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농정 정책
농업의 가치 이렇게 생각한다 <8>김인한 신부·천주교 우리농촌살리기운동본부장“농촌은 도시문제 해결의 마지막 대안…우리의 미래를 위해 지켜야"
   
▲ 부산 민주화운동의 성지인 대청동 부산가톨릭센터에서 만난 김인한 알베르토 신부. 천주교 부산교구 우리농촌살리기운동본부장이자 생명환경사목위원장, 한국가톨릭농민회 지도신부를 맡고 있다. 고 백남기 농민이 쓰러지던 순간부터 다른 사제들과 함께 서울대병원을 지켰다. 

도시는 이미 포화상태
농촌 없이는 하루도 못버텨

‘식량권은 기본권’인식
농업 가치, 헌법에 담아내야
도시민도 분명히 공감할 것

농업은 국가 기간산업
정부, 농민 위한 농정 펼치길


“도시는 농업이 없이는 하루도 버티지 못하는 신기루와 같은 존재입니다. 농촌은 우리의 단순한 시혜의 대상이 아니라 오히려 대안입니다. 도시에서 일어나는 모든 문제들을 해결하는 길은 농업 농촌에 있습니다.” 천주교 우리농촌살리기운동 전국 본부장이자 부산교구 생명환경사목위원장인 김인한 신부는 “농촌은 우리의 미래를 위해 남겨야 할 대안”이라고 말했다.

김 신부는 우리가 농촌을 지켜야 하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한다. “지금 포화상태를 맞은 도시와, 그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도시를 무한 확장하는 것입니다. 주변부 농촌을 잠식하고, 근본문제를 애써 외면하고, 문제 해결을 위한 긴급한 수술을 미래로 연기하는 겁니다. 그러나 이 또한 끝이 있습니다. 마지막에 가서 우리는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해야 하고, 그 때를 위해 우리는 농촌을 간직해야 합니다.” 농촌은 “우리가 마지막에 벼랑 끝에 가는 것을, 가기 전에 멈추게 해 주는 곳”이고, 이것이 “농촌의 수많은 기능 중 하나인 도시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또 하나의 대안이라는 의미”다. “공동체적인 가치, 생명의 가치를 지닌 농촌과 농업이 사라지면 우리는 갈 곳이 없다”는 것이다.

도시가 소비하고 버리는 문제, 개별화로 인한 사람의 소외문제, 상처 받고 피폐해지는 문제를 안고 있다면, 농촌에선 이타성, 관계성, 공동체성을 통해 그런 것을 위로받을 수 있다고 그는 말한다. “도시에선 돈을 벌지 않으면 어떤 것도 할 수 없는데, 농촌에는 대안의 삶을 제시할 수 있는 것들이 존재하고, 이제는 그런 것들을 진지하게 들여다봐야한다”는 얘기다.

그는 농업가치의 헌법 반영과 관련, “헌법이란 국가가 가지고 있는 가장 근본적인 가치들을 좀 더 지향하고 확장해 나가야 한다”면서 “식량권은 기본권”이라고 규정했다. “가장 기본적인 식량권을 지금까지 무시해 왔던 폐해들이 더 컸다는 거죠. 그것을 담아내지 않았기 때문에, 그것을 폄하하면서 왔던 것이 우리가 잘못된 길을 가고 있다는 겁니다.” 그는 “이런 부분에 대해 도시민들에게 설명하면 농촌의 문제만이 아니라 우리들의 문제라는 것을 공감들을 한다”고 전했다.

정부 농정방향에 대해 그는 “기업농, 대농 중심의, 관료 위주 농정의 근본문제가 한 번도 거론되지 않았다”면서 “지금 이 정부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고 백남기 농민이 부르짖던 것이 쌀값 올려달라는 얘기였는데, 바뀐 게 없기 때문에 오늘의 농민들, 오늘의 백남기도 똑 같은 구호를 부르짖을 겁니다. 쌀값은 박근혜 정부의 대선공약이었고, 문재인 정부의 대선공약이기도 합니다. 박근혜가 그 약속을 안 지켰기 때문에 그 때 집회에 나간 겁니다. 지금도 마찬가지예요. 아직도 농민과 무관한 농정, 농민을 대상화하는 농정이고, 농민들을 직불금, 돈만 달라고 떼쓰는 집단으로 몰아가고 있어요. 그래도 하고 있다는 액션만 보이고 있고요. 그 때나 지금이나 다른 게 없어요.”

그는 “정책 자체가 농민 위주로 가야 하는데, 오히려 농민들 입장에서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기 때문에, 무지렁이고 떼쓰는 사람들, 자기들 밖에 모르는 사람들로 보기 때문에 문제”라면서 “새 정부 농정은 뭘 하는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쌀값이 20년 전 가격과 같다는데, 만일 도시 노동자 임금이 20년간 동결됐다면 이 사회는 다 무너졌을 겁니다. 그런데도 농민들이 돈 더 달라고 떼쓰는 사람들인가요?”

그는 “농업은 국가 기간산업”이라며 “농민을 위한, 농민 위주의 농정, 시장개방이 아니라 농민주권, 식량주권으로 가야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제는 근본적인 문제를 봐야죠. 다른 나라는 농업을 국가 기간산업으로 보잖아요. 그래서 정책지원도 하고, 농업의 예외성을 인정하잖아요. 기본권, 노동 인권 같이 중요한 문제로 다뤄야 합니다.”

고 농민 백남기 선생이 쓰러진 2015년 11월14일에 현장에 있었고, 다른 사제들과 함께 현장을 지켜온 김 신부는 “아직 책임자 처벌도, 진상 규명도 이뤄지지 않았다”고 평가한다. “국무총리 사과로 위로는 됐을지 모르지만, 당시 책임자이던 강신명 전 경찰청장 관련해서는 아무것도 없고, 이철성 청장도 사과를 기자회견으로 했어요. 경찰 조직은 아무 것도 바뀐 게 없기 때문에, 이것을 정말 자신들의 잘못으로 여기고 있는가, 그런 걸 못 느끼겠다”고 말했다.

그는 서울대 병원의 행태도 마찬가지라 했다. “서울대 병원서 백남기 형제 돌아가시기 전에 신부도 못 들어가게 막다가 나중에 들여보내줬어요. 병원이 외인사 변경 하나 빼곤 한 게 없어요. 누가 잘못을 했고, 사과하고 이렇게 가야 하는데, 책임자 처벌도, 진실 규명도 아직 없습니다.”

김 신부는 늘 “밥은 교회의 근본문제”라며 “우리농촌살리기운동을 하는 것은 우리가 교회로 서 있을 수 있는 근본적인 일”이라고 말한다. “교회는 밥에서 출발한 종교입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최후의 만찬에서도 생명의 빵과 포도주가 나오지요. 교회는 처음부터 밥을 나눠 먹는 공동체였습니다, 이 밥 하나에서 우리의 모든 것이 시작된다는 깨달음이 있어야지요. 밥 먹는 것이 거룩한 일이라는 걸 잊고 있는 순간에 믿음이 이상해지는 거예요. 자기 먹는 것을 가볍게 여긴다는 것은 자기 생명에게 잘못하는 겁니다.”

그는 부산가톨릭대학교 다니던 신학생 시절에 농사동아리를 만들어 활동하면서 그것을 깨달았다고 했다. “신부가 되려는 학생들은 하늘을 바라보고 사는 건데, 하늘에 따라 살지 않고 기도만 하는 거예요. 농사를 지으면서 비가 오나 바람이 부나 하늘을 쳐다보게 되지요. 기도만 하는 게 아니라 진짜 내 손으로 무엇을 키워내는 것, 그것이 진짜 하늘을 닮아 가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그는 모교에서 교수를 할 때도 학생들에게 농사일 하고 법 해 먹는 것을 반드시 가르쳤다고 한다. “미사 때 성당에 제대가 있는데, 바로 생명의 양식이지요. 신부가 될 사람들이 인간의 양식을 이해하지 못하면 생명의 양식을 이해할 수 없잖아요.”

1994년 가톨릭농민회와 고 김수환 추기경이 제안해 탄생한 우리농촌살리기운동은 농민과 도시생활자가 연대와 책임을 통해 생명의 가치를 회복하는 운동으로, 농업과 밥상살림을 지킴으로써 생명공동체를 형성해 가는데 목적이 있다.

<저작권자 © 한국농어민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상길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