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국회로 가야 할 계류법안 <4>농지법]

[한국농어민신문 고성진 기자]

4년간 발의된 관련 법안 38건 
염해농지 태양광 설치 허용 등
농지법 흔드는 시도들만 다수


농지법 개정안은 20대 국회에서 4년간 38건(대안 포함) 발의됐다. 이 중 17건(대안 포함)이 처리됐고, 21건이 계류 중이다. 처리법안과 계류법안 내용을 살펴보면, 헌법 제121조에서 정한 ‘경자유전의 원칙’을 하위법인 농지법이 ‘누더기 개정’을 통해 훼손하고 있다는 우려를 분명하게 확인할 수 있다. 20대 국회에서도 농지의 소유 및 이용 규제를 완화하는 취지의 개정안이 상당수 등장했다. 농업진흥지역 내 염해농지에 태양광 설비 설치를 허용해 준 것이 대표적이다. 반면 농지 소유·이용 규제를 강화한 법안들은 일부에 그쳤고, 이마저도 ‘찬밥 신세’를 면치 못했다. 국회에서 제대로 논의되지 못하며 발의 자체에 의미를 찾는 정도에 만족해야 했다.

20대 국회는 1994년 농지법이 제정된 이후 가장 많은 농지법 개정안을 쏟아낸 국회로 기록됐다. 역대 국회의 농지법 개정안 발의현황은 14대 국회(1992~1994년) 2건(제정법 포함)을 시작으로 15대 4건, 16대 4건, 17대 14건, 18대 28건, 19대 28건이다. 발의건수가 증가한 주된 이유는 지역 개발이나 민원 등을 이유로 농지법을 흔드는 시도들이 많아지고 있어서다. 이와 관련해 한국농어민신문은 18·19·20대 국회에서 나타나고 있는 농지법 개정 움직임을 분석한 ‘농지개혁 70년 기획’ 기사를 지난해 보도한 바 있다.(▶2019년 8월 2일자 3면8월 6일자 3면, 아래 관련기사 참조)

20대 국회에서 나타난 농지법 개정의 대표적인 사례가 태양광 설비 설치를 허용해 준 것이다. 정부의 ‘재생에너지3020 이행계획’ 방침 아래 지역 개발 특수 등을 기대한 국회의원들이 법 개정 시도를 주도했다. 개정안은 김종회·박정(2건)·장병완·정운천·권칠승·황주홍 등 7건이나 된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가 병합 심사 과정에서 일정 수준 이상 염도로 인해 농업 생산성이 낮은 간척농지에 대해 농지 복구를 조건으로 농지의 타용도 일시사용허가 대상에 염해농지를 추가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위원회 대안으로 마련, 2018년 12월 7일 본회의를 거쳐 2019년 7월부터 시행됐다.

‘1차례 언급’ 김현권 발의안 등
농지 소유·이용 규제 강화는
여야 의원들 외면 속에 ‘방치’


반면 농지 소유·이용 규제를 강화하는 취지의 개정안은 일부에 그쳤다. 김현권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농지법 개정안(2017년 12월 27일 대표 발의)이 대표적인데, △비농업인 상속자와 이농자의 농지 소유 기간을 각각 2년과 4년 이내로 제한 △농지 임대차 기간을 현행 3년에서 5년 이상으로 확대 △농지임대차조정위원회를 농지임대차관리위원회로 개정해 차임 제한 규정 마련 등이 골자다.

현행 농지법은 농지를 상속받은 자나 8년 이상 경작 후 이농한 자는 농지를 자기의 농업경영에 이용하지 않는 경우에도 1만㎡ 이하의 농지를 기간의 제한 없이 소유할 수 있도록 경자유전의 예외를 인정하고 있는데, 해당 개정안은 이 예외조항을 제한해 농지 소유를 대폭 강화하겠다는 취지인 만큼 관련 논의의 기대가 컸다.

하지만 개정안은 여야 의원들의 외면 속에 일찌감치 ‘방치’됐다. 형식적으로 농해수위 법안심사소위에서 1차례 언급됐을 뿐 후속 논의는 더 이상 없었다. 정부도 원론적인 입장에서 관망하는 태세였다. 국회 차원의 개정 의지가 희박한 상황에서 정부의 적극적인 역할을 요구하는 주문만이 ‘애처롭게’ 남았다.

김현권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18년 2월 21일 법안심사소위에서 “농지법 개정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요구도 있고 사회적으로 비농업인의 농지 소유가 굉장히 많다 보니까 이 농지법을 어떤 방향으로 개정해야 되는가라는 사회적 합의의 필요성이 있다”며 “이 부분에 대해 사회적 합의와 공론을 만들어 가기 위한 노력을 농식품부에서 나서서 해 볼 생각은 없는가”라고 물었다. 당시 김영록 농식품부 장관은 “농지 관리를 강화하기 위해서 농지 소유 및 이용 실태를 금년 말까지 연구용역을 추진해 전반적으로 실태조사를 하도록 하겠다”면서, 원론적인 선에서 정부 입장을 밝혔다.

비농업인 농지 소유 문제 
공익직불제 맞물려 부각 전망 
대규모 유휴농지 논의도 필요


비농업인의 농지 소유 문제는 올해 공익직불제 시행과 맞물리며 21대 국회에서 현안으로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 현장에서 만연한 불법 임대차 문제 등이 직불금 부정수령 우려를 낳고 있다고 보는 여론이 많아 농지제도 보완 요구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도 21대 국회에서 농지법 개정 추진을 검토하고 있다. 

임대차 문제와 관련해 농식품부 관계자는 “불법 임대가 현실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는 고령농들이 많기 때문에 합법적 임대차 허용 범위를 확대하는 등의 농지법 개정안이 올해 1월 국회를 통과했고 8월 시행 일정으로 현재 하위법령을 만들고 있으며, 조만간 입법예고될 예정”이라며 “임대차 시장의 질서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지적에 대해 충분히 공감하고 있다. 합법적인 임대차 영역을 넓히면서 농지의 이용 실태를 강화하는 쪽으로 정책 방향을 잡고 있다”고 말했다. 

대규모 유휴농지에 대한 대책도 입법 단계에서 논의가 요구된다. 더불어민주당 일부 의원들이 관여하는 민간 싱크탱크인 ‘더미래연구소’의 올해 2월 보고서에 따르면 농가 인구 감소 및 영농인구 은퇴에 따라 향후 15만~47만호의 농가가 사라질 가능성이 있고, 약 24만~75만ha의 대규모 유휴농지가 발생할 것으로 추산됐다. 

더미래연구소는 “지금과 같이 농지가 전용되거나 비농가의 농지 소유가 증가하는 추세로 본다면, 유휴농지 역시 계속해서 농지로 보전되기보다는 비농지로 전용되거나 비농가 소유의 농지로 전환될 가능성이 다분하다”며 “농지를 보전할 수 있는 획기적 방안이 모색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고성진 기자 kos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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