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FOOD, 수출 현장은 지금 <31>

[한국농어민신문 조영규 기자] 

중국산 대만시장 잠식 등
국산 배추 수출 위기 알리고
대만서 불법유통 실태 고발
김치까지 중국 배추 침투 걱정

농산물산지유통센터 건립 총력
배추 수확 후 관리 꼼꼼히
국산 배추 품질 제고에 혼신

정해익 동진무역 대표. 
정해익 동진무역 대표. 

동진무역은 배추·양배추 수출전문기업이다. 1999년 3월에 설립한 ㈜부영팜에서 2007년에 회사명을 변경해 새로 문을 연 동진무역. 부산에 터를 잡고 있는 동진무역의 정해익 대표가 우리나라 배추를 수출한 건 20여년이 넘는다. 2000년 3월 대만을 방문해 10여일간 체류하면서 타이페이 소재 전통시장 등에 한국 배추의 맛과 품질을 소개했다. 배추 소비량이 많은 대만이라면 국산의 고품질 배추 수출이 가능할 것이란 분석에서였다.

정해익 대표는 한국 배추를 직접 접해보고 결정해달라고 요청한 끝에, 대만으로 시범 수출을 했고, 이렇게 시작한 배추 수출이 올해까지 이어온 것이다. 우리나라 배추 수출의 물꼬를 튼 곳이 동진무역인 셈이다. 2022년 동진무역의 배추실적은 647만달러로, 우리나라 2022년 기준 1299만달러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경북 영양의 배추밭. 대만을 수출하기 위한 배추를 현장에서 선별, 포장하고 있다. 
경북 영양의 배추밭. 대만으로 수출하기 위한 배추를 현장에서 선별, 포장하고 있다. 

동진무역은 강원 정선농협 남면지점과 태백농협(2018년), 경북 영양 동산영농조합법인(2017년), 전남 해남 지중해영농조합법인(2019년) 등과 계약재배를 체결, 배추 수출을 진행하고 있다. 동진무역이 꼽은 수출 배추의 요건은 단연 ‘품질’이다. 조금이라도 흠집이 있거나 물러짐이 있는 배추는 선별과정에서 제외시킨다.

이 배추는 내수로도 판매하지 않는다. 배추 농가와의 상생을 위해서다. ‘수출은 수출, 내수는 내수’란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동진무역이 철저함 품질관리 덕분에 현지에서 국산 다른 배추보다 가격이 높다. 정해익 대표는 “대만에서 배추를 다루는 사람들 사이에 ‘동진’을 모르는 경우가 없고 ‘동진’하면 ‘한국의 좋은 배추’란 인식이 있다는 데 자부심을 느낀다”고 설명했다.  

이런 한국 배추가 위기를 맞고 있다. 우리나라와 유사한 결구배추 형태의 중국산 배추가 대만으로 불법 유통되고 있기 때문이다. 동진무역도 2019년 485만달러, 2020년 573만달러, 2021년 715만달러를 기록해오던 상승 그래프가 올해 꺾인 원인 중에 하나이기도 하다. 같은 시기 우리나라 배추 수출 실적도 비슷한 흐름이다.

이 같은 우려를 알리기 위해 정해익 대표는 배추수출협의회 회장을 역임하던 2021년에 (사)한국농식품미래연구원에 의뢰, ‘중국산 배추의 대만 수출실태 조사 및 대응방안 연구용역’ 보고서를 만들어 중국산 배추로 인한 국산 배추 수출의 위기론을 알렸다. 지난해에는 직접 대만 시사주간지인 ‘신신문(新新聞)’이 ‘중국배추가 베트남산으로 원산지를 위조해서 대만 농업에 타격을 주고 있다’는 내용의 기사를 보도하는 데 도움을 줬다. 당시 기사 제목은 ‘베트남, 대만 배추 수입 1위, 원산지 세탁?’(2022년 9월 1일자)다. 올해엔 대만 TV광고도 준비 중이다. 
 

대만 시사주간지에 실린 기사 첫 페이지로, 대만에 불법 유통되고 있는 중국산 배추의 실태를 지적하고 있다.  
대만 시사주간지에 실린 기사 첫 페이지로, 대만에 불법 유통되고 있는 중국산 배추의 실태를 지적하고 있다.  

여기에, 현지에서 한국산 배추김치가 아니 중국산 배추김치가 통용될 가능성이 높은 부분도 정해익 대표의 걱정거리다. 그래서 정해익 대표는 장기적인 비전의 배추 수출 활성화를 주장해오고 있으며, 그 일환 중 하나가 농산물산지유통센터(APC)다.  정해익 대표는 농산물산지유통센터(APC) 건립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우리나라 배추 수출의 강점인 ‘품질’을 현지까지 온전히 유지시키기 위해선 ‘APC’가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정 대표는 “배추 품질관리에 신경을 쓰지 않으면 경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는 현실을 직면하게 됐다”며 “이를 타개하기 위해선 배추 수확후 관리가 더욱 필요해졌고, 그 대안이 바로 APC”라고 강조했다.

정해익 대표는 농산물전문국가생산단지로 지정된 전남 해남의 지중해영농조합법인 내에 APC를 설립할 계획인데, 이곳은 배추뿐만 아니라 해남산 고구마와 무화과를 저장, 선별하는 공간으로도 활용, 지역 경제에도 기여할 뜻을 덧붙였다. 정해익 대표는 지난 11월 농림축산식품부로부터 수출선도조직으로 지정받았고, 올해 안에 배추 수출통합조직을 출범시킨다는 구상이다. 수출선도조직 대표로서도 올해 주력 사업이다. 

정해익 대표는 “현지에서 김치를 생산하고, 또 현지 소비자들이 김치를 담가먹는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어떤 배추를 수출하느냐가 그 나라의 김치 품질을 좌우한다고 생각한다”며 “고품질 배추를 생산할 수 있는, 또 생산하려고 노력하는 농가와 이런 배추를 꼼꼼하게 수출하려는 수출업체를 엄선해 배추 수출통합조직을 구성하고, 이들과 함께 한국 배추를 세계에 수출하고, 더불어 ‘한국 김치’의 이미지를 제고할 수 있도록 올 한 해 더욱 열심히 달리겠다”고 다짐했다.

조영규 기자 choyk@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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