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서 홀대받는 농민의 권리, 헌법으로 보장 당연"

▲ 윤병선 교수는 그간 농업과 먹거리의 정치경제적 연구를 통해 식량주권, 소농 및 가족농의 조직화, 유기농업과 로컬푸드 운동을 대안으로 제시해왔다. 농민헌법운동본부에서 농민헌법 초안 마련에 참여했다.

농산물 가격 결정, 농민에 늘 불리
다원적·공익적 기능 보상 없어

농사만으로 가계비 충당 어렵고
도농 간 소득격차 갈수록 확대

헌법 통해 부당함 바로잡아야


헌법에 농업의 가치와 농민의 권리를 담자는 요구가 높다. 농민만이 이 나라의 주권자는 아닌데, 왜 헌법에 별도의 조항을 만들어야 한다는 걸까? 땅을 매개로 한 농민들의 생산활동은 지역사회, 국토환경, 국민들의 먹거리와 직접적으로 연관되지만, 이런 가치가 소홀히 다뤄져 왔기 때문이다. 윤병선 건국대 교수는 “이제는 그 부당함을 바로잡아야 할 때이고, 그것은 지원과 배려가 아니라 농민의 권리”라고 설명한다.

윤 교수는 “자본주의 시장경제에서 농산물 가격은 항상 농민에게 불리하게 결정되고, 농민의 생산활동과 정주의 공간인 농촌은 자본의 공격으로 위협받고, 법과 공권력마저 자본의 편에서 농민들을 위협하고 있다”고 했다. “이 부당함을 새 헌법을 통해 바로 잡자는 것이지, 국가의 보호와 배려라는 은전과 시혜를 요구하는 것은 아니”라는 논리다. “헌법이 자본주의에서 늘 불리한 위치에 놓이는 노동자의 권리를 보장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자본의 공격에 항상 노출돼 있는 농민의 권리도 당연히 보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농민들이 농사지을 권리, 농민답게 살 권리는 헌법이 담아야 할 주요 내용이다.

중요한 것은 ‘무엇을 생산하느냐’가 아니라, ‘누가 어떻게 생산하느냐’의 문제다. 그는 자본-임노동 관계를 기반으로 운영되는 농기업, 타인의 노동에 주로 의존하는 농기업, 소득이 아닌 이윤을 얻기 위해 운영되는 농기업의 권리를 얘기하지 않는다. 기업농의 권리나 식물공장의 권리도 아니다. 그가 말하는 농민의 권리는 “땅을 비롯한 자연환경과의 생태적 순환을 바탕으로 농업생산을 타인 노동의 착취에 의존하기보다 자신의 노동에 주로 의존하는 농민”의 권리를 뜻한다. 땅을 지키고, 공익적 가치를 실현해 내는 이들의 권리를 말한다. 이들이 농업생산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도록 하는 것이 헌법이 해야 할 역할이다. “지원과 배려의 대상인 농민, 농업, 농촌이 아니라 농민은 권리의 담지자로서 인정돼야 하며, 그 활동인 농업과 공간인 농촌이 권리로 인정돼야한다”는 것이다.

헌법에서 국민의 기본권과 관련된 사항은 시대 상황의 변화에 맞춰 변화해왔다. 1987년 이후 농업환경이 계속 악화돼온 만큼, 이제는 농민권리와 농업의 공익적 기능을 헌법에 담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80년대만 해도 도시근로자가구 소득과 농가소득의 격차가 거의 없었고, 신자유주의 세계화 폐해에 대한 사회적 공감이 일천해서 농민관련 조항이 미흡했습니다. 이제는 사회적 양극화, 기본권에 대한 요구가 확대되고 있는 만큼 이에 맞춰 농민의 권리를 담아야 합니다.” 80년대 95% 수준이던 도농간 소득격차가 크게 벌어져 지금은 60%에 불과하고, 1985년 농가소득에서 농업소득이 차지하는 비중은 64.5%였으나, 2016년에는 27.1%로 축소됐다. 당시엔 6000평 농사를 지으면 농업소득으로 가계비를 충족했지만, 지금은 3만평을 지어도 70%만 충족할 뿐이다.

그는 “농업이 수행하는 다원적 기능, 공익적 성격은 시장을 통해서는 보상이 이뤄지지 않기 때문에 국가의 정책개입을 강제하는 내용을 담아야 한다”고 말한다. 현재의 헌법은 농민의 권리는 말할 것도 없고, 농민이 생산과정에서 수행하는 공익적 활동에 대한 지원이나 장려가 빠져 있다. 따라서 “농업의 다원적 기능을 통해 이해관계의 대립을 조정하면서 농민의 권리를 담아내고, 농업농촌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하는 조항들이 헌법이 담아야 할 최소한 내용”이다.

그는 개정 헌법 국민 기본권 조항에 “모든 국민은 먹거리를 안정적으로 보장받을 권리를 갖는다”는 ‘먹거리 기본권(식량권)’을 신설, 식량의 생산과 공급이 국가의 기본 임무임을 명시할 것을 제안했다. 또한 기존의 농업관련 조항을 통합해 경자유전 원칙, 농업의 다원적 공익적 기능 인정, 식량주권과 지속가능한 농업에 대한 지원, 적정한 소득 보장, 전통문화와 환경 등 농업가치 보전, 여성농민 권리, 농민 자조조직 지원 등을 명문화 하자는 입장이다.

윤병선 교수는 그간 농업과 먹거리의 정치경제적 연구를 통해 식량주권, 소농 및 가족농의 조직화, 유기농업과 로컬푸드 운동을 대안으로 제시해왔다. 농민헌법운동본부에서 농민헌법 초안 마련에 참여했다.

이상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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