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도, 관료들도, 국민들도…농업 무관심 심각한 수준”

▲ 우석훈 박사는 <한미 FTA 폭주를 멈춰라> <88만원 세대> <나와 너의 사회과학> <모피아> <사회적 경제는 좌우를 넘는다> 등 수많은 책을 썼고, 올 2월에는 집값, 주식, 교육, 원전, 자원외교, 도시재생까지 국가의 거짓말을 추적한 사회경제학 교과서 <국가의 사기>를 냈다.

농업계-비농업계 소통
농업 다원적 가치에 대한
사회적 합의 끌어내야

경자유전 원칙 덕분
농지 투기 그나마 규제
헌법에 반드시 존치를

공공급식·농업교육 확대 등
장기적 대책 고민할 때


우석훈 박사는 10년 전 2007년 저서 '88만원 세대'로 널리 알려진 경제학자다. 그는 한국사회의 본질을 꿰뚫어 보는 통찰력, 날카로운 글쓰기로 유명하지만, 올해 ‘농업경제학’ 저서 발간이 목표일만큼 농업에 관심이 많다. 세상이 큰 변화의 길로 들어선 요즘 그는 “국가는 무엇이고, 국가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 묻고, 한국사회가 선진국으로 나아가려면 국가를 이용해 이익을 챙기는 세력, 정책실패를 해소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그는 한국사회의 농업에 관한 무관심 현상의 심각성을 말하며 “농사를 왜 지어야 하는지, 국가가 왜 지원해야 하는지, 재점검해야 한다”고 패러다임 전환과 국가 역할을 강조했다.

우 박사는 “지난 수년간 농업을 지켜보면서 가지게 된 느낌은, 사람들이 점점 더 농업에 대한 관심으로부터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라고 했다. “10년 전만 해도 정서적으로 농업이 중요할 거라는 생각은 했던 것 같은데, 이제는 '여섯 시 내 고향'의 한 구석에 박제된 모습으로 농업을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사회의 우선순위에 대한 논의에서 농업이 점점 더 멀어져가는 것 같구요.” “정부 고위관료들이 그러더라구요. 핸드폰 팔아서 쌀 사먹으면 된다고요. 그러면 되겠습니까? 농산물도 수입할 수 없는 것이 있고, 농업이 갖고 있는 환경적인 기여라든가, 고용으로서의 기능도 있는 거고. 청년 실업으로도 나라가 이런데, 농민들이 다 서울 쪽으로 나온다고 생각해보세요.”

반면에 농업 전문가들의 논의는 또 “너무 지엽적이고, 직접적인 유불리에 갇혀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한다. “농업 분야와 비농업 분야, 이제는 대화가 거의 없는 상태입니다. 그러다 보니까 개헌이라는 중요한 얘기를 하면서 농업에 대해서도 생각을 해야 한다는 인식 자체가 실종된 것 같습니다. 인터뷰를 준비하면서 주요 정당이 농업 문제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고 싶어 제가 질문을 하니까 일부는 곤혹스러워하고, 일부는 당황하거나 심지어 화를 내기도 하더군요. 무슨 입장이 있는 게 아니라, 아무 입장이 없는데 왜 자꾸 따지고 드느냐는 반응 같았습니다.” 그는 이것이 한국 농업의 현주소가 아닐까 싶은 씁쓸한 생각이 들기도 했다고 한다.

때문에 농업전문가나 농민들도 일반시민들에게 다가가는 방식, 사회적 합의에 대한 생각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그는 “다른 시민사회에서는 인권이나 환경이나 여성 등 소수의 문제라고 했던 것들도 변하고 있다”면서 “농업만 반대방향으로 가지 말고 이 변화에 맞춰 근본적으로 생각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농업의 다원적 가치와 관련, “이번에는 헌법에 들어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추상적으로라도 이런 입장은 미래 가치와 관련된 것”이라는 관점에서다. “농업의 다원적 가치는 주로 논이나 밭이 갖는 환경적 기능에 대한 얘기인데, 논을 그대로 보존할 것이냐, 아니면 그 자리를 개발지로 바꿔서 아파트나 공장 혹은 골프장을 지을 것인가, 그런 문제로 종종 충돌을 하지요. 산업논리와 시장논리로만 보면 농지를 유지하는 것이 쉽지는 않지만, 그게 반드시 농업 생산의 의미만 있느냐, 공기 정화를 비롯해 적지 않은 환경적 가치를 만들어주고, 지역 공동체의 허파 같은 기능을 하는 것 아니냐, 그런 이유로 친환경농업과 농산물에 대한 직불제 논의 같은 것들도 진행된 것이구요.” 그는 “어차피 농약을 치는데 해롭지 않느냐고 하지만, 그런 식으로 따지면 서울에 뭐 하러 녹지를 둡니까? 농지란 사람이 살기 위한 녹지생태와 보전적인 역할을 하는 공유지 역할을 하는 건데, 그걸 일방적으로 풀어서 거대한 공장이 된다고 하면 국토균형이 깨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헌법상 경자유전 원칙에 대해서는 “이 조항은 어쨌든 유지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87년 헌법에는 경자유전의 원칙이 명목적으로 들어갔는데, 이 조항이 과연 의미가 있는 것이냐는 질문이 젊은 진보 쪽 전문가들에게 종종 제기된다”고 전했다. “사실상 소작농에 가까운 일들이 횡행하는데, 이 한자 경구가 과연 의미가 있을까 하지만, 결국 농업회사들이 농지 해체를 노리고 막 밀고 들어오는 것을 어느 정도는 견제하는 효과가 있었고, 도시인들의 농지 투기를 제어하는 효과도 없다고 할 수는 없다”면서 “농업에 대한 사회적 분위기가 좀 높아지면 법률에서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들도 생각해볼 수 있다”는 것이다.

농정의 전환과 관련, 그는 유럽의 예를 들어 “농업이 어려운 것은 유럽도 마찬가지”라며 “최근 EU 차원에서 농업이 도시민을 대행해서 국토 관리를 해주고 있는 것이다, 이런 논의를 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전부 도시에서 산다면 국토의 대부분이 황폐화될 것인데, 이걸 지역에 거주하는 사람들이 관리해주고 있는 것 아니냐, 그런 논리죠. 우리도 수 년 내에 농업의 또 다른 기능에 대해서 논의하게 될 것 같습니다.”

그는 “지금 같이 간다면 일본보다 더 빠른 지방소멸 현상을 우리가 만날 수도 있다”면서 “농업과 지역경제의 연계에 대한 좀 더 근본적인 고민이 필요하다”고 했다. “로컬푸드 운동은 지난 수 년 동안 한국에서 그래도 제일 잘 되고 어느 정도는 자리 잡은 흐름입니다. 많은 지방 도시들이 농업과 지역 경제를 조금 더 적극적으로 연계시킬 겁니다. 저출산과 관련한 지금의 흐름을 농업 중심으로 개편하려는 시도들이 유의미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아직도 우리의 농정은 지나치게 칼로리 중심으로 가고 있다면서 채소와 과일에 대해서 좀 더 공적인 의미를 생각해야 한다고 했다. “우리 대학생들이 지나치게 과일을 못 먹고 있어요. 그나마 학교급식을 하는 곳에서는 영양사들이 어느 정도 신경을 쓰는데, 대학의 식당은 정말 형편없습니다. 단과대마다 정부에서 좀 지원을 하든지 해서 '과일방' 같은 것이라도 만들어주면 좋겠습니다. 가난한 대학생이라도 학교에서 최소한 자기가 과일은 깎아 먹을 수 있을 정도의 제도 보완, 그런 게 사실은 과일 농가에 대한 장기적 대책이 아닐까 싶네요.” “어느 정도 정착된 학교급식을 중심으로 대형 공장에서의 작업장 급식이나 군대 급식 등 농산물과 연계시켜서 발전시키고, 각 지자체의 최근 '푸드 플랜'을 통한 지역 차원에서의 농업 정책들이 중앙 정부와 연계되면서 안전하고 괜찮은 음식, 이런 쪽으로 정책이 가야한다”는 제안이다.

그는 농업 교육에 대해서도 좀 더 체계적인 시도가 있었으면 한다고 했다. “일본의 경우는 초등학교에서 지역 재단들과 연계되면서 일찌감치 농업의 의미에 대한 학습도 하고 훈련도 한다”면서 “우리는 지나치게 도시 중심의 교육이라서, 농업의 의미에 대해서 좀 더 정서적으로 접근하는 게 보완적 효과를 줄 것 같다”는 것이다.

이상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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