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발적 참여 한계…정부 기금출연 근거 마련해야

[한국농어민신문 고성진 기자]

한·중FTA의 국회 비준 당시 무역이득공유제 대안으로 도입된 농어촌상생협력기금에 대한 ‘유명무실’ 비판이 수년째 계속되고 있다. 2017년 1월 시행부터 줄곧 목표 달성이 저조한 흐름이 계속되고 있어서다. 농어촌상생기금은 올해 조성 4년 차로 어느덧 목표 기간 10년 중 중반을 향해가고 있어 활성화 방안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20대 국회에서는 민간 기업의 ‘자발적 참여’라는 한계를 보완하고자 정부의 기금 출연 근거를 담은 법안이 발의됐지만, 정부 반대에 부딪혀 계류 중이다. 이 법안 역시 20대 국회 임기 종료와 함께 자동 폐기될 처지다.

3년간 출연액 663억, 목표치 22%
80% 이상이 공기업 출연

“정부 출연 실효성 떨어진다”
정부 원론적 입장에 부딪혀
관련법안 상임위 소위도 못넘어

인센티브 강화해 참여 유인 등
총체적 중간점검…활성화 시급


농어촌상생기금은 19대 국회 막바지인 2015년 11월 여·야·정 합의에 이어 20대 국회 임기 첫 해인 2016년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 20대 국회 내내 부진한 조성 흐름이 이어졌다. ‘매년 1000억원씩, 10년간 1조원 조성’이라는 도입 목표가 ‘구호’에 그치는 실정이다. 대·중소기업·농어업협력재단에 따르면 농어촌상생기금의 2017~2019년 3년간 출연액은 663억원으로, 3년 합산 목표치인 3000억원에 비해 22% 수준이다. 출연액의 80% 이상이 공기업 지분이다. 

농어촌상생기금은 ‘자유무역협정 체결에 따른 농어업인 등의 지원에 관한 특별법’(FTA특별법)을 비롯해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 ‘조세특례제한법’ 등 3개 법률에 근거를 두고 있다. 이 중 기금 설치 및 조성, 목표 등을 규정한 FTA특별법에 기금 활성화 방안을 담은 개정안들이 20대 국회에서 발의됐다.

이 가운데 기업이 현물 출연을 가능하도록 한 법안(황주홍 민주평화당 의원 대표발의)과 기금사용용도를 농어촌 지역 학교와 학생을 대상으로 확대한 법안(황주홍 민주평화당 의원 대표발의)은 모두 입법 결실을 맺었다.

하지만 민간 기업의 자발적 출연에만 기대는 것이 어렵다는 판단에서 정운천 바른미래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정부의 기금 출연 근거를 담은 개정안은 정부의 거센 반대에 부딪혀 상임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 문턱도 넘지 못했다. 정부 출연에 따른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이유에서다.

이재욱 농림축산식품부 차관은 2019년 9월 26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서 “정부 출연금을 재원으로 조성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동의하기가 어렵다”며 “상생기금은 민간 기업의 자발적인 기부금으로 조성하기로 했던 부분이 있었고, 목표 부족분을 정부 예산으로 충당할 경우 기업의 자발적인 출연 유인이 더 낮아지지 않겠냐는 걱정이 있다”고 말했다.

뾰족한 대안 없이 원론적인 입장을 고수하는 정부의 태도를 향한 비판도 거셌다. 정운천 바른미래당 의원은 “어떻게 하든지 상생기금을 정부나 국회가 기망해서는 안 된다. 10년간 조성 계획에 대해 어느 정도 진행돼야 하는데 이렇게 용두사미로 끝날 지경에 있어서 법안을 냈으면 농식품부가 적극적으로 해답을 찾으려고 애를 써야지 안 된다고 하면 되겠나”라고 질타했다. 

나아가 김현권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정부와 더불어 정치권에 대해 “이 법은 당시 정치권이 사실상 국민을 기망하고 농민을 속인 것”이라며 “솔직하게 이 사실을 국민들에게 고백하고 다른 대안을 마련하든지 노력을 하는 것이 올바른 방법”이라고 자성의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스마트휴먼테크협회가 최근 국회사무처에 제출한 ‘농어촌상생협력기금 활성화 방안에 대한 연구’라는 제목의 연구용역보고서에서도 “농어촌상생기금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민간 기업 출연에 대한 정부의 매칭 지원 근거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주문이 나온다. 이와 함께 보고서는 “타 기금에 비해 인센티브를 강화해 민간 기업의 참여를 유인하는 한편 기업의 사업연계성에 초점을 맞춘 사업 개발 등이 필요하다”는 제언을 내놨다.

농업계 관계자는 “농어촌상생기금 조성 기간의 중후반기가 21대 국회 임기(2020~2024년)와 맞물리는 만큼 21대 국회에서 기금 성패의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예상된다”며 “정부가 기금 활성화를 위한 총체적인 중간 점검을 진행하고, 21대 국회가 이를 제도적으로 보완하는 방향으로 정부와 국회가 협력해 농어촌상생기금의 도입 취지를 살려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고성진 기자 kos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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