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은 국가 공동체의 토대이자 뿌리"

▲ 정성헌 이사장은 1946년 강원도 춘천에서 태어나 고려대 재학시절 한일협정 반대시위를 하다 내란죄로 재판을 받고 풀려난 것을 비롯해 민주화운동을 하면서 옥살이를 여러 차례 했다. 40여년간 가톨릭농민회 운동을 하면서 우리밀살리기운동본부장,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장을 지냈다.

생명 다루고 지키는 생명산업 인식
공공재 개념으로 접근해야

농업의 가치 인정 받으려면
목적의식 갖고 땅·물 살리길
그래야 양심있는 시민들이 공감

농업예산 중 6조 ‘직불’로 전환
유기농업 방향으로 변화를


정성헌 한국 DMZ 평화생명동산 이사장은 대한민국 헌법과 인연이 깊다. 1987년 민주항쟁과 개헌논의의 한 가운데 있었고, 30년 후인 지금은 국회 헌법개정특별위원회의 자문위원(기본권 총강 분과)으로 활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당시 가톨릭농민회에서 활동하던 그는 민주헌법쟁취국민운동본부 상임 집행위원으로 고영구(변호사), 이상수(변호사), 성유보(언론인, 작고) 등 5명과 운동본부 개헌소위에서 일했다. 신년 기획 시리즈 ‘농업의 가치 이렇게 생각한다’ 인터뷰의 첫 순서로 생명과 농업 가치의 헌법 반영을 강조하는 그를 강원도 인제군 서화면에 있는 한국 DMZ 평화생명동산 교육마을에서 만났다.

“그 때나 지금이나 내 생각은 같아요. 우리가 추구해야 할 5가지 가치가 총강에 들어가야 해요. 그것은 인간사회의 가치인 ‘자유’와 ‘평등’, 지구생명 전체의 일원으로서 ‘생명’과 ‘평화’, 그리고 이것을 이룩할 수 있는 연대의 동력인 ‘협동’입니다.” “전체적으로 생명 가치를 존중하는 대한민국 공동체를 지향하는 틀을 만들고, 그 다음에 농업은 이런 위상을 갖는다”고 규정하자는 것이다. 그는 “경제분야에서도 우리가 가야할 길을 ‘정의로운 경제, 지속가능한 경제’로 규정하면 농업의 가치가 자동적으로 들어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농업을 ‘국가 공동체가 유지될 수 있는 토대이자 뿌리인 기초산업’으로 규정한다. “식량이 떨어지면 대혼란이 일어나잖아요? 농업은 생명을 다루고 지키는 생명산업입니다. 그래서 농자천하지대본이라 하는 겁니다.” 또 “공기, 물, 땅은 공공재이기 때문에 맘대로 쓰면 안된다”면서 “공공재 개념으로 식량을 접근하면 농업문제가 해결되고, 땅을 공공재로 하면 주택문제도 해결된다”고 말했다. “땅을 살려야 물이 살고, 우리 자식들이 살고, 지렁이와 메뚜기 등 뭇 생명이 산다”는 점에서 농업 농촌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는 게 그의 지론.

그는 현재 농민숫자가 적은 만큼 농업의 가치를 인정받으려면 농민들이 ‘도덕적 우위’에 있어야 양심 있는 시민들이 공감한다고 조언했다. “농업은 땅에서 물로 햇빛을 받아 이뤄지는 것이므로 땅과 물을 정성과 애착으로 살려야합니다. 지금까지 농민들이 자기도 모르게 다원적 가치를 수행했지만, 앞으로는 목적의식적으로 해야 합니다.”

물론 그러려면 정책이 뒷받침돼야 한다. 그는 생태환경과 농가소득을 해결하는 방안으로 일종의 직접지불 정책을 제시했다. “농업예산이 18조~19조원이라면 그 중 6조를 농가 100만 가구에 한 해 평균 600만원씩 7년간 지급해서 우리나라를 유기농업 방향으로 바꾸는 겁니다. 기본소득 그러지 말고. 어려운 말은 복잡해지니까. 그러면 소득보전도 되는 겁니다.”

이후 7년하고 8년째부터 1년에 한 번씩 평가해서 제대로 하는 농가는 후년에 5% 더 주고, 못하면 10% 적게 주는 방식으로 운영하자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농민 80%가 유기농으로 바뀔 것이고, 3만6000개 마을 중 3만5000개 마을에 반딧불이가 살아날 것으로 예상한다. “우리가 해보니까 반딧불이는 3년 만에, 구렁이는 7년 만에 돌아오더라구요. 그러면 농촌관광은 차원이 달라집니다. 엄밀히 계산하면 이것이 모두에게 이익입니다. 6조라고 해 봐야 국가 전체 예산의 1.5% 밖에 안돼요.”

헌법 상 경자유전 원칙과 관련, 정 이사장은 “경자유전 원칙과 소작제 금지는 그냥 둬야 한다”면서 “다만 땅을 기름지게 만들면 땅 임자가 회수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임차농민을 보호하는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그의 생각은 ‘총체적이고 전면적인 생명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문명의 대전환’이 중심에 깔려있다. 유기농업, 생명의 농업이 대전환의 기초산업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한국 DMZ 평화생명동산에서 농사를 지으면서 평화, 생명, 통일, 건강 교육운동과 자연동력(에너지)를 생활화하는데 매진하고 있다. 최근에는 그의 문명의 대전환을 쉽게 만화로 설명하는 ‘2030 생명의 길-물, 불, 밥, 그리고 사람’이라는 책을 냈다.

이상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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