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농업·농촌이 좋다
<1>쪼그라드는 살림살이, 우린 달라ㅣ청양 그린랩영농조합법인

[한국농어민신문 조영규 기자] 

충남 청양 그린랩영농조합법인의 (사진 왼쪽부터)이효진 씨와 김명주 씨, 남장현 씨, 강왕구 씨. 이들은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다양한 수익을 창출해보자’는 생각을 갖고, 2022년 법인을 설립했다. 올해 3년차를 맞아 더 큰 도약을 꿈꾸고 있다. 

“농촌에 계속 살려면
소득 높이는 게 답”
생산부터 가공,
유통·체험까지
청년들 머리 맞대

농업인이 농촌에 살기 위한 최우선 조건, ‘소득’이다. 농가의 삶의 질은 농업·농촌의 지향점이며, 이를 위해선 농가 소득이 뒷받침돼야 한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도 지난해 보고서를 통해 ‘농가소득 증대를 위한 다양한 정책적 시도들은 농가 후생을 향상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러나 농가소득을 창출하기가 쉽지 않다. 더욱이 농가가 생산 만해서 소득을 높이기는 더욱 어렵다. 그래서 생산에, 가공, 체험, 유통까지 한 데 엮어 지역 농산물의 부가가치를 높이려는 움직임이 늘고 있다. 최근 충남 청양의 그린랩영농조합법인(이하 그린랩)이 관심받고 있는 이유다. 지난해엔 콩을, 올해엔 딸기를 심어, 가공, 체험, 유통을 접목할 계획을 실행 중인 그린랩. 그들은 왜 뭉쳤고, 앞으로 어떻게 살림살이를 꾸릴지 이목이 쏠린다.
 

각자 다른 삶 살다 ‘함께 꾸는 꿈’

강왕구 씨.
강왕구 씨.

강왕구 씨(28세). 경기 시흥이 고향이다. 시흥에서 고등학교까지 졸업하고, 한국농수산대학에 입학했다. 고등학교에선 농수산대학보단 다른 대학을 추천했다. 그러나 평소 모토가 있었다. 중·고등학교 시절 ‘네가 정한 시간에, 네가 정한 곳에서, 네가 정한 일을 하라’는 아버지의 말씀. ‘자유롭고 책임감있는 농업인’으로 받아들였다. 대학을 졸업하고, 2019년에 아버지의 고향인 청양에 내려왔다. 그때 영농규모는 부모님이 농사짓던 하우스 2동과 논 약 3300㎡가 전부였다. 비록 규모는 작지만, 젊음은 청양에서 경쟁력이 될 수 있다고 확신했다. 현재 자신의 이름을 딴 ‘왕구농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하우스 16동(약 2400평)에서 고추를 재배하고 있다.

남장현 씨.
남장현 씨.

남장현 씨(32세). 고향은 경기 화성. 낙농업을 하는 아버지를 보고 자라면서, 자연스럽게 농업인을 꿈꿨다. 고소득 작물을 키워보겠다며 한국농수산대학 특용작물학과를 택했다. 군대를 제대하고 이제 농사를 지어볼까 했다. 특용작물은 소득을 내기까지 시간이 걸리는데다, 아버지의 낙농업만으론 가족이 함께 살기 빠듯한 듯 했다. 천안에서 잠시 일을 했고, 그 시기, 아버지는 축사를 청양으로 옮겼다. 착유량도 일일 기준 700㎏대에서 1톤 이상으로 늘었다. 아버지의 권유가 있었다. 특용작물은 아니더라도, ‘농’에 뛰어들 때가 됐다고 생각했다. 2018년 축사에 발을 들였다. 지금은 한우 20두를 키우는 ‘온암목장’의 주인이다.

김명주 씨.
김명주 씨.

김명주 씨(30세). 호텔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캐나다 등에서 카지노딜러로 일을 했다. 부모님의 투병 소식을 듣고 곧바로 한국으로 돌아왔다. 5년 전인 2019년부터 청양에서 부모님과 함께 방앗간을 운영하고 있다. 방앗간 이름은 ‘청양농부’. 참기름과 들기름은 물론, 고춧가루도 만든다. 특히 입소문을 타면서 청양농부로 고춧가루를 가공하러 오는 고객이 많지만, 품질이 떨어진 고추는 기계에 넣지 않는 아버지의 신념 덕분에 깐깐한 ‘방앗간’으로 불리기도 한다. 유통전문판매업으로도 등록, 청양농부 상품을 직접 유통하기도 한다. 김명주 씨의 두 동생도 방앗간 일에 합류했다. 최근엔 KBS1TV 인간극장에도 방영됐다. 제목은 ‘삼남매가 돌아왔다’.

이효진 씨.
이효진 씨.

이효진 씨(34세). 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했다. 충남 아산에서 미술학원을 하던 중 아버지가 아프시다는 얘기를 듣고 2019년 청양으로 내려왔다. 그렇다고 무작정 내려오진 않았다. 처음부터 농사를 짓던 사람이 아니었기에, 조금 다른 길을 찾아보려 했다. 미술학원 당시 ‘버찌로 그림그리기’ 등 농산물을 활용한 특강을 한 적이 있었는데, 반응이 좋았다. 이 기억을 살려 부모님 농장에서 생산된 표고버섯을 재료 삼아 ‘표고버섯 가루로 쿠키 만들기’ 등 체험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최근엔 푸드 테라피 자격증 등도 땄다. 농촌엔 어르신들이 많다. 앞으론 농촌주민을 위한 치유농장도 운영해 볼 생각이다. 농장명도 이런 꿈을 반영해 ‘농부의 정원’으로 지었다.
 

전문분야 살려 농업경영 협력 

이들이 한데 모였다. 네 명 모두 귀농한 지 길어야 6년 내외다. 부모님의 가업을 잇고 있지만, 그 규모가 크지 않다. 소득이 높지 않다는 얘기다. 하지만, 소득을 높여야 농촌에서 살 수 있다. 각자의 이유로 어려운 결심을 하고 농촌에 발을 들인 이들. 더 오래, 보란 듯이 농촌에서 농사로 자신들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래서 뭉쳤다. 고추농사를 짓는 강왕구 씨, 한우를 키우는 남장현 씨, 표고버섯 체험을 하는 이효진 씨, 방앗간을 운영하는 김명주 씨. 이 네 명은 청양군4H연합회 활동을 하며 서로를 알아갔다. 신뢰도 쌓였다. ‘서로 다른 사람들이 함께 모인다면, 더 큰 시너지를 낼 수 있다’란 공감대가 컸다. 이젠 소득을 창출하는 기회를 농촌 융복합에서 찾아야 한다고도 생각했다. 2022년 그린랩영농조합법인을 설립했다.

강왕구 씨와 남장현 씨는 생산을, 김명주 씨는 가공과 유통을, 이효진 씨는 마케팅을 맡기로 했다. 대표는 강왕구 씨, 다른 세 명은 이사다. 그린랩은 2023년 콩을 처음 재배했다. 규모는 6.6ha가 조금 넘는다. 수입은 7000만원 가량. 

강왕구 대표는 “이젠 농업도 경영이 필요한 직업”라며 “청년들이 농촌에서 삶을 영위하기 위해선 돈을 버는 농업이 기반이 돼야 했고, 그 때문에 분야별로 청년들을 결집해 지금의 그린랩을 결성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콩 이어 딸기도…우리의 실험대  

그린랩은 올해 콩과 함께 딸기를 심는다. 콩을 통해 ‘같이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했다면, 이젠 실제 성과를 내야 할 차례. 그린랩은 ‘무엇을 생산해야 할지’를 하나씩 따져봤다. 올해 ‘청년농 맞춤형 스마트팜 보급 지원사업’을 통해 약 5000㎡ 규모의 스마트팜 설비를 완료할 예정이다. 스마트팜 품목이어야 한다. 또 하나, 콩과 재배시기가 겹치지 않아야 한다. 연중 생산이 돼야 소득을 확보할 수 있다. 강왕구 대표에 따르면, 콩 재배기간은 5월부터 10월까지이고, 딸기는 콩 수확이 끝나는 11월에 식재, 이듬 해 4월에 마무리된다. 콩에 이어 딸기를 하게 될 경우 1년 내내 그린랩은 농산물을 생산할 수 있다. 농산물의 부가가치를 높이기 위해 그린랩이 주력할 ‘가공’과 ‘체험’도 고려해야 한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딸기다.

그린랩은 어떻게 운영될까. 강왕구 대표와 남장현 이사는 딸기 생산에 전념한다. 그리고 이효진 이사는 딸기 체험 활동과 함께 마케팅을 담당한다. 딸기를 수확한 다음엔 김명주 이사가 딸기 잼 등으로 가공하고, 유통처를 발굴, 판매한다. 김명주 이사는 자신의 제품이 코트라(Kotra)에도 등록돼 있어, 이 경험을 토대로 그린랩 제품의 수출도 타진한다. 이렇게 네 명이 딸기 하나로 다양한 수익을 창출한다. 이들이 모인 결정적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지난해엔 콩 생산에 전념했다. 올핸 콩을 이용한 가공과 체험도 구상 중이다. 콩 재배면적을 20ha까지 늘리고, 가공과 체험을 더하게 되면 콩을 통한 수익은 더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강왕구 대표는 “올해 콩을 재배하면서, 콩 종자 심는 시기는 물론, 비료는 무엇을 쓰고, 제초제는 언제 줘야 하는 등의 생산 과정을 습득했으니, 시간이 지날수록 생산은 자신이 있다”면서 “메주콩 1㎏을 콩 그대로 판매했을 때와 이를 메주로 만들어서 판매했을 때 가격 차이는 3배 이상이 되기 때문에 가공을 해보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이효진 이사도 “기회가 된다면, 콩 수확 후 메주를 쑤거나 청국장을 만드는 체험을 시범으로 해 볼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청년농이 할 수 있는 게 많아요”

강왕구 대표는 “청양이 지자체 소멸 위험 단계로 진입했다고 하는데, 저의 시선으로 보면 젊은 농업인들이 청양에서 할 수 있는 일들이 많다고 생각한다”면서 “편의점이 멀고, 대리운전도 맡기기 어렵지만, 나와 동료가 농촌의 젊은 활력소가 되는 미래를 그리다보니 지금은 무척 만족하고 있다”고 흐뭇해했다. 남장현 이사는 “가끔 월급이 나오던 때가 그립기도 하지만, 내가 움직이는 만큼 내가 무엇을 하느냐에 따라서 수익이 날 수 있는 곳이 농촌”이라며 “그래서 더 재미있고, 신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명주 이사는 “그린랩 구성원의 역량이 다양하다는 점을 동력삼아 생산부터 유통까지 순환된다면, 농업을 하나의 사업으로 일궈갈 수 있다는 확신이 선다”고 말했고, 이효진 이사는 “서울에 있을 때보다 지금 더 일을 많이 하고 있는데, 농촌도 소득이 없으면 서울에서 지내는 것처럼 힘든 건 마찬가지”라며 “내가 무엇을 해서 정착할지를 진지하게 고민하고, 농촌에 내려왔으면 한다”고 당부의 메시지를 전했다.

조영규 기자 choyk@agrinet.co.kr

관련기사

저작권자 © 한국농어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