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고성진 기자]

김현권, 손금주, 이완영 의원 등 농어업회의소법안 대표 발의 의원들과 농어업회의소 법제화를 염원하는 농민 단체들이 2019년 3월 28일 국회 기자회견을 열고 농어업회의소법 제정을 촉구했다.


20대 국회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았다. 600여건의 농업 관련 법안들이 임기 만료로 폐기될 수순이다. 비록 결실을 맺지 못했지만 20대 국회가 풀지 못한 지점들을 21대 국회에서는 반복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갔으면 하는, 농업인들의 염원이 크다. 계류 법안들을 다시 한 번 꺼내봐야 할 필요가 여기에 있다. 한국농어민신문은 20대 국회에 계류 중인 농업 관련 중요 법안이 무엇인지, 그리고 이 법안이 왜 처리되지 못했는지를 살펴본다. 첫 번째는 농어업회의소의 설립 및 운영에 관한 근거를 담은 제정법안(농업회의소 법안)이다.


2016년 김현권 의원을 시작으로
관련법안 3건이나 발의됐지만
“관변단체 변질·옥상옥 우려”
야당 반대에 논의 지지부진

‘정부 발목잡기’ 곱잖은 시선 속
현장서는 “도입 취지 훼손 말아야”


농업회의소 법안은 20대 국회에서 최장기 계류 법안 중 하나라는 ‘불명예’ 꼬리표가 따라붙는다. 관련 법안은 총 3건이다. 20대 국회가 개원한 뒤 얼마 되지 않은 2016년 8월 김현권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농어업회의소의 설립·운영에 관한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고, 2017년 11월(이완영 당시 새누리당 의원 대표발의), 2019년 1월(손금주 당시 무소속 의원 대표발의) 각각 발의됐다. 법안의 골자는 2010년부터 일부 지역에서 시범 운영되며 확산되고 있는 농업회의소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것이다. 19대 국회에 이어 20대에 또다시 법안이 발의됐다.

현장 농업인들의 기대가 컸지만, 정치권의 논의는 지지부진했다. 특히 결정적으로 2017년 5월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면서 ‘농업회의소 법제화’를 100대 국정과제에 포함, 쟁점법안으로 부각되자 야당의 반대 목소리가 더욱 거세졌다.

김현권 의원안에 보완 요구를 반영해 위원회 수정안 형식으로 논의를 진행해 나갔지만, 2018년 지방선거 국면 등을 포함해 정치적 셈법에 휘둘리면서 쳇바퀴 논의가 반복됐다. 야당 의원들이 문제를 삼은 내용들은 △정치적 중립성 △옥상옥 △대표성 △정부 예산 지원 △다른 단체와의 갈등 △사업 범위 등이다.

지방농정의 정치 지형 등을 감안하면 관변단체 또는 옥상옥으로 변질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법제화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논리가 주된 반대 이유였고, 기초 단체가 아닌 광역 단위부터 시행해야 한다는 ‘축소’ 제의도 나왔다. 야당 의원들은 지방비 지원 규정도 문제를 삼았다. 정부 차원의 예산 지원 범위를 제한하자는 것이다. 이는 이완영 의원이 발의한 법안에 ‘지자체 경비 지원을 50% 초과할 수 없다’는 내용으로 반영됐고, 야당의 요구대로 중앙정부의 경비 지원 조항도 삭제됐다.

야당 요구들이 상당 부분 논의 과정에서 수용됐지만, 2019년 11월 정기국회 농해수위 마지막 법안심사소위원회 회의에서도 야당의 우려는 계속 됐다. 논의가 평행선을 달리자 표결 얘기가 나오기도 했지만, 찬반(찬성 4명, 반대 4명) 의견이 팽팽해 의결 자체가 보류됐다. 20대 국회에서 처리가 힘들어진 상황이다. 

이만희 의원은 “이 조직 자체가 정부의 지원을 받는 관변단체로서 새로운 권력기관화라든지 영향력을 행사하는 단체 쪽으로 변질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면서, 법제화에 제동을 걸었다. 정운천 의원도 “이것은 전부 옥상옥이다. 농촌에 40살 이하 청년이 7600명밖에 안 되는데 어떤 사람들을 데리고 농어업회의소를 운영할 것이냐. 지금 있는 조직도 너무 많아서 문제”라고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민간 진영에선 여야 구도에 대한 안타까움과 함께 ‘야당 책임론’에 무게를 두는 평가들이 많다. 농업회의소 시범사업부터 관여해 온 농업계 인사는 “농어업회의소가 문재인 정부의 100대 국정과제에 들어가다 보니 야당의 ‘발목잡기’ 행태가 도드라진 측면이 크다. 야당의 요구가 상당 부분 반영된 수정안까지는 접근했지만, 딱 거기까지였다”고 했다.

김훈규 거창군농업회의소 사무국장은 “정치권의 이해관계 문제와 함께 시범사업 성과나 대표성 부분 등 현장 분위기가 무르익지 않았다는 정치권의 지적에 동의한다. 그러나 현장 분위기가 때가 될 때까지 기다리는 것은 농촌·농업의 현재 여건상 어렵기 때문에 법제화가 필요한 것이다. ‘달걀이 먼저냐, 닭이 먼저냐’ 식의 논의에 빠져선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법안 통과에만 급급해 농업회의소의 역할과 기능 등 도입 취지가 훼손돼서는 안 된다”면서 “정치권의 논의 못지않게 현장 농민들의 논의 역시 중요하다. 21대 국회에서는 중앙은 중앙대로, 현장은 현장대로 방법을 찾아야 하는 노력이 병행될 필요가 있다”고 봤다.

고성진 기자 kos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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