 상황이다.

이와 함께 ‘2022년 농가경제조사’에서 경지규모별 농업소득을 보면, 전년 대비 농업소득이 가장 큰 폭으로 떨어진 구간은 ‘2ha~3ha 미만’으로, 감소 폭이 53.2%에 달했다. 그다음이 ‘0.5ha 미만’으로 감소폭은 43.2%다. ‘소농’(0.5ha 미만)에 이어 규모가 어느 정도 되는 전업농의 영농 기반도 크게 흔들리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반면 가락시장 청과부류 도매시장법인들의 상황은 정반대다. 코로나 국면을 거치며 해마다 거래금액이 꾸준히 증가하는 등 ‘승승장구’ 양상을 띠고 있어 산지 표정과 대비된다. 작황 부진에 따른 공급량 부족으로 농산물이 가격이 오르면서 경매가격의 일정 비율을 위탁수수료로 가져가는 수익 구조에 따른 것이다. 취급 물량이 크게 늘지 않거나 감소하는데도, 농산물 가격 상승으로 거래금액이 급증하고 있다. 

서울시공사가 2023년 1~11월까지 분석한 ‘가락시장 청과부류 거래실적’ 자료에 따르면 농협가락공판장을 포함한 가락시장 도매법인별 거래실적은 중앙청과 8900억원, 서울청과 8887억원, 동화청과 8705억원, 한국청과 7586억원, 농협공판장 5483억원, 대아청과 3498억원 순이다. 대아청과를 제외하고는 이미 전년(2022년) 거래금액 실적을 달성했거나 근접한 상황이다. 여기에 2023년 12월 거래실적을 포함할 경우 중앙·서울·동화청과의 거래금액은 9000억원 중후반대로 가늠되며, 이는 역대 최대치다. 이들 법인의 거래금액 1조원 돌파 여부는 시간 문제라는 것이 중론이다.
 

코로나 국면을 포함한 최근 5년 전과 비교하면, 실적 증가세는 더욱 도드라진다. 2019년도 도매법인별 거래금액은 중앙청과 7647억원, 서울청과 7400억원, 동화청과 6783억원, 한국청과 6141억원, 대아청과 2834억원이었다. 2019년 대비 2023년 도매법인들의 거래물량은 오히려 줄어드는 추세인 가운데 거래금액 증가폭은 5년간 평균 20~30%대에 달하며, 많은 곳은 40%에 육박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가락시장 도매법인들은 지난해 12월 20일 ‘공익기금’을 조성해 출하농민 지원 확대와 도매시장의 공적 기능 확대를 위한 공익사업을 본격 추진할 계획을 알렸다. 올해 이들의 행보를 산지에서 잘 들여다봐야 하는 이유다.


◆현대화사업 도매권 1공구, 올해 가동될까
하반기에나 입주 가능…파렛트 의무화만 서둘러 

경매장 공간문제도 현실화될 듯

농식품부와 서울시, 서울시공사가 추진하는 가락시장 현대화사업은 1단계 소매공간인 ‘가락몰’이 2015년 2월 완공해 운영 중으로, 이후 2단계인 도매권역은 순환재개발 방식에 따라 1공구(채소2동), 2공구(채소1동, 수산동), 3공구(과일동), 4공구(공동배송장) 등으로 단계별로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도매권역 1공구(건물 연면적 5만7067㎡) 마무리 시점이 계속 늦어지면서 2023년 하반기(10월) 목표보다 지연된 상황이다. 현대화사업 진척이 지지부진하다는 비판과 함께 공사의 재정 상환 부담이 최근 몇 년간 서울시의회에서 지속적으로 언급되는 등 긍정적인 면보다 부정적인 뉘앙스가 더 많이 알려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공기 지연 이유에 대해, 지난해 공사 관계자는 “해외 원자재 수급(조달) 상황이 원활하지 못하다”는 점 등을 언급하면서, “2024년 상반기 중으로 목표 시점을 잡고 있다”고 했다.

공사는 그동안 채소2동 완공 예정 시기가 ‘2023년 하반기’라는 점을 강조하며, 이곳에서 거래되는 11개 품목(배추, 무, 양배추, 총각무, 양파, 마늘, 대파, 쪽파, 생강, 건고추, 옥수수)에 대한 파렛트 의무화 추진을 서둘러야 한다고 산지 농민들을 설득한 측면이 많았다. 채소2동 내에는 파렛트 없이 물류 이동이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더 이상 늦출 수 없다는 명분을 최대한 활용한 것이다. 이에 따라 지난해 4월 배추를 끝으로, 채소2동 거래품목의 파렛트 의무화가 사실상 마무리된 상황이다.

그러나 채소2동 입주 시기는 빨라야 올해 하반기 가능할 것으로 예상돼, 결과적으로 보면 산지의 물류 부담만 무턱대고 1년여 앞당긴 것으로 볼 수 있어 농민을 기만한 것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또 한 가지, 채소2동 완공 시기가 주목되는 이유는 거래 품목에 대한 경매장 공간 문제가 현실적인 문제로 떠오를 가능성이 있어서다. 이는 도매시장 내 경쟁 촉진 이슈와 맞물려 대아청과의 품목해제 등의 논의를 공론화하는 부분과 엮어 돌아갈 수 있는 상황이다. 

문영표 공사 사장이 2022년 11월 서울시의회 행정사무감사에서 “이 문제(대아청과 품목해제와 채소2동 경매장 문제)를 어떻게 해소할 것인가의 해법이 나와야 되는 현실적인 고민을 갖고 있고, 진지하게 몇 차례 검토하고 있다”면서 “오래 끌 생각은 없다”고 한 바 있는 만큼 올해 채소2동 가동을 앞두고 관련 이슈가 터져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수입농산물 ‘전성시대’, 논란 지속
수입비중 거래실적 10% 넘어…도매법인도 수입 확대 움직임 가세

정부가 물가 안정을 이유로 농산물 수입 확대 기조를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올해 가락시장에서도 수입 농산물을 둘러싼 논란과 갈등이 격화될 예상이다.

한 예로, 지난해 중국산 수입 대파의 거래방식이 정가수의매매에서 상장경매로 전환돼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당시 수입을 주도한 중도매인들이 도매법인들의 ‘수탁거부 금지’ 규정을 근거로 민원을 제기하면서 이례적인 상황이 벌어졌는데, 이를 막을 뾰족한 방법이 없다는 점에서 올해도 유사 사례 등이 나타날 개연성이 크다.

서울시공사에 따르면 지난해(2023년 1~11월) 가락시장 수입 농산물은 전년 동기 대비 물량은 17.5% 증가한 20만3865톤, 금액은 13.6% 증가한 4985억원이다. 수입 비중이 전체 거래실적의 10%를 넘어선 상황으로, 금액으로는 12월 실적을 포함하면 지난해 5000억원을 넘어서는 등 최근 5년간 가장 많다. 물량은 2017년 23만톤, 2018년 21만톤, 2019년 19만톤, 2020~2021년 18만톤대로 감소 추세였는데, 다시 확대 추세로 전환될지가 관전 포인트다. 

지난해 주요 도매시장법인들의 수입 확대 움직임도 상당했다. 공사 자료에 따르면 2023년 1~11월까지 도매법인 중 수입산 거래실적이 가장 많은 곳은 동화청과(물량 4만6777톤, 금액 938억원)다. 전년 대비 과일 수입이 물량 37.8%, 금액 31.5% 각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뒤를 이어 서울청과(물량 3만4111톤, 금액 697억원), 중앙청과(물량 3만4042톤, 금액 780억원), 한국청과(물량 2만7847톤, 금액 422억원), 농협공판장(물량 1만898톤, 금액 254억원) 순이다. 

고성진 기자 kos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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