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농촌 사라지면 안전한 먹거리도 없죠"

▲ 행복중심생협/2009년부터 여성농민들과 토종씨앗 지키기 사업을 펼쳐오고 있다. 이는 씨앗이 모든 먹을거리의 근원이며 생명의 근본이라는 생각에서다. 현재 횡성과 홍천에서 여성농민들과 채종포를 공동경작하고, 매년 토종씨앗 나눔축제를 열면서 자매애를 키우고 있다.

여성의 시선으로 참 먹거리 나눔
우리 식탁·농업 지키는데 앞장

농촌 붕괴·낮은 식량자급률 걱정
먹거리 기본권 헌법에 명시하고
국가 차원 '마스터 플랜' 마련을



자연과 인간의 조화. 인간 서로간의 협동. 자연과 사람, 사람과 사람의 평등을 추구하는 이들이 있다. 여성의 시선으로, 참 먹거리를 나누는 일을 통해 우리 식탁과 농업을 지켜내고, 우리 사회를 보다 인간화된 사회로 만들기 위해 1989년 ‘여성민우회생협’으로부터 시작된 ‘행복중심생협’의 가치다. 강은경 행복중심생협연합회 회장은 “조화 협동 평등이라는 가치, 서로 상보하는 세계라는 행복중심의 세계관을 실현하는 가장 기본은 농업에서 나온다”고 말한다.

“우리 조합원 선언문에도 나오지만, 우리가 추구하는 행복은 소박하면서도 원대합니다. 깨끗한 물, 맑은 공기, 생명이 살아 숨 쉬는 자연, 서로 배려하고 더불어 사는 삶, 지속가능한 세상이 되려면 일상에서 늘 먹고 사는 먹거리가 바뀌어야 합니다.” “안전하고 건강한 먹을거리를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국민의 권리, 곧 먹거리 기본권 보장은 생산이 뒷받침 되지 않으면 불가능하고, 그래서 농업, 농민, 농촌이 중요하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생산자는 조합원의 생명을, 조합원은 생산자의 생활을 책임진다”는 서로에 대한 신뢰관계는 지금껏 유기농업을 성장시켜온 동력이었다. 행복중심이 조합원 가입시부터 ‘친환경적이며 지속 가능한 생산을 위해 협동소비의 힘을 확대하겠다’고 약속하는 이유다.

하지만 먹거리 기본권의 기반인 농업의 현실은 매우 취약하다는 게 그의 진단이다. “농촌이 붕괴되고 있습니다. 식량자급률이 22%에 불과하고, 그나마 쌀을 빼면 5%라고 합니다. 농촌고령화로 60세만 해도 청년소리를 듣습니다. 앞으로 10년 20년 지나가면 누가 농사를 지을 것인지 걱정입니다.” “지역에서 농촌이 붕괴되면 우리 농산물이 사라지고, 뭘 사먹더라도 내가 원하는 걸 먹는 게 아니라, 주는 걸 먹을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우리 농업의 지속가능성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우리가 선진국으로 부르는 곳들은 식량자급률이 다 100% 이상이고, 수출도 한다”고 상기하고 “먹거리 기본권을 헌법에 명시하고 그 틀에서 국가적 차원의 먹거리 마스터 플랜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먹거리 기본권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지속 가능한 농업, 농촌이 필수 조건”이라며 “이를 위해 농업과 농업의 다원적 기능, 직접지불제를 헌법에 반영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강 회장은 친환경농업에 대한 정부의 태도가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농업의 기능 중 하나가 생태환경의 보전에 있지만, 양적 확대에 치중한 정책으로 친환경농업도 정부가 인증하는 자재투입에 의존하는 관행화를 불렀고, 잔류농약 검사 등 결과 중심의 인증, 식품안전 프레임으로 인해 오히려 친환경농업의 위기상황을 불러왔다”는 것이다. 그는 “급속한 성장에도 불구하고 친환경농업 비중이 겨우 5%에 불과하다”며 “초고령 사회, 기후환경변화가 가속화되는 마당에 상업화, 규모화를 강요하는 농정이 계속된다면 조만간 친환경농업은 축소되고 말 것”이라고 경고한다.

따라서 최종적인 농식품의 안전성만을 중시하는 현행 결과 중심의 인증제도는 생태보전과 지속가능한 농업이라는 목표를 실천해 가는 과정을 존중하고 지지하는 방식으로 전환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무슨 일이 터지면 친환경제도를 막 쥐어짜는 식으로, 농민들을 범법자 만들 듯이 하는 행태가 개선돼야 합니다. 농민들이 친환경을 위해 일한다는 긍지를 느끼고, 그것이 효과적으로 잘 돼야 국민들에게 안전한 먹거리가 돌아갑니다. 그래서 생태환경도 보존될 것이고, 농민이 지속가능한 삶이 됩니다.”

아울러 그는 정부가 유전자조작식품(GMO)으로부터 안전한 먹거리 체계를 확립할 것을 촉구했다. “식용유 같은 경우 원자재에 GMO가 들어가는데도, 가공한 다음 최종결과물에 검출되지 않으면 표시 안 해도 된다는 게 말이 됩니까? 현재는 GMO 표시를 제대로 하지 않는 것은 물론, 자발적인 Non-GMO 표시마저 못하게 하고 있습니다. 정보를 다 표시해서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해야 합니다.” 그는 “GMO 없는 학교급식만 이뤄져도 농민들이 콩을 심게 될 것이고, 농업이 크게 달라질 것”이라며 “최소한 학교급식에서는 GMO가 아닌것을 의무화하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행복중심생협은 2009년부터 여성농민들과 토종씨앗 지키기 사업을 펼쳐오고 있다. 이는 씨앗이 모든 먹을거리의 근원이며 생명의 근본이라는 생각에서다. 현재 횡성과 홍천에서 여성농민들과 채종포를 공동경작하고, 매년 토종씨앗 나눔축제를 열면서 자매애를 키우고 있다.

이상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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