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후계농업인육성정책 개선은 한농연이 지속적으로 요구해 온 사안이다. 19대 대선은 물론, 이전 18대 대선에서도 요구가 강했다. 사진은 18대 대선 당시 한농연과 본지가 개최한 대선 후보 초청 농정 대토론회에 참석한 후계농들이 후계농육성자금 금리 인하를 요구하는 피켓을 들고 있는 장면.

후계농업경영인 육성법 제정 시급…신규 농업인 연착륙 도와야

1981년 농어민후계자육성정책이 시행된 이후 전업농육성정책, 귀농귀촌지원책 등과 같은 후계농업인 육성책이 추가로 추진됐고, 최근에는 청년농업인 육성지원책이 추가되면서 다양성도 더하고 있다. 하지만 각 정책의 지원규모나 방식이 상이하고, 또 1회성으로 그친다는 점에서 이를 통합하는 관련 법률을 제정해야 한다는 지적도 높다. 특히 실제 농업에 종사하는 사람을 중심으로 후계농 지원책을 통합하는 한편, 신규농업인이 농업현장에 연착륙할 수 있도록 하는 교육프로그램의 마련 및 후계농업경영인의 산업기능요원제도를 더욱 확대해 농업에 젊은 피를 수혈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1회성 정책자금 지원 벗어나
후계농 육성 종합·체계적 관리
불명확한 지위도 명확히

부모 농업경영 승계
증여·상속세 과세특례 적용
병역특례제도 유지하고
농지·농기계 등 저가 임대를


▲현행 농업인력정책 만족도 낮아=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가 지난 대선을 앞두고 시도 및 시군임원 10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정책만족도 설문조사에서 정부의 농업인력정책에 대한 만족도는 평균 2.51점으로 나타났다. 1~5점을 기준으로 점수가 높을수록 만족도도 높다는 뜻인데, 매우 불만족(1점)·불만족(2점)·보통(3점)·만족(4점)·매우만족(5점)으로 조사된 점을 감안하면 보통보다 낮은 점수를 받은 것이다.

당시 설문조사에서 설문에 참여한 농업인들은 후계농업인 육성제도와 관련된 만족도 답변에서 보통이 44명으로 가장 많은 것으로 조사됐고, 이어 불만족이 33명(32%)·매우 불만족이 9명(8.7%)로 나타났다. 만족과 매우만족 응답은 각각 8명(7.8%)·3명(2.9%)에 불과했다.

당시 한농연은 박근혜 정부 들어서 강조돼 온 귀농귀촌정책에 대해서도 만족도 조사를 실시했다. 설문조사 결과에서는 불만족이 36명(35.0%)으로 가장 많았고, 매우 불만족이 26명(25.2%)으로 다음을 이었다. 불만족 비율이 60%가 넘는 것으로 집계됐다.

예비 또는 신규농업인이 농업·농촌에 연착륙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농업인 교육 정책에 대한 만족도도 보통 53명(51.5%)·불만족 29명(28.2%)·매우 불만족 6명(5.8%)로 불만족 비율이 높았으며, 폐지가 논의되기도 했던 후계농업경영인 산업기능요원 제도와 관련된 설문항에서도 만족도는 보통 50명(48.5%)·불만족 28명(27.2%)·매우 불만족 11명(10.7%)의 비율을 보였다.

전반적으로 현재의 농업후계인력육성정책에 대한 불만족 수준이 높다는 것으로 지난 대선과정에서 한농연은 새로운 ‘후계농업경영인 육성에 관한 법률’의 제정을 요구했으며, 이번 6.13지방선거에도 이를 재차 요구했다.

▲후계농육성법 제정 목청=현재 농업인력 육성책은 귀농·귀촌정책, 전업농육성정책, 농업마이스터 정책 등으로 나눠져 있다. 각각의 정책은 또 지원규모가 상이하게 적용되면서 형평성 논란도 발생하고 있다. 이를 한 법률로 통합하자는 게 한농연의 요구다.

지난 대선 과정에서 한농연은 농정공약을 통해 “1981년 이후 2016년까지 총 14만명이 넘는 후계농업경영인(구 농어민후계자)이 지정되었으나, 이들의 육성·정착을 위한 지원 정책은 1회성 정책자금 지원 프로그램에 불과해 체계적·종합적인 지원·관리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면서 ‘후계농업경영인 육성에 관한 법률’제정을 요구했었다.

이에 따르면 후계농업경영인 육성과 관련 법 조항은 농어민후계자육성기금법(1980년대)과 농어촌발전특별조치법(1990년대)에 이어 현재는 농업·농촌 및 식품산업 기본법과 농어업경영체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에 반영돼 있다. 하지만 농업·농촌 및 식품산업 기본법에서는 후계농업경영인의 육성에 관한 선언적 문구로만 그치고 있고, 농어업경영체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에서는 후계농업경영인 육성·정착을 종합적·체계적으로 지원하고 관리하기 위한 정부와 지자체의 책무 및 주요 정책 과제가 제대로 명시돼 있지 않은 문제가 있다.

또 헌법과 농업·농촌 및 식품산업기본법 상 후계농업경영인의 법적 정의가 명시돼 있지 않은데다, 농업·농촌정책에서도 후계농업경영인의 불명확한 지위 및 위상에 관련된 문제점 등도 시급히 시정되어야 할 과제라고 봤다. 이에 따라 ‘후계농업경영인 육성에 관한 법률’을 제정해 후계농업경영인 육성정책을 중심으로 정부의 농업인력 육성정책을 일원화 하자는 것.

여기에는 그간 지속적으로 문제가 제기돼온 후계농업경영인 육성지원을 강화하는 내용도 담자는 요구다. 지원액 상한선을 4억원으로 높이는 한편, 현행 1~2%대인 지원금리를 무이자로 전환하고, 거치기간도 10년 거치 20년 분할상환으로 늘려 농업인들이 농업현장에 무리 없이 정착하도록 해야 한다는 게 이유다. 특히 선도농업인을 대상으로 농림수산업자신용보증기금의 우대보증을 확대해 담보가 부족한 경우라도 정책자금을 빌릴 수 있도록 해 실질적인 후계농 육성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내용도 담자는 것이다.

▲경영승계·청년농업인 지원 강화를=후계농업인과 관련해 농업현장에서 제기되고 있는 또 다른 문제는 경영승계 문제다. 경영승계란 농사를 짓고 있는 부모의 업을 자식이 이어받는다는 뜻인데, 이 과정에서 세금문제가 발생하면서 경영승계를 어렵게 하고 있다.

특히 신규 후계농업경영인으로 선정된 경우 부모로부터 영농사업의 일부를 받아 독립적 영농을 하려는 경우가 상당수 나타나고 있는 상황. 따라서 농업경영 승계를 고려중인 농가에 대해서는 경영 이양이 순조롭게 진행될 수 있도록 농지를 비롯한 농업생산 기반에 대한 증여 및 상속세 부담을 과세특례 규정을 통해 완화하는 등의 실질적 지원책이 마련되야 한다는 것.

청년농업인에 대한 영농정착지원제도 지원조건을 개선해서 지원기간을 현행 최대 3년에서 10년간 영농의무를 부과하는 것을 조건으로 최대 5년까지 지원하고, 해당자도 매년 2500명씩으로 확대하자는 것. 또 청년농업인으로 선정된 농업인에 대해서는 농업인단체 활동에 참여하도록 하고, 선도농업인의 영농·생활지도를 지원조건에 포함시키는 한편, 이들에 대해서는 농지와 시설, 농기계 등 농업생산기반에 대해 저가 임대제도를 도입해 농촌사회의 공익적 역할을 담당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한농연은 이같은 후계농업경영인 육성에 관한 대책에 대해 “정부의 농업인력 육성정책이 후계농업인 육성정책으로 일원화·체계화되지 못한 상태에서 농업생산을 책임지고 농촌사회의 유지·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정예화 된 신규인력을 안정적으로 확보·정착시킬 수 있는 법적·제도적 근거가 미흡한 실정”이라며 법 제정 요구 이유를 설명하면서 “또 후계농업경영인 병역특례제도의 유지와 농지·농업용 시설·농기계 등의 저가 임대제도 도입 등 핵심과제들을 농업인력 육성정책 개선안에 반영해 반드시 관철시켜 나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를 잇는 농업경영인/임관빈·임찬혁 씨 부자
“아버지가 잡아 놓은 터전, 아들과 함께 키워가”


6만여평 벼 농사 지으며
이웃 농가 농작업 대행
‘농사가 천직’
아버지 뒤 그대로 밟아
4H·한농연·지도자 활동도

▲ 부친 임관빈 씨와 아들 임찬혁 씨가 운영 중인 대형 트랙터를 배경으로 나란히 서 있다.

지난 2009년 한국농수산대학 식량작물학과를 졸업하고 부친의 뒤를 이어 농업에 뛰어든 임찬혁 씨(31)는 2030세대 젊은 농업인으로 지역에서 자리매김을 하고 있다. 1983년 3기 후계농업인으로 선정된 부친인 임관빈 씨(61)와 함께 벼 농사를 중심으로 6만평 가량의 농사를 짓고 있다.

임찬혁 씨는 “우리지역도 대부분 노령인구가 많은 상황이고, 특히 여성고령인구가 많아서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을 찾기 어렵다”면서 “자연스럽게 대형농기계를 보유하고 있는 탓에 주변 농사를 대행하는 일을 하고 있다”고 했다. 찬혁 씨 집에는 트랙터와 콤바인, 이앙기 등의 논 농업과 관련된 대형 농기계들이 갖춰져 있다. 부친인 임관빈 씨가 이미 이 같은 터전을 마련하고 있었고, 찬혁 씨가 농사를 함께 짓기 시작할 무렵부터 농사규모도 늘었다고.

분업화도 잘돼 있다. 봄철 영농기에 부친이 논을 가는 일을 맡으면, 아들인 찬혁 씨는 이앙을 담당한다. 그리고 추수철에 부친이 콤바인으로 수확을 담당하면, 찬혁 씨는 건조기를 담당하는 식이다. 그는 “동네 일을 많이 하다보니 집을 중심으로 작업을 해야 할 농지를 지도에 그려놓고, 일을 끝마친 곳에 표시를 하는 방식으로 하고 있다”면서 “일이 많다보니 쉴 수 있는 시간은 겨울철 농한기 이외에는 거의 없다”고.

농사를 처음 지었을 때와 지금, 어떻게 달라졌는지 물었다. 그는 “달라진 점이 있다면 처음 농사를 지을 때보다는 농사기술이 많이 는 것 같다”면서 “농기계를 어릴 때부터 만지다보니 지금은 귀농·귀촌인을 대상으로 지역 농업기술센터에서 농기계기술교육도 하고 있다”고 했다.

후계농육성사업에 대해 그는 우선 “귀농인들을 대상으로 농기계 교육을 하다 보니 많이 접할 기회가 생기는데, 일부 농촌현실과는 다른 이상을 가지고 들어오는 경우가 있는 것 같다. 아무리 기계가 농사를 짓는 시절이라고 하더라도 삽을 들고 일을 하지 않을 수가 없는데, 이런 것들을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면서 “이런 분들은 적응을 하지 못하고 떠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그는 또 “31살이면 2030세대인데 이들 세대를 기준으로 지원하는 창업농에는 영농경력이 많이 끼지 못한다”면서 “이들을 중심으로 최근의 후계농육성정책이 추진되다보니 규모를 더 늘려야 하는 입장에서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지역 4H와 한농연에서 활동하고 있다는 그는 “아버지가 3년차 후계농으로 선정이 되셔서 4H와 한농연, 지도자 활동을 하고 계시는데 그 뒤를 그대로 밟고 있다”는 찬혁 씨. 그러다보니 아버지에게서 배우는 일도 많다고. “다만 나이가 어려서 지도자회 활동은 하지 않고 있지만 같은 후계농이라는 점과 또 같은 4H활동을 했었다는 점에서 아버지를 통해 배우는 일이 많다”면서 “청년을 중심으로 운영되는 4H 회장으로 일을 하다보니 관내 농업기술단체협의회의 사무국장을 맡고 있기도 하다”고.

그는 “농한기에도 쉬지 않고 막노동에서부터 배달일까지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용돈벌이를 하는데, 제일 잘 맞는 것은 역시 농사일”이라면서 “아마도 나에게는 농사가 천직인 것 같다”고 말한다.

“고령이신 분들 중에서도 여성분들이 많아 운전을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농작업 뿐만 아니라 차량까지 지원을 해야 하지만 지역사회의 젊은 일원으로 할 수 있는 일을 한다는 데 항상 보람을 느낀다”면서 “후계농업인으로 아버지가 그렇게 하셨던 것처럼 저도 지역사회의 일원으로서 노력하는 모습을 앞으로도 이어 나가겠다”고 다짐했다.

이진우 기자 leej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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