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주점 ‘우리예술’ 젊은 대표들

[한국농어민신문 안형준 기자] 

서울 장충동에서 위치한 우리예술의 공동대표 구동욱, 백재민, 오예준 씨. 이들은 막걸리를 기반으로 문화를 창출해 지구를 정복하는 게 꿈이다. 
서울 장충단길에 위치한 우리예술의 공동대표 구동욱, 백재민, 오예준 씨. 이들은 막걸리를 기반으로 문화를 창출하는 게 꿈이다. 

전통주가 코로나19 확산 시기에 젊은 세대의 홈술족에게 인기를 얻으며 급속하게 성장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품질은 떨어지고 마케팅에만 치중하는 제품들이 시장에 하나둘 생겨나고, 경기 침체까지 겹치며 전통주의 인기가 식고 있다는 우려 섞인 말도 나오고 있다. 전통주 산업이 지속가능하기 위해선 결국 젊은 세대에게 오랜 시간 동안 사랑받아야 하는데 그 방법을 찾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전통주를 기반으로 많은 사람들이 재밌게 즐길 수 있는 문화를 만들며 확산하고 있는 전통주점 ‘우리예술’의 젊은 공동대표들을 만나 전통주 산업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방안에 대해 들어봤다. 

#전통주 산업, 성장세 멈췄나
소비자 주머니 사정 얇아지며 ‘소비 주춤’ 

국세통계연보에 따르면 전통주 시장은 코로나 확산 기간에 양적 성장을 이뤘다. 출고금액이 2021년 941억원이었지만, 2022년 1629억원으로 688억원(약 73%) 증가했다. 하지만 여전히 국내 전체 주류 출고금액에서 전통주가 차지하는 비중은 1.6%, 막걸리는 5.2% 등으로 미미한 수준이다. 

특히 2021~2023년 사이 다수의 양조장이 설립되고 다양한 제품이 출시 됐는데, 소비자들은 특색 있는 제품은 줄어들고 비슷한 제품만 많아졌다는 평가를 하고 있다. 또 특색 있는 맛과 향의 제품을 생산·판매하던 양조장도 소비자의 평가를 과도하게 신경 쓰며 제품의 맛과 향을 바꾸다보니 품질이 예전만 못하다는 평가를 받는 곳도 생겨났다. 

게다가 최근에는 경기 침체가 닥치자 주머니 사정이 얇아진 소비자들이 술 소비를 줄이며 전통주 시장에도 위기감이 맴돌기 시작했다. 이 같은 상황에 정부나 업계도 뚜렷한 소비 활성화 대책을 세우지 못하고 있어 위기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 우리의 술, 우리예술 

#혼자보단 둘, 둘보다는 셋

맛있는 막걸리를 많은 사람들과 함께 즐기기 위해 결성한 ‘한강 예술회’ 모임.
맛있는 막걸리를 많은 사람들과 함께 즐기기 위해 결성한 ‘한강 예술회’ 모임.

전국의 양조장 찾아다니며 
철학 몸으로 배운 오·구 대표
2022년 ‘한강 예술회’ 결성
전통주 마시고 토론 펼치며  
백재민 대표 멤버로 합류


전통주 산업에 위기감이 감돌고 있는 가운데, 막걸리를 유난히 좋아해 전통주점을 창업하고 젊은 세대에게 전통주 문화를 전파하고 있는 청년 세 명이 있다. 청년들의 이름은 오예준(25), 백재민(25), 구동욱(26) 이다. 오예준 대표와 구동욱 대표는 조리고등학교 동창으로 오랜 시간 함께 해왔고, 백재민 대표는 막걸리 모임에서 자주 마주치다 친해져서 결국엔 셋이 동업까지 하게 됐다. 이들의 구심점은 ‘막걸리’였다. ‘나이도 어린 청년들이 무슨 막걸리냐’는 생각을 할 수 있겠지만, 막걸리에 만큼은 진심이다. 

오예준 대표와 구동욱 대표는 고등학교 졸업 후 전국의 양조장을 찾아다니며 전통주가 어떻게 만들어지고, 어떠한 생각이나 철학으로 술을 빚는지 현장에서 몸으로 배웠다. 이후 집에서 시간이 날 때마다 자신만의 개성이 담긴 막걸리를 빚기 시작했고, 독특하고 맛있는 막걸리를 더 많은 사람들과 함께 즐기고 싶다는 생각에 2022년 봄 즈음 모임을 결성했다. 

모임의 이름은 ‘한강 예술회’였다. 한강 예술회는 비슷한 나이의 청년들이 전통주를 중심으로 모여 함께 전통주를 마시고, 전통주에 대해 토론을 펼치며 재밌게 노는 모임이었다. 여기서 만나 멤버로 합류 한 게 백재민 대표였다. 이후 이들은 이태원에서 전통주 강의와 여러 소모임을 운영하면서 전통주의 희망과 가능성을 확인했다. 

백재민 대표는 “한강 예술회 모임을 진행하며 사람들에게 막걸리를 마시면 화가 나는 이유에 대해 설문해보니 탄산이나 산미가 강하다거나, 마시고 나면 포만감이 크다거나 여러 이유가 나왔다”며 “여러 화가 나는 특징만을 모아 ‘빡치는 막걸리’를 만들어 시음을 했는데 사람들의 반응이 예상했던 것과는 달리 재밌어 하고 맛도 좋다고 해서 전통주를 보다 재밌게 즐길 수 있는 방법을 계속 찾기로 했다”고 말했다. 


#장충단길에 둥지 튼 ‘우리예술’
 

우리예술에서 판매하는 음식들.
우리예술에서 판매하는 음식들.

지난해 장충동에 주점 열고
수제 막걸리 등 30여종 판매
개성 더한 음식들도 선봬


전통주를 재밌게 즐기며 생계도 이어나갈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시작하다 떠오른 게 ‘전통주점’이었다. 업무 분담은 대한민국식품명인협회와 전통주갤러리 등에서 일하며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오예준 대표가 매장의 전반적인 운영을, 술 빚기가 취미가 아닌 일상이 된 백재민 대표가 전통주 제조를, 요리와 술 빚기가 특기인 구동욱 대표가 요리 파트를 맡게 됐다. 

2023년 여름에 사업자 등록부터 한 후 서울시의 지원을 받아 그해 9월 장충단길에 비상을 위한 둥지를 틀고, 시범 운영을 시작했다. 우리예술에서 판매하는 전통주는 30여종이 넘는다. 외부  제품을 입점할 때에는 원칙이 있다. 전체의 60%는 공동대표들이 생각하기에 소비자 중심적인 술을 고르고, 30%는 생산자 중심적인 술로, 나머지 10%는 공동대표들이 마셔봤을 때 매력이 넘치는 독보적인 술로 채워진다. 

신선한 막걸리를 제공하기 위해 설치한 막걸리탭
신선한 막걸리를 제공하기 위해 설치한 막걸리탭

우리예술이 직접 만든 막걸리도 판매한다. 직접 만든 막걸리는 국내산 찹쌀을 주재료로 다양한 부재료를 넣어 개성 넘치는 제품을 생산·판매한다. 월계수와 밤을 넣어 가을을 표현한 ‘가을이잖아’와 향은 달달하지만 맛은 달지 않은 ‘오르내리’, 새콤달콤하고 탄산감이 특징인 ‘급한마음’ 등이 있다. 또 지난 크리스마스 한정 상품으로 와인을 압도하기 위해 유기농 복분자를 넣어 발효시킨 게 특징인 ‘크리스마스에는 역시 와인이지’ 제품을 출시해 많은 인기를 끌었다. 특히 우리예술이 만든 막걸리는 병이 아닌 막걸리탭을 통해 잔술로 판매하고 있는데 소비자들로부터 신선하다는 반응을 얻었다. 

전통주와 합을 이루는 음식도 독특한 개성을 듬뿍 담고 있다. 구동욱 대표가 중식베이스의 아시안 요리가 특기인 까닭에 평소에 접하기 힘든 다양한 향신료를 사용해 전통주와 어울리되 젊은 층으로부터 인기가 많은 음식으로 메뉴를 구성했다. 대표적인 메뉴로는 마라등갈비찜과 고등어볶음밥, 낙지젓육회 등이 있다. 


#막걸리로 문화를 넘어 지구를 정복할 것
만화로 된 메뉴판 제작 등
재미 있는 ‘콘텐츠’가 원동력
문화 키워 ‘지구정복’ 목표도

우리예술은 단순히 개성 있는 맛의 막걸리와 음식으로만 소비자들로 각광받는 게 아니다. 우리예술에는 ‘콘텐츠’가 있기에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다. 메뉴판도 단순히 글자와 숫자로 채워진 게 아닌, 손님들이 이해하기 쉽도록 만화로 특징을 잘 표현했다. 또 소통에 익숙한 젊은 세대답게 SNS를 활용해 우리예술의 프로젝트와 요즘 빚고 있는 술, 각종 행사나 계획 등을 주기적으로 올리고 있다. 

또 최근에는 가게 홍보를 고민하다 ‘요상한 영수증 리뷰 대회’를 열기도 했다. 우리예술을 방문하고, 재밌는 방법으로 후기를 남기면 이를 채점해 술잔과 안주 교환쿠폰 등을 선물로 증정하는 이벤트였는데 생각 외로 많은 사람들이 기상천외하고 재밌는 후기를 남겨 심사하기 힘들었다는 게 공동대표의 설명이다. 

재미가 가장 큰 목표이자 원동력이다 보니 우리예술을 찾는 손님들의 연령대도 다양하다. 처음에는 젊은 세대들 특히 20~30대 여성 고객이 가장 많았지만, 최근에는 나이 지긋한 넥타이 부대들도 많이 늘었다. 처음에는 ‘막걸리가 비싸다’, ‘전통 막걸리가 아니다’ 등의 평가가 있었지만, 만드는 재료부터 과정, 맛의 차이점 등을 재밌게 설명하니 자연스레 단골이 됐고, 이제는 친구들이나 부서원을 데리고 올 정도로 푹 빠진 넥타이부대 고객들도 늘었다. 

우리예술은 탄탄한 기본기를 바탕으로 ‘재미’를 추구한다. 재미가 없으면 의미가 없고, 계속 할 이유도 없다는 것이다. 재미가 커지면 문화가 되고, 문화가 커지면 이를 바탕으로 지구를 정복하겠다는 게 이들의 최종 목표다. 이와 더불어 이들은 ‘융합’을 강조했다. 공동대표들이 전자음악과 스트릿패션, 서핑과 스케이트보드 등의 비주류 문화에 심취해 있는데, 각자의 취미를 막걸리와 융합해 전 세계인이 즐길 수 있는 막걸리 문화를 만들고 싶다는 것이다. 

구동욱 대표는 “우리는 비주류 문화에 빠져 있는데 막걸리도 주류시장에서 주류가 아니기 때문에 더욱 관심을 갖게 된다”며 “막걸리를 기반으로 재미와 융합을 계속 찾으며 시도하다보면 성공한 브랜드인 피치스(자동차 기반 브랜드)나 데우스 엑스 마키나(바이크 기반 브랜드)처럼 결국 문화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인터뷰/오예준 우리예술 공동대표
“소비자와 호흡하며 문화 만드는 게 중요”

다양한 전통주 콘텐츠 만들어
젊은 사람들의 관심 유발해야

“전통주가 젊은 층에게 계속 사랑받으려면 ‘제품이 맛있다’거나 ‘힙하다’는 표현으로 강요하면 안 돼요. 전통주로 재밌는 것을 할 건데 같이 하겠냐고 권유를 해야죠.”

단순하지만 어려운 ‘어떻게 하면 젊은 세대에게 전통주가 지속해서 사랑받을 수 있을까?’에 대한 질문에 오예준 공동대표는 이렇게 답했다. 코로나 확산 시기에 전통주가 젊은 층에게 인기를 끌며 많은 양조장이 생기고 다양한 제품이 출시됐지만, 솔직히 평가는 썩 긍정적이지 않다. 비슷한 맛과 향에 어디선가 본 듯한 제품 라벨 등 피로감이 쌓이는 제품도 많아졌기 때문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오예준 대표가 제안한 해답은 ‘문화’다. 신제품 개발과 마케팅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전통주 업계가 다양한 콘텐츠 제작과 행사 개최를 통해 소비자들과 호흡하며 문화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오 대표는 “젊은 세대는 재미가 없으면 흥미를 느끼지 못하고, 강요하면 더욱 멀어지게 되는 특징이 있다”며 “지금은 전통주 산업이 과도기를 지나고 있는데 더욱 발전하기 위해선 다양한 행사와 콘텐츠를 개발해 젊은 사람들의 관심을 유발해야 지속가능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문화가 마니아를 만들고, 마니아들이 많아지면 주류 문화가 될 수 있다”며 “막걸리와 전통주 문화가 주류가 될 때까지 우리예술도 다양한 도전과 실험을 하며 함께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안형준 기자 ahnh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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