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고성진 기자]

▲ 전국농어촌지역군수협의회 회장단이 2019년 3월 26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향세법의 조속한 제정을 촉구했다. 이들은 이날 행정안전위원회와 국회의장, 각 정당 원내대표를 차례로 방문해 고향세법 처리 목소리를 전달했다.

재정격차 완화·세원 확충 목표
지자체 기부금품 모집 허용
도시민엔 소득공제 혜택 골자
논의 급물살 탔지만

수도권 의원 반대 ‘높은 벽’
여야 갈등 깊어지면서
막바지 갈수록 관심 밖으로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공약인 ‘고향세’는 20대 국회 전반기에 관련 법안이 대거 발의돼 도입 기대를 키웠지만 결과적으로는 ‘용두사미’ 모양새가 됐다. 문재인 정부의 100대 국정과제와 지방분권 로드맵 30대 과제에 포함돼 도입 논의가 급물살을 탔는데, 제도 찬반 논쟁을 시작으로 제도 실효성 문제, 대도시와 지방 지자체 간 등의 다양한 목소리를 조율하지 못했다. 여기에 20대 국회 막바지 파행 속에서 제도 도입이 무산됐다. 21대 총선을 전후해 도입 여론이 재차 나오고 있어 21대 국회에서 관련 논의가 ‘재점화’할 것으로 점쳐진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0대 국회에서 발의된 고향세 관련 제·개정 법률안은 26건 정도로 파악된다. 행안위 소관 법안이 17건, 기획재정위원회 소관 8건,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1건이다. 법안의 대표 발의자만 여야 의원 14명에 달한다.

대부분의 법안들이 대선 직후인 2017년 5~11월 사이에 집중됐다. 행안위 소관으로 ‘기부금품의 모집 및 사용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 6건(전재수·강효상·김광림·안호영·김두관·이개호), 지방세특례제한법 일부개정안 4건(전재수·강효상·김두관·이개호), 지방세법 일부개정안 2건(박덕흠·이명수), 지방세기본법 일부개정안 1건(박덕흠), ‘고향사랑기부금에 관한 법률안’ 1건(이개호)이, 기재위 소관으로는 소득세법 일부개정안 4건(전재수·홍의락·강효상·주승용)과 조세특례제한법 일부개정안 4건(전재수·강효상·김두관·이개호) 등이 이에 해당한다. 대선 이전에 나온 법안은 2016년 7월 농해수위 소관 법안인 ‘농어촌발전을 위한 공동모금 및 배분에 관한 법률 제정안’(황주홍) 1건. 국회 후반기에는 2018년 8월 지역균형발전 기부금에 관한 법률안(정인화), 2018년 9월 고향발전기부금법안(윤영일), 2019년 4월 지역균형발전을 위한 공동모금 및 배분에 관한 법률안(위성곤) 등 3건이 각각 발의됐다.

고향세는 도시민이 고향이나 원하는 지자체를 지정해 기부하고 소득공제를 받는 제도다. 현행법이 금지하고 있는 지자체의 기부금품 ‘모집’과 ‘접수’를 일정한 요건 하에 허용해 주자는 것이 법안의 골격이다. 법안의 대부분이 조세 형태가 아니라 기부금 방식의 설계이어서 ‘고향사랑기부금제도’ 등의 이름에 더 가깝다. 법안 취지는 대체로 비슷하다. 지방간 재정격차를 완화하고 지방자치단체의 세원을 확충해 지역의 균형발전에 기여하려는 것이다. 2020년 현재 지자체의 재정자립도는 전국 평균 50.4%다.

이는 2008년부터 ‘고향납세제’라는 명칭으로 고향세를 시행하고 있는 일본 사례를 참조, ‘지방소멸’ 위험을 극복하기 위한 방안 중 하나로 고향세가 부각됐기 때문이다. 일본의 경우 기부자가 지자체(고향)에 기부를 하면 일정 부분의 소득공제 혜택을 기부자에게 주고, 지자체가 답례품을 기부자에게 주는 형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답례품의 경우 지역 농특산물이 많아 제도 도입 시 지방재정 확보와 농산물 수요 확대 효과를 동시에 거둘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에서 농업계의 이목도 쏠렸다.

이런 큰 틀의 내용에서 정부가 2019년부터 고향세를 시행하겠다는 방침까지 내놓았지만, 수도권 국회의원들이 반대 입장을 굽히지 않으면서 2018년 12월 국회에서 처리되지 못했다. 반대 논리로는 △수도권·대도시의 세수 감소 우려 △지자체의 기부금 모집 강요에 따른 준조세로의 변질 가능성 △비자발성 측면에서의 제도 실효성 문제 △지방자치단체 간 모금 및 답례품 과열 경쟁 등이 대표적이다.

제도 도입을 추진하는 행정안전부의 윤종인 차관은 2019년 4월 4일 행안위 법안심사소위에서 “입법 목적 달성을 위한 고향사랑기부금제도의 활성화를 위해 홍보 등 모집 행위의 허용이 필수적이라고 판단하고 있다”며 “다만 우려되는 여러 가지 부작용에 대해서는 법률에 이를 방지하기 위한 조항을 마련하고 국민과 지자체 공무원들에 대한 지속적인 교육·홍보 등을 통해 방지해 나가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행안부는 현행 정치자금법과 기부금품 등의 세액공제와 동일하게 10만원까지는 전액, 1000만원까지는 16.5%, 1000만원 초과 시 33%를 국세와 지방세에서 세액공제 혜택을 부여해 도시민의 기부를 장려하겠다는 취지를 거듭 피력했다.

하지만 20대 국회 막바지로 갈수록 고향세 논의는 이뤄지지 않았다. 선거법 개정 등을 둘러싸고 여야 갈등이 극심해지면서 현안 문제에 치여 관심 밖으로 밀려났다. 당시 행안위 소속 의원실 관계자는 “위원회 구성을 보면 수도권 대도시와 특광역시 지역구를 둔 국회의원들이 많다. 일부 농어촌 지역구 의원들이 있지만, 지역 여론을 전달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면서 “고향세 법안이 다른 사안들보다 시급성이 떨어진다고 보는 기류가 있어 논의가 사실상 방치됐다”고 전했다.

한편 고향세 도입 얘기는 2007년 대선에서 문국현 창조한국당 후보의 공약으로 국내에서 처음 제기됐다. 18대 국회에서는 이주영 한나라당 의원이 ‘고향투자기부금제도’를 도입하는 내용의 법안을 대표 발의했다. 2010년에는 한나라당의 지방선거 공약으로 주민세의 30%를 고향 또는 5년 이상 거주했던 타 지역에 낼 수 있도록 하는 ‘고향세(향토발전세) 신설’이 검토되다 기획재정부 등의 반대로 최종 채택되지 못했다. 2010년 이후 국회에서 사라진 고향세 논의는 지자체를 중심으로 진행됐다. 20대 국회 개원을 앞두고 2016년 3월 전국시도의회의장협의회가 ‘고향기부제(고향세) 도입 촉구 건의안’을 의결한 데 이어 3월 16일 전북도의회, 6월 8일 강원도도 같은 목소리를 낸 바 있다.

고성진 기자 kos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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