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농업·농촌이 좋다
<2>일할 사람이 없다? 해법을 찾아

[한국농어민신문 김영민 기자] 

일할 사람이 없는 세상이다. 도시엔 건설현장과 식당에서 일할 사람이 없어 외국인 근로자들이 그 자리를 메우고 있다. 농촌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코로나19를 겪으면서 외국인 근로자 의존이 큰 농촌 인력구조의 취약성은 그대로 드러났다. 일할 사람이 없으니 인건비가 천정부지로 치솟았고, 그마저도 사람을 구하지 못해 웃돈을 주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지금은 외국인 근로자 입국도 원활해 졌지만 취약한 농촌 인력구조는 여전하다. 이에 정부와 지자체, 관련 기관과 단체 등이 이러한 농촌 인력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젊은 인력의 유입으로 침체돼 있는 농촌경제 활력을 불어 넣는다는 의미로 추진되는 청년농업인 육성이다. 여기에 필요한 시기에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할 수 있는 공공형 계절근로 사업도 호평을 받고 있다.
 

#청년을 농업 현장의 주역으로 육성

창업농 육성 넘어
다양한 수요 파악
취업으로 기술 습득
농업기반 마련 도와
안정적 정착 유도를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농업에 종사하는 청년은 매년 급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00년 40세 미만의 경영주가 있는 농가는 9만1516호에서 2019년엔 6589호로 감소했다. 이러는 사이 전체 농가에서 40세 미만의 농가 비중은 6.6%에서 0.7%로 급감했다. 통계청의 최근 5년 동안의 40세 미만 농가 경영주는 2018년 7624호에서 2020년 1만2417호로 늘었다가, 2022년엔 7036호로 줄어 과거로 회귀한 상황이다. 이러한 원인으로는 농촌의 고령화와 인구 감소가 맞물린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윤석열 정부는 청년농업인 3만명 육성을 국정과제로 선정하고, 창업 장려 및 창업 초기 정착 지원을 강화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러한 계획에 발 맞춰 농림축산식품부는 2023년 영농정착지원사업 대상자로 역대 최대 규모인 4000명의 청년농업인을 선발해 지원했다. 2018년부터 시행된 영농정착지원사업은 매년 1600~2000명의 청년농업인이 선발됐으며, 지난해는 2022년에 비해 2000명이 늘어난 규모다. 선발 인원을 늘린 것에 더해 청년들이 초기 정착 시 소득불안 등의 어려움을 낮추도록 정착지원금을 기존 월 100만원에서 110만원으로 인상했다. 또한 대상자 선정에도 부모소득 기준을 폐지하고, 창업자금을 기존 최대 3억원에서 5억원으로 확대하는 등의 지원조건도 개선했다.

청년들이 농촌에서 일할 수 있는 가장 기본이 되는 농지 확보를 위한 대책도 마련했다. 한국농어촌공사 및 농지관리기금법 시행령을 개정해 청년농업인 등에게 공급 가능한 농지를 최대한 확보하기 위해 농지은행의 비축물량을 확대한 것이 대표적이다. 농지은행의 매입범위를 기존 상속농지에서 비농업인 소유농지나 국·공유지까지 늘리는 등 청년농업인들의 농지 구입에 겪는 문제를 완화한다는 계획이다. 여기에 농촌 지역 청년들의 주거와 보육의 부담을 덜기 위해 임대주택단지 조성을 지속 늘려나가고 있다. 2023년까지 9개소였던 청년농촌 보금자리 조성 사업은 2024년 17개소에서 2026년 35개소로 늘릴 계획이다.

지자체들의 사업도 눈 여겨 볼만하다. 지자체들도 △창업 및 영농정착 지원 △교육 및 컨설팅 지원 △생산품 판로 지원 등을 담은 청년농업인의 육성을 위한 조례를 제정해 지원에 나서고 있다.

다만 정부나 지자체의 이러한 계획이 효과를 거두기 위해선 사후 관리 등을 통해 청년들의 농업 현장 정착률을 높이는 것이 필요하다는 제안이 나온다. 특히 현재 청년농업인들을 위한 정책이 창업농 위주로 설계된 것을 경계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창업농 위주의 정책이 자칫 농가 부채만 키울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최범진 한국후계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정책조정실장은 “청년농업인의 안정적인 정착을 돕기 위해 성장 단계별 다양한 정책 수요를 파악할 필요가 있다”며 “이러한 요구를 정부 시책에 반영하고, 청년농업인들이 제대로 현장에 정착할 수 있는 지원조직 설립도 검토해 봐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은영 한국4-H본부 사무부총장은 “청년농업인을 육성하는 것은 반가운 일이지만, 이들을 농업 현장에 진입시키는 것이 목적으로 정책이 설계되다 보니 현장에선 어려움이 많다”며 “특히 창업농 위주로 정책 프로그램이 설계돼 농지 구입이나 창업자금의 융자 등의 위험부담을 안고 시작해야 한다. 무조건적인 창업보다는 취업을 통해 기술을 습득하고, 농업 기반을 마련할 수 있는 지원 정책이 뒷받침돼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공공형 계절근로 모범 여량농협

정선군은 올해 공공형 계절근로 사업을 관내 4개 농협으로 확대한다. 사진은 지난해 12월 열린 공공형 계절근로 사업 최종 평가회.
정선군은 올해 공공형 계절근로 사업을 관내 4개 농협으로 확대한다. 사진은 지난해 12월 열린 공공형 계절근로 사업 최종 평가회.

농민 조합원 위해
적자 우려 속 첫발
사고 매뉴얼 만들고
매달 고충 듣기도
숙박·식당 개선 계획

외국인 근로자는 도시와 농촌을 가릴 것 없이 현장 인력의 한 축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코로나19 상황을 겪으면서 농촌에선 외국인 근로자의 역할이 더 중요해졌다. 이를 방증하는 대표적인 사례가 공공형 계절근로자 사업이다.

2022년 시범사업을 통해 2023년 본 사업으로 전국 19개소에서 시행된 공공형 계절근로 사업은 현장에서 호평을 받았다. 농촌 현장에서 필요한 시기에 필요한 인력을 충당할 수 있었고, 농번기 인건비 인상을 억제했다는 평가 속에 올해엔 70개소로 늘어난다.

강원도 정선군 역시 2023년 농업인들의 호평을 받은 공공형 계절근로 사업을 올해 대폭 확대한다. 2023년 여량농협(조합장 주재경)이 라오스에서 50명을 공공형 계절근로자로 운영한 것을 발판 삼아 올해는 관내 4개 농협이 모두 참여하기로 결정한 것. 이에 정선군은 올해엔 145명을 공공형 계절근로자로 도입할 예정이다.
 

정선 여량농협은 지난해 공공형 계절근로자 50명을 운영하면서 농업인들로부터 큰 호응을 받았다. 사진은 외국인 근로자들이 곤드레 정식 작업을 하는 모습.
정선 여량농협은 지난해 공공형 계절근로자 50명을 운영하면서 농업인들로부터 큰 호응을 받았다. 사진은 외국인 근로자들이 곤드레 정식 작업을 하는 모습.

이경덕 정선군청 농업정책과장은 “지난해에 큰 문제없이 사업을 진행한 결과 전국의 모범사례로 선정될 정도로 운영이 됐다. 공공형 계절근로 사업은 일손이 부족한 농촌지역의 현실을 감안할 때 실질적으로 큰 도움이 됐다”며 “올해엔 4개 농협으로 확대하는 만큼 농협에서 많은 도움을 당부한다”고 말했다.

정선 여량농협이 2023년 공공형 계절근로 사업을 성공적으로 이끈 요인에 대해 주재경 조합장은 이렇게 말했다.

“처음엔 이 사업이 과연 잘 될까, 자칫하면 큰 적자를 볼 수 있겠다는 염려에 첫 발을 뗀 것도 사실입니다. 그런데 농촌 현장에 부족한 인력을 해소한다는 점에서, 그리고 조합원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사업이라고 인식해 최선을 다한 점이 농업인들에게 큰 호응을 받았다고 생각합니다.”

여량농협은 2023년 공공형 계절근로 사업을 실시하면서 나타난 문제점들을 하나 둘씩 개선해 나갔다. 예를 들어 외국인 근로자들이 다치거나 문제가 생겼을 때, 해결할 주체가 분명치 않은 것을 군청과 농협, 군립병원, 소방 등과 협력해 매뉴얼을 만든 것이다. 이러한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으면 인력 송출에 대해 국가 간에 맺은 신뢰에 금이 갈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외국인 근로자들이 한국 농기계를 처음 접하면서 발생할 수 있는 사고를 방지하도록 안전교육도 수시로 진행했다. 가장 기본적이면서 반드시 해야 할 교육을 빠트릴 경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외국인 근로자들이 한국 문화를 이해할 수 있는 배려도 눈에 띈다. 외국인 근로자를 위한 바자회를 열어 주재경 조합장이 손수 옷을 선물하는가 하면, 한 달에 한 번씩 간담회를 개최해 외국인 근로자들의 고충을 듣기도 했다. 정선군의 협조를 얻어 실시한 지역관광 체험 투어는 타지에서 근무하는 이들에게 고향의 그리움을 달래는 데에도 도움이 됐다.

주재경 조합장은 “문제를 해결하는 답은 현장에 있었다. 단순히 현장을 모니터링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어떤 것이 필요하고, 어떻게 해결해 주고 조율하는 것이 농협의 역할이었다”며 “올해는 숙박이나 식당 등도 개선해 공공형 계절근로 사업이 농업인과 외국인 근로자 모두 만족할 수 있도록 운영해 볼 계획이다”고 말했다.

공공형 계절근로 사업이 농협의 본래 사업은 아니지만 꼭 필요하다는 주 조합장은 개선해야 할 점도 제안했다. 그는 “외국인 근로자들이 한국에 들어오기 전에 농촌의 문화나 어떤 일을 하는 지에 대한 사전 교육이 필요하다”며 “또 하나 중요한 것이 외국인 근로자 급여에 국민연금이 적용되는데, 외국인 근로자들이 전혀 납득을 하지 못한다. 설명을 하는 우리 입장도 무척 난처하다. 이 사업을 지속 유지하려면 국민연금 납부 조항은 반드시 보완이 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영민 기자 kimym@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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