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고성진 기자]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소비자시민모임, 아이쿱소비자활동연합회 등이 2018년 6월 5일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GMO 표시 강화를 촉구하는 내용을 담은 의견서를 청와대에 전달했다. 단체들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GMO 표시제도 개선을 위한 민관협의체 구성 및 운영을 보장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20대 국회 출범 직후 야당과 소비자단체들을 중심으로 불을 지폈던 민생입법 과제 중 하나가 유전자변형식품(GMO)의 표시 강화 문제다. 이 요구를 반영한 관련 개정안을 2016년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 의원들이 잇따라 내놓은 데 이어 2017년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가 ‘GMO 표시 강화 및 학교급식에서 제외’를 대선 공약으로 약속하면서 ‘GMO 완전표시제’ 도입 논란이 종지부를 찍을 것이란 기대가 컸다. 하지만 관련 법안 논의는 20대 국회에서 전무했고, 정부의 공약 이행 의지도 미흡했다. 시민사회·소비자 단체가 대선 공약 이행을 촉구하며 추진한 청와대 국민청원의 후속조치로 사회적 협의체가 2018년 12월 구성됐고, 이 틀에서 관련 논의가 진행 중이다. ‘GMO 완전표시제’ 도입 요구는 21대 국회로 이어질 전망이다.

‘GMO식품 예외없이 표시’
2016년 야당 의원 주도
20대 국회서 4건 발의 불구
당시 새누리당 반대 부딪쳐
상임위 소위서 논의조차 안돼

문 대통령 대선공약 반영되면서
국회서 입법논의 더 어려워져

GMO표시 개선 협의체 구성
관련 논의 이어와 주목


20대 국회에서 발의한 GMO 표시의 개선 요구를 담은 법안은 보건복지위원회 소관 식품위생법 개정안 4건이다. 발의 시점은 모두 2016년으로, 당시 야당 의원들이 주도했다. 2016년 6월 20일 김현권 더불어민주당 의원, 8월 16일 윤소하 정의당 의원, 11월 9일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 11월 16일 당시 김광수 국민의당 의원이 각각 개정안을 냈다.

해당 개정안들은 공통적으로 시민사회 진영에서 요구해 온 GMO 완전표시제 도입을 골자로 했다. GMO 완전표시제란 ‘검출 기반 표시제’가 아닌 ‘원료 기반 표시제’를 말한다. 쉽게 말해 GMO를 원료로 사용한 식품은 예외 없이 GMO 표시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행 규정은 GMO 원재료를 사용했더라도 제조·가공 후에 유전자변형 단백질과 DNA 등 잔류 성분이 남아있는 경우만 GMO 표시를 하도록 예외를 폭넓게 허용하고 있어 이를 보완하자는 취지다.

GMO 식품은 원재료(농산물), 원재료를 통한 1차 가공품(기름, 전분, 당 등), 1차 가공품을 첨가한 2차 가공품(과자, 식품 등)을 아우르고 있는데, 현행 규정대로라면 가공품의 GMO 포함 여부를 인지할 방법이 없다는 점이 사각지대다. GMO 안전성 우려가 큰 소비자들이 알권리를 침해받고 있다는 목소리를 제기하는 이유다. 이와 함께 GMO 표시 강화를 위해 △비의도적혼입치를 현행 3%에서 0.9%로 하향 △비의도적혼입치 내의 Non-GMO 표시 허용 등의 요구도 있다. 반면 식품업계는 GMO 표시가 전면화될 경우 원가 상승 등의 비용 문제를 내세우며 제도 도입에 대해 반대 입장이다. 한편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연평균 200만톤 이상의 GMO 농산물을 수입하고 있는 세계 1위 수입국이다.

이런 가운데 양 측의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대안을 마련해야 할 국회는 관련 법안 논의에 시동조차 걸지 못했다. 김현권 의원과 윤소하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은 2016년 해당 상임위원회인 보건복지위 전체회의에 상정됐으나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다뤄지지 못했다. 당시 새누리당이 해당 개정안을 ‘쟁점법안’으로 분류, 사실상 반대 입장을 표명했기 때문. 게다가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공약에 반영되면서 국회 내 입법 논의를 기대하기 한층 어려워졌다.

문재인 정부의 출범 이후에도 별다른 움직임이 나타나지 않자 시민사회·소비자·먹거리 단체들은 2018년 3월 대선공약 이행을 촉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을 시작했고, 해당 청원에 21만명이 넘는 인원이 참여하는 성과를 냈다. 이에 따른 후속조치로 같은 해 12월 ‘GMO 표시제도 개선 사회적 협의회’가 마련된 가운데 관련 논의를 진행해 오고 있다. 협의체에 참여한 시민사회단체들이 한 차례 논의 중단을 요구하는 등 위기도 있었지만, 이후 GMO 표시 문제를 담당하고 있는 식품의약품안전처가 협의체에 참여하면서 올해 들어 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있다.

이 협의체에 참여하고 있는 GMO반대전국행동 관계자는 “처음 구성한 협의회에 식약처가 들어오지 않았고 GMO 표시제를 어떻게 할 것인가 등 논의가 겉돌았다. 하지만 올해 들어 식약처가 협의회에 참여하면서 이전보다는 GMO 제도 개선 논의를 할 수 있는 테이블이 만들어졌다고 보고 있다”며 “협의회에서 논의된 내용을 바탕으로 21대 국회에서는 반드시 입법화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민사회 단체들의 요구이자 대선 공약인 ‘학교급식에서 GMO 제외’ 부분도 현행 GMO 표시 규정 강화가 먼저 이뤄져야 이행이 가능하다. 현행 제도에선 GMO 포함 여부 자체를 인지할 수 없어서다. GMO 완전표시제 도입에 따라 관련 정책 논의가 확장 국면을 맞을 것으로 예상된다. 학교급식과 관련해서는 20대 국회에서 김종회 의원이 2017년 8월 23일 교육위원회 소관의 관련 법안(학교급식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21대 국회에서도 GMO 완전표시제 도입 요구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소비자시민단체인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21대 총선을 앞두고 15개 정책과제를 발표했는데, 식품 분야에서 GMO 완전표시제 도입을 꼽았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유전자변형식품이 일반 식품과는 다르고, 안전하다는 확실한 증거 및 정보가 부재하다”며 “원료기반 GMO 완전표시제를 도입해 소비자의 알권리와 선택할 권리를 충족시켜야 한다. 이를 위해 식품위생법 등 관련 법률의 정비가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GMO반대전국행동과 농민의길 등은 19일 진행한 ‘2020 몬산토반대시민행진 GMO OUT!’ 기자회견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시절 GMO 표시제 강화를 공약으로 내세운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더불어 새롭게 구성되는 21대 국회는 지난 국회 때 처리하지 못한 주요 민생법안인 GMO완전표시제 법안을 우선적으로 통과시키기 위해 전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고성진 기자 kos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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