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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령 3000호] 김성훈 전 농림부장관-김지식 한농연중앙연합회장 특별대담

“농업회생 골든타임 놓쳐선 안돼…대통령이 직접 농업 챙겨야”

한국농어민신문이 지령 3000호를 맞아 본보 창간에 지대한 역할을 한 원로 농업경제학자이자  친환경 유기농업 운동의 대부로, 국민의 정부 시절 초대 농림부 장관을 역임하신 김성훈 전  장관과 대한민국 대표 농민단체인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김지식 회장과의 특별대담을 마련, 농업·농촌의 현주소와 농정 개혁의 방향, 한국농어민신문의 역할과 책무에 대한 고견을 들었다. 1939년생으로 올해 팔순을 맞은 김 장관의 농업·농촌·농민에 대한 열정은 여전했고, 애정이 큰 만큼 문재인 정부의 농정 부재에 대한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장관과 ‘두바퀴 띠동갑(토끼띠)’인 김 회장도 농민단체장으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토로하며 농업·농촌의 미래에 대한 소신 발언을 이어갔다. 대담은 지난달 30일 김선아 편집기획부 부국장의 사회로 2시간 동안 진행됐다. 

-진행 김선아 편집기획부 부국장
 

김성훈 전 농림부 장관
대통령·장관이 단호한 의지 보여야 관료들도 움직여 
공익적 가치 생산농민에 국가가 ‘정당한 보상’ 당연

김지식 한농연 중앙회장
사상 초유의 농정 수장 공백 사태…있을 수 없는 일
농업 직접 챙기겠다던 대통령의 약속 반드시 지켜야


-장관님께서는 2009년 상지대 총장에서 물러나신 이후 일체 공직은 사양하셨지만, 환경·시민운동가로서 여전히 왕성한 활동을 이어가고 계신 걸로 알고 있다. 김지식 회장님도 취임 2년차를 맞아 밤낮 없이 바쁘실텐데, 요즘 어떻게 지내시나. 

김성훈=2009년 상지대 총장을 그만두면서 퇴임사 겸 책을 냈는데, 그 책 이름이 ‘더 먹고 싶을 때 그만 두어라’다. 어머니께서 먹을 것을 두고 다투는 우리 9남매에게 항상 하셨던 말씀이다. 어렸을 때 귀가 닳도록 들었던 말로 책 이름을 지었다. 이 책과 함께 상지대 퇴임사에서 ‘더 이상 돈 받는 공직은 일체 맡지 않겠다. 사회에 환원하는 일만 하겠다’고 얘기했다. 지난 10년 동안 그때 했던 발언을 그대로 지켜왔다. 환경정의, 경실련 소비자정의센터, 우리민족 서로돕기, 산사랑 숲가꾸기, 수목장 실천모임 등에서 경제 정의 살리기, 사회 정의 살리기, 유기농 살리기, GMO 퇴치에 전력을 쏟았다. 내 나이가 올해로 팔십이니 이제 NGO 활동에서도 은퇴할 때가 되었다. 자진은퇴(Self retire)를 선언하며 다 내려놓고 있는 중이다. 김 회장은 어떤가. 어려운 자리라 애로사항이 많을 것이다. 

김지식=1986년부터 농사를 시작해 젊은 나이에 농민운동에 뛰어들었다. 4번의 도전 끝에 한농연 중앙회장에 당선이 됐다. 농민 운동가로서 대한민국 농업 환경을 바꿔보겠다는 꿈을 포기할 수가 없었다. 누군가는 반드시 해야 할 일이니 내가 하자는 결심으로 서울에 올라왔다. 지난 1년을 되돌아보니 미친 듯이 달려왔다. 올해로 한농연은 31주년, 신문사가 38주년, 한국농업연수원이 7주년이 됐다. 어깨가 무겁다. 변화와 혁신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만큼 올해는 결과물이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 


-두 분의 인연이 궁금하다.  

김성훈=김 회장을 언제 어디서 처음 만났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첫 느낌은 기억한다. 김 회장이 나를 향해 걸어오는데 젊은 이경해가 ‘형님’ 하면서 걸어오는 것 같았다. 그래서였는지 처음 만났는데도 동생같은 느낌이었다. 그 이후로부터는 김 회장을 무조건 좋아하게 됐다. 김 회장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데 말이다. 

김지식=이경해 선배와는 지난 1994년 한농연 산하 지방자치발전연구위원회 활동을 하면서 인연을 맺었다. 당시 경해 형님이 위원장을, 제가 사무국장을 맡아 함께 일했다. 아마 장관님이 저에게서 이경해 선배를 느끼셨다면, 늘 이경해 선배에 대한 존경의 마음을 간직하면서 살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장관님은 한농연과 신문사의 산 역사이시기 때문에 신문이나 언론 등을 통해 접할 때마다 늘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갖고 있었다.  

김성훈=김 회장이 이경해 회장과 그런 인연이 있었는지 오늘 처음 알았다. 

김지식=경해 형님의 권유로 민주연합청년동지회(연청) 금산군 회장을 맡아 활동하기도 했다. 참 각별했는데, 2003년 9월 10일 추석날 아침, TV 속보로 경해 형님 소식을 듣던 순간이 아직도 생생하다.

김성훈=이경해가 칸쿤에 가기 전날, 우리 집에 찾아왔다. ‘아무 일 없는 거지?’ 걱정스럽게 묻는 나에게 ‘아무 일 없다. 칸쿤에서 나의 의견만 피력하고 오겠다’고 하더라. 그런데 ‘고은이 보람이 지혜, 딸들을 잘 부탁한다’고 하길래 기분이 정말 이상했다. 무사히 돌아오겠다고 약속까지 해놓고, 결국은 못 돌아왔다. 


-국민의 힘으로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지 11개월이 지나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농정의 변화를 체감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특히 최근 농정 핵심관료들의 줄사퇴를 보면서 농업계의 실망감도 커지고 있다. 두 분께서는 현재의 상황을 어떻게 보고 계신가.

김성훈=인간 노무현은 농업·농촌을 사랑했지만, 실제 참여정부 농정은 정반대였다. 한미FTA를 시작으로 각종 FTA를 추진하면서 가장 많은 농산물 시장 개방이 이뤄졌다. 문재인 정부도 농업·농촌·농민문제에 관한 한, 제2의 참여정부가 되는 것 아닌가하는 우려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난 11개월 동안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기간동안 내세웠던 농업 관련 공약들이 하나도 지켜지지 않고 있다. 더군다나 농정의 투톱(two-top)인 청와대 농어업비서관과 농식품부 장관이 동시에 사표를 냈다. 자신들의 입신양명을 위해 전남 도지사 한 자리를 놓고 경쟁하고 있는 걸보니, 농업·농촌·농민 삼농의 앞날이 아주 불길하다. 김 회장 생각은 어떤가.

김지식=있어서는 안되는 일이 벌어졌다. 대통령이라도 나서서 사퇴를 말렸어야 했고 조정했어야 한다. 장관과 청와대 비서관이 동시에 공백이 있는 부처가 어디에 있는가. 사상 초유의 일이다. 심장마비, 심근경색이 왔을 때 4분이 골든타임인데, 이때 뇌가 산소에 공급되지 않으면 사망한다고 한다. 지금 대한민국 농업도 마찬가지 상황이다. 골든타임을 놓치면 회복이 어렵다. 그런데 심폐소생술을 책임져야 할 농식품부 장관과 농어업 비서관이 없다는 것은 정말 위험한 상황이다. 

김성훈=대선 당시 문 대통령도 박근혜 대통령처럼 농업문제를 직접 챙기겠다고 약속하지 않았나.

김지식=맞다. 지난해 4월13일 한농연이 개최한 대선후보 토론회에서 5명의 후보 모두가 농업문제를 챙기겠다고 확약서에 서명한 바 있다. 문 대통령도 농업만큼은 직접 챙기겠다고 말씀하셨다. 농업은 국민의 목숨 줄이요, 생명줄인 식량안보를 지키는 필수산업이다. 과거에도, 현재에도, 미래에도 계속되는 유일한 산업이다. 농업 문제만큼은 대통령이 직접 챙겨야 한다. 


-정부가 바뀔 때마다 끊임없이 농정개혁을 이야기해 왔음에도 과거 정부 농정이 계속 답습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김성훈=사실 대통령이 결심하고 장관이 추진하면 안 되는 일이 없다. 정부에서 일하는 관료들은 기본적으로 누가 정권을 잡느냐, 권력의 행방에 따라 움직이는 사람들이다. 대통령이 농업을 챙기지 않으면 관료들은 절대 움직이지 않는다. 대통령이 의지를 보여야 한다. 문 대통령의 경우 과거의 적폐청산은 잘하는데, 농업문제, 생명문제, 지속가능한 재생농업에 대해서는 아직 길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이런 상황에서 농식품부 장관과 비서관이 동시에 그만두는 바람에 더 상황이 나빠졌다. 올바른 길을 제대로 알려줄 수 사람을 하루빨리 선임해야 한다.


-그나마 30년만의 개헌 논의 속에서 농업의 가치를 헌법에 반영하자는 여론이 광범위하게 일어나 대통령 개헌안에도 농업의 공익적 기능이 포함된 것은 다행으로 보인다.

김성훈=그동안 한농연을 비롯해 농업계가 앞장서서 농업의 중요성을 말한 덕분에 농업의 기본가치가 헌법에 반영됐다. 농업의 지속가능성과 공익적 가치를 인정하는 것이 골자다. 수고가 많았다. 앞으로는 농업, 농민, 농촌이 자연 보존은 물론 국민의 식량주권을 지키는 공익기능을 하고 있으니, 정당한 보상을 해야 한다고 외쳐야 한다. 농업의 기본 가치를 금액으로 따지면 300조원 정도에 달한다. 농민이 고생한 댓가로 국민과 국가가 혜택을 보고 있으니 국가의 이름으로 농가기본소득제를 실시하라고 얘기해야 한다. 유럽 등 다른 나라들은 이미 하고 있다. 그리고 이것이 내가 주장한 직불농정이다. 도시근로자 가구의 법정 최저 임금소득의 50%를 농가에 직접 지불방식으로 지원한다고 가정, 현재 전국의 농가 100만호에 월 50만원, 연간 600만원을 일괄 지급할 경우 연간 총 6조원 정도의 예산이면 가능하다. 

김지식=대통령 개헌안에 ‘농업·농촌의 공익적 가치’와 관련된 내용이 포함된 것은 1000만명이 넘는 국민들께서 농업계의 ‘헌법개정 서명운동’에 동참해주신 결과다. 이제 농업·농촌의 공익적 가치를 실현하는 농업인에 대한 ‘정당한 보상’이 이뤄질 차례다. 지난해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각 당의 후보들이 올해 지방선거에 헌법 개정을 하겠다고 약속을 했었다. 그러나 최근 여야 정치권이 각자의 정략적 이해에만 매몰되어 250만 농업인, 5천만 국민이 요구하는 헌법 개정 논의를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비난받아 마땅하다. 개헌 문제는 250만 농업인의 생존권과 5천만 국민의 식량주권이 걸린 사안이다. 여야 5당 모두가 농업·농촌의 공익적 가치 반영을 위한 이번 헌법 개정이 반드시 성사될 수 있게끔 매진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 김지식 한농연중앙연합회장(왼쪽)과 김성훈 전 농림부 장관의 대담이 지난달 30일 서울 강남구 한 커피숍에서 2시간여 동안 진행됐다.

“헌법에 농업 공익적 가치 담아내고 ‘농가 기본소득제’ 실시를”

예산 6조면 농가 100만호에 월 50만원씩 지급 가능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 농어민 대변자 역할 충실하길

한농연 기득권 내려놓고 농업회의소 설립 적극 추진
생산자와 소비자 상생하는 농업으로 위기 극복 최선


-농민기본소득제 말씀해주셨는데, 이 제도가 시행되기 위해서는 국민 공감대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농업계가 해야 할 일에 대해 말해달라. 

김성훈=농업계는 농업의 기본가치를 살려서 더욱 열심히 지속가능한 농업, 친환경 농업, 재생가능한 농업을 이뤄내 안전한 국민 먹거리를 생산해야 한다. 안전한 밥을 생산하고 안전한 밥상을 만드는 것, 이것은 정치적, 사회적 경제적으로 엄청난 의미가 있다. 각종 정치적인 외압으로부터 우리나라 농업, 농촌, 농민을 지키고 보호해야 한다. 가장 큰 압력은 농약과 종자, GMO, 산업 자본이다. 이들은 우리 농업이 무너지기를 바라는 세력들이다. 이 세력을 밀어내고 안전한 밥상을 만들자는 운동은 단순히 친환경 유기농업을 하자는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의 민주주의를 세우는 일이다. 밥이 곧 민주주의인 것이다. 김지식 회장이 앞장 서 전국이 12만 한농연 동지들과 함께 ‘밥이 민주주의다’를 외쳤으면 좋겠다. 

김지식=명심하겠다. 농민 스스로 생각을 바꾸고, 자부심을 갖는 것도 중요하다. 많은 농민들이 피해 의식에 젖어있다. 굽은 소나무가 선산을 지킨다는 말이 있듯이 능력이 없어서 도시에 못나갔다는 생각을 하는 농민들이 많다. 도시 사람들도 ‘할 일 없으면 농사나 짓지’ 이런 말을 많이 하는데, 이건 정말 잘못된 생각이다. 똑똑하지 못하면 농사를 짓지 못한다. 우리 농민들이 스스로 자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어려울 때일수록 우리가 하나로 단합해야 한다. 이를 위해 목소리를 하나로 만들 수 있는 농업회의소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너무 다양한 목소리가 있다. 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단일 창구가 필요하다. 농업회의소가 그 역할을 할 수 있다. 

김성훈=1998년 초대 농식품부 장관이 됐을 때, 김대중 대통령께서 농업회의소를 설립해 보라고 25억원을 따로 챙겨 주셨다. 하지만 조건이 있었다. 농민단체 장들이 모두 합의하지 않으면 그 예산을 사용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당시 한농연과 전농이 서로 주도권을 놓고 싸우다가 결국 무산됐다. 농업회의소 설립이 무산된 것은 정부 때문이 아니라 농민단체의 주도권 싸움 때문이었다. 쓰라린 추억이다. 농업회의소가 농업 발전을 위한 대안으로 계속 나오고 있는데, 농민단체들이 먼저 청사진을 그려 설립안을 만들어 보길 바란다. 

김지식=알겠다. 농업회의소가 만들어지는데 한농연의 기득권이 걸림돌이 된다면 개인적으로 이를 내려놓을 용기도 있다. 처음부터 완벽하게 시작할 순 없다. 노력하겠다. 농민 스스로 자부심을 가지고 새로운 정신, 새로운 마음, 아울러 단합된 힘이 필요하다. 


-장관님께서는 국민의 정부 취임 첫해인 1998년을 ‘친환경 유기농업 원년’으로 선포하고, 친환경농업육성법 시행령과 생협법을 제정하셨다. 그로부터 20년이 지난 지금 안타깝게도 친환경농업은 그 중요성에도 불구 오히려 위축되고 있는 느낌이다. 

김성훈=지속가능한 농업은 농업이 재생 가능할 수 있도록 친환경, 유기농업 정책을 펼치고 GMO를 비롯한 나쁜 먹거리를 퇴치하고 안전한 먹거리를 공급하는 것이다. 한농연이 주요 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는 ‘농약 줄이기 운동’과도 일맥상통한다. 농업이 안전하지 못한 이유는 농약 문제와 GMO 때문이다. 이것으로부터 국민을 안전하게 지키려면 ‘친환경 유기농업’을 진행하는 것, 이것이 농업 정책의 핵심이다. 이런 정책을 진행하려면 농약 업체와 다국적 기업의 압력, 몬산토사같은 GMO 세력의 로비 등을 이겨내야 한다. 

김지식=지금 우리 농업 자급률은 23%에 불과하다. 77%가 외국산이다. 외국산 농식품은 안전을 담보할 수 없다. 농약을 얼마나 사용했는지 모른다. 선택권을 가지고 있는 소비자들이 식탁에 올라오는 농식품이 어떤 과정을 거쳐 식탁까지 오게 됐는지 알고 먹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소비자가 농업을 걱정하지 않는 이상 농업 회생은 어렵다. 생산자와 소비자 상생하는 농업 환경을 정부와 정치권이 앞장서서 만들어 줘야 한다.

김성훈=정치가 돈을 따라가는 것이 문제다. 김 회장 말처럼 세계에서 GMO를 가장 많이 수입하는 우리나라는 식약처를 비롯 일부 무책임한 국회의원, 학자 등 GMO 장학생들의 로비에 의해 GMO가 아니라는 표시조차 못하고 있다. 이런 법이 어디있나. 이들 중에는 우리 농업을 지원하는 것보다 외국산 농식품을 수입해 먹는 게 더 이익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김지식=너무나 위험한 발상이다. 선진국들이 농업을 살린 데는 다 이유가 있다. 농촌의 발전 없이 선진국으로 진입할 수 없기 때문이다. 자국의 먹거리를 외국 농민들에게 맡긴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거의 모든 선진국의 식량 자급률은 100%를 넘는다. 우리나라 정치인들이 각성해야 한다. 

김성훈=맞다. 현재의 농업 정책이 답습된다면, 23%에 불과한 우리나라 식량 자급률은 15%이하로 떨어질 것이다. 

김지식=농업과 농촌 농민을 무시하는 사람들은 우리 농식품을 먹을 자격이 없는 사람들이다. 올해는 그런 사람들에게 우리 농수축산물을 먹지 말라고 더욱 강하게 말할 것이다. 농업을 지키는 것은 선택이 아닌 국가의 의무며, 우리가 처한 다양한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신의 묘수다. 정부, 농민, 소비자 모두가 농업의 다원적 가치를 이해하고, 농민들을 위한 정책을 함께 만들어가야 한다. 

김성훈=청와대에 가게 된다면 문재인 대통령에게 오늘 식탁에 올라온 음식들이 어디서 왔고 어떤 과정을 통해 왔는지 물어봐 달라.

김지식=그렇게 하겠다. 아직 문재인 대통령이 국정에 대한 토론 등 공식석상에서, 농업이란 단어를 한 번도 사용하지 않았다. 각 당의 대표들이 국회 대표연설을 할 때도 농업을 언급하지 않았다. 올해는 대통령과 각 당의 대표 입에서 농업, 농촌, 농민의 중요성에 대해 말할 수 있도록 열심히 노력하겠다.   


-우리 신문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할 것 같다. 장관님께서는 1980년대 주간 농산물유통정보지 발간부터 시작해 한국농어민신문 창간도 함께 하셨다. 당시 얘기를 좀 해달라.

김성훈=1980년 은사이신 성천 류달영 선생님을 모시고 김병태, 김동희, 권원달, 정찬길 등 뜻있는 학자들, 그리고 황의충 회장, 황민영 농특위 위원장 등이 함께 농산물유통연구소를 만들었다. 상업농화가 진전되면서 농산물 유통문제를 타개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였고, 농민들에게 꼭 필요한 정보를 담아 농산물유통정보지를 무료로 보내기 시작했다. 농산물유통정보지는 80년대 신군부에 의한 언론 통폐합 조치에도 불구, 전두환 정권에서 농업계 자문위원을 맡고 있었던 류달영 선생이 농업 후계자제도의 중요성 등을 잘 설득해 살아남을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허문도 얘기를 뺄 수 없는데, 언론 통폐합의 장본인이었던 그가 사실은 류달영 선생의 제자이면서 나의 선배였다. 농어민신문이 언론 통폐합 대상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비결이다. 


-당시 농업 정론지가 필요하다고 생각한 이유는 무엇인가.

김성훈=옛날이나 지금이나 힘 있고 돈 많은 사람들의 얘기만 언론에 게재된다. 힘도 없고 돈도 없는 농민의 의견을 들어줄 언론이 있을 수가 없다. 우리가 농어민의 진정한 대변지가 있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만들게 됐다. 지금의 농어민신문은 어떤가.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 광고주에게 휘둘리지 않는 농어민의 진정하고 절절한 바람을 반영시키는 그런 신문이 됐으면 좋겠다. 농민의 이야기, 농민의 목소리가 기사가 돼야 한다. 물론 현재 잘 하고 있지만 초심으로 돌아가야 신문이 농어민들에게 칭찬을 받을 수 있다. 신문사를 외형적ㅇ로 화려하게 키우려 하기 보다는 농어민의 내실있는 이야기를 들려줬으면 좋겠다. 상업전문지는 정론지가 될 수 없다.  

김지식=언론사를 둘러싼 환경이 급속도로 변하면서 경영이 쉽지 않다. 

김성훈=사업을 하려고 하면 어려울 수밖에 없다. 신문사 운영을 사업적으로 접근하다보면 금전적인 것을 고려해야하고, 광고주나 업체의 입장을 고려할 수밖에 없지 않나. 그렇게 되면 농어민이 목소리를 제대로 담을 수가 없다. 운동하는 자세로 나가야 한다. 

김지식=동의한다. 정론지의 길을 잊지 않고 농어민의 입장을 대변하는 신문으로 나갈 수 있도록 더욱 힘쓰겠다. 

김성훈=농어민이 100% 주주 아닌가. 신문에 주주들의 목소리가 제대로 반영되는 항상 체크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당부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김성훈=지속가능한 농업의 의미에는 환경과 농업이 조화를 이룬다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영어로는 sustainable agriculture, regenerative agriculture라고 하는데, 개헌안에 농업의 공익적 기능이 반영된 것을 계기로, 농업의 가치를 생산하는 우리 농민들에게 ‘농가기본소득제’를 실시할 수 있도록 한농연이 정부와 국회를 설득하는데 앞장서 줄 것을 당부한다. 현재 우리나라의 농업은 ‘너 죽고 나 살자’가 아니라 ‘나 죽고 너도 죽자’는 단계로 치닫고 있다. 이대로 가면 농민만 죽는 것이 아니라 다 함께 죽는다. 이 사실을 널리 알리는 일을 한농연이 주도하길 바란다. 

김지식=우리는 그동안 농업은 만사의 뿌리라는 의미로, 농자천하지대본이라는 말을 써왔다. 다산 정약용 선생은 농업은 하늘과 땅, 사람과의 조화로 이루어진 만물의 근본이라고 주장했다. 미국의 전문 투자가 짐 로저스는 농업이 미래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농업의 중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은 역사에 죄를 짓는 사람이라 생각한다. 우리 역사에 죄를 짓지 않기 위해서 농업, 농촌 살리는데 우리 5000만 국민이 모두 함께 했으면 좋겠다. 나도 너도 죽자가 아니라 나도 너도 같이 사는, 상생하는 그런 농업이 되길 바란다.  

정리=김효진 기자 kimh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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